5월 24일 대만 사법원 대법관회의(한국의 헌법재판소)가 민법에서 동성 2인의 혼인을 금지하는 게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입법기관은 2년 안에 법률을 수정하거나 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성애 커플은 스스로 호정사무소(戶政事務所)에 가서 혼인 등록을 하면 된다. 이로써 대만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나라가 됐다.

ⓒ사진 출처 PNN news

이 소식을 듣자마자 입법원(국회) 앞에서 판결 결과를 기다린 동성혼 지지자 수백 명은 눈물을 흘리며 큰 환호성을 터트렸다. 역설적이게도 같은 날 한국에서는 동성애자 군인이 합의된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군형법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헌법 해석안을 신청한 주체는 대만 동성애자 운동의 선구자인 치이자웨이(祁家威)와 타이페이시 정부다. 치이자웨이는 1986년 대만에서 처음으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이자 30년 넘게 동성애자 운동을 이끌어 온 사람이다. 그는 두 차례에 걸쳐 동성 혼인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그는 《민법》에서 “동성 2인이 법률상 혼인관계를 성립할 수 없게 하는” 규정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2000년과 2015년 두 차례 헌법 해석을 신청했다. 한편 타이페이시 정부는 최근 동성애자들의 결혼 신청이 급증했지만 민법 때문에 수리하지 못하자, 2015년에 민법 규정의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 해석을 신청했다. 

대만 사법원은 신청을 받아들여 올해 3월 동성혼 헌법 해석 변론회를 열었고, 두 달 뒤 해석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해석문은 민법의 동성 결혼 금지 규정이 헌법에서 보장한 인민혼인자유와 인민평등권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먼저, 대법관회의는 혼인 자유가 인격의 건전한 발전과 인간 존엄 유지에 관한 것으로 보고, 혼인이라는 친밀하고 배타적인 영구적 결합에 대한 요구·능력·의향·갈망에 있어 동성 성적 지향자는 이성 성적 지향자와 일치한다고 봤다. 따라서 동성애자도 헌법 제22조 혼인자유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평등권에 대해서도 현행 민법에서 1남1녀의 결합 관계만을 규정하는 것은 성적 지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고, 이는 동성 성적 지향자의 혼인 자유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 제7조의 평등권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대법관회의는 또한 명확하게 동성애자의 인권을 옹호한다. 해석문에서 “성적 지향은 바꾸기 어려운 개인의 특징(immutable characteristics)이며,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 의학 기구들은 모두 동성 성적 지향 자체가 병이 아닌 것을 인정한다”고 분명하게 지적했다. 이어 사회전통이나 풍습 때문에 오랫동안 현실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배척·차별을 받아 온 동성애자들은 정치적 약자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민주적 절차보다도 더 엄격한 심사의 표준으로 그들의 헌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번 헌법 해석에는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동성 결혼 평등권 보장을 민법 수정으로 할지, 아니면 특별법 제정으로 할지에 대해 정하지 않고, 재량권을 입법 자유로 치부했다. 대만의 성별단체(性別團體)들은 특별법 제정이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기 때문에 민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지난해 12월 26일 대만 입법원의 사법·법제위원회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민법 수정안을 설명하는 제1독회를 했지만, 그 후 보수적 종교·학부모 단체의 거센 반대로 방치돼 왔다. 법안은 후속 여야 협상을 거쳐 제2, 3독회를 통과해야 한다. 동성결혼 지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민진당 차이잉원 정부는 더는 지체하지 말고 법제화로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 그래야 대만이 정말로 ‘아시아 성소수자의 등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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