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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서방의 중동 전쟁이 맨체스터 비극 낳았다

6월 8일 총선 결과가 어찌 되느냐에 상관없이, 영국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은 5월 26일 유세로 역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겼다.

보수당이 맨체스터 참사를 악용하려 드는 가운데, 코빈은 그에 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며 최상층 정치인으로서는 최초로, 미국의 중동 전쟁들에 영국이 협조한 것과 테러 공격들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강조했다.

맨체스터 비극은 서방 제국주의가 불러온 역풍

당연히 보수당과 노동당 우파는 즉각 코빈을 공격하고 나섰다. 그 가운데서도, 워싱턴 DC와 뉴욕에서 벌어진 9·11 공격이 이라크 침공에 선행한 일이라며 코빈을 비난한 논평이 가장 멍청한 것이었다.

군인 출신의 보수적 역사가 앤드루 바세비치는 기념비적 연구서인 《미국의 대중동 전쟁》을 썼는데, 그 책은 1970년대 후반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다루며 시작된다. 그때는 지미 카터가 미국 대통령인 시절(1977~81년)이었다.

당시 카터의 안보보좌관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최근 죽었는데, [역겹게도] 지금 미국 민주당 주요 관계자들은 그가 위대하고 선한 인물이었다고 애도하고 있다.

브레진스키는 1998년에 한 인터뷰에서 제 자랑을 늘어놓았다. 아프가니스탄의 좌파적 군사 정부에 맞서 싸우던 이슬람주의 게릴라들을 CIA가 1979년부터 비밀리에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말이다. 브레진스키는 이를 통해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서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그랬듯) 진창에 빠지길 바랐고, 실제로 그리 됐다.

이슬람주의 테러에 불을 붙인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은 브레진스키는 거만하게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세계 역사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 탈레반인가 소련 제국의 몰락인가? 일부 무슬림들이 흥분해서 날뛰는 것인가, 중부 유럽이 해방되고 냉전이 끝나는 것인가?”

브레진스키가 이 인터뷰를 한 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바로 그 “흥분해서 날뛰는 무슬림” 중 일부가 미국의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렸다. 오사마 빈라덴이 알카에다를 결성한 것은 서방이 지원한 아프가니스탄 반란에 가담하는 과정에서였다. 그 뒤 빈라덴이 서방을 적으로 여기게 된 계기는 미국이 중동에서 최초로 직접 대규모 군사 행동을 벌인 것이다. 바로 1991년에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전쟁[걸프전]이다.

2003년에 시작된 두 번째 이라크 전쟁은 또 어떤가? 보수당의 지식인임을 자랑스러워 하는 대니 핀켈스타인은 트위터에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의 대외 정책이 국내에서 테러를 일으켰다고 말한 것은 제러미 코빈이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침공·점령

[2005년] 런던과 [2017년] 맨체스터의 폭발 참사들이 영국의 이라크 침공·점령 후에 벌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둘을 원인과 결과로 묶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복잡하게 쓴 것이다.

이런 궤변은 실제 벌어진 역사에 눈을 감는 것이다.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이하 아이시스)는 이라크 전쟁이 낳은 괴물이다. 아이시스 전신의 창립자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는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까지는 주변적 인물에 지나지 않았다.

이라크 점령으로 말미암은 혼돈과 고통 덕분에 기회를 잡은 알 자르카위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알카에다를 이용해 점령 세력과 비(非)수니파 무슬림 집단을 모두 공격하는 종파적 이슬람주의 군사 조직을 건설했다.

미국이 알 자르카위를 살해하자, [미국의 침공 전까지 이라크를 지배한] 바트당 출신의 군 장교들과 점령군에 의해 투옥됐던 사람들이 모여 아이시스를 만들었다.

서방의 지원 아래 이라크에서 시아파의 종파적 지배가 이어지고 리비아가 혼란으로 빠져들자 아이시스는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지하드 전사들의 행동이 옳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시스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반동적인 조직이다. 그러나 그런 세력들에게 거듭 경청자를 몰아주는 것은 바로 서방의 개입이다.

정치와 군사를 포함한 모든 전략에서, 자신의 행동에 상대방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것은 아주 기초적인 일이다. 이라크 침공이 더 많은 테러 공격을 양산할 것이라는 점은 완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실제로, [이라크 침공 전인] 2003년 2월 [영국의 정보기구인] 합동정보위원회도 그런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라크를 상대로 군사 행동을 벌이기 시작하면 알카에다의 위협은 커질 것이다. 알카에다는 중동에서 동맹군과 서방의 이익을 겨냥할 것이다. 충격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중동이 아닌 지역,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 서방의 이익을 겨냥해 공격을 벌일 수도 있다. 다른 이슬람주의 단체와 개인들에 의한 위협이 세계적으로 확연히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조지 부시와 토니 블레어는 이런 경고를 깡그리 무시했다. 그 뒤로도 서방 정부들은 계속해서 ‘개입과 참극’의 악순환을 이어 갔다. 영국은 2014년 10월 이후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1천3백 건이 넘는 공중 폭격을 벌였다. 이처럼 죽음과 파괴를 일삼는 악마 같은 행위에 코빈이 반대하고 나선 것은 몹시 지당한 일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5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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