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트럼프는 파리 기후변화협약(이하 파리 협약) 탈퇴를 공식화하며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둘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1인당 배출량은 압도적으로 가장 많다. 이런 미국이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나 몰라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각국 정부에 촉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침을 뱉은 것이다. 미국인들도 70퍼센트 이상이 미국이 파리 협약에 남는 것이 옳다고 봤다.

"우리가 부정해야 할 것은 기후변화가 아니라 트럼프" 1월 20일 트럼프 취임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한 환경운동가들.

트럼프의 선언은 각국 온실가스 배출 세력의 입김을 키울 공산이 크다. 폭스바겐, 아우디, 다임러 등 독일의 자동차 기업들을 대변하는 로비단체는 트럼프의 발표 직후 “기후 보호 정책이 성공하려면 먼저 국제 경쟁력을 지켜야 한다”면서 유럽의 환경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폭스바겐은 2년 전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궁지에 몰렸던 회사다.

트럼프의 악랄함 중 하나는 이런 나쁜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미국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고 요란스레 거짓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증가로 말미암은 피해는 평범한 노동자와 서민에게 집중될 것이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을 강타했을 때, 평범한 미국인 수십만 명은 정전으로 고통받았지만 가장 부유한 계층이 사는 지역은 전기 공급이 원활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휴양지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도 고급 호텔의 투숙객들은 진즉 대피했지만 가난한 현지인 수천 명은 수장됐다. 트럼프가 임명한 신임 환경청장은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아동 발달 장애를 낳는 농약 사용 규제, 유해물질 보관에 관한 규제에도 반대하는 악독한 자다.

트럼프는 법인세를 대대적으로 감면하고 각종 규제를 풀어 기업들을 미국으로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고, 그래서 온실가스 규제에 관한 논의가 미국 경제에 불리하다고 본다. 미국 기업들이 화석연료 개발 사업에 나서고, GM 등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불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공화당을 후원해 온 석탄 기업들의 이익도 고려한다. 그래서 “기후변화는 중국이 만든 사기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또 파리 협약을 “퍼주기 협상”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지난 2백 년 동안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배출한 것에 책임을 묻고, 경제적 여력이 큰 만큼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도록 한 것은 여러모로 정당하다. 오히려 선진국들이 아주 미미한 돈만을 지원한다는 것이 진정한 문제다. 그동안 미국 정부가 지급한 금액은 다 합쳐도 연방정부 1년치 예산의 0.026퍼센트(10억 달러)에 불과하다.

트럼프를 비판하는 다른 지배자들도 위선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은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진지하게 나서길 바라며 파리 협약을 지지한다. 그러나 파리 협약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거의 쓸모가 없다는 것이 진실이다.

파리 협약은 각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규정한다. 그래서 일정한 감축량을 각국에 부과했던 교토의정서보다 한참 후퇴한 것이다. 그래서 저명한 미국인 기후과학자인 제임스 한센 박사는 파리 협약이 “사기”, “협잡”이고 “실천은 없고 약속만 있다”고 일갈한 바 있다.

당시 파리 협약을 누더기로 만드는 데 앞장선 것은 미국 오바마와 중국 시진핑이었다.

당시 오바마 정부를 대표해 온실가스 협상을 이끌었던 토드 스턴, 미국의 보수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지배계급의 유력 분파는 지금 트럼프를 비판한답시고 ‘파리 협약 안에 남으면서도 얼마든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환경 파괴를 막아야 한다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생각이 전혀 다른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도 협상 과정에서 국익을 내세우며 파리 협약이 구속력을 갖지 못하도록 (오바마와 함께) 온 힘을 기울였다. 어마어마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석탄 화력발전소들을 지을 요량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이 2016년 한해 동안에 새로 지은 석탄 화력발전소의 규모만 해도 미국의 석탄 발전 전체 용량의 20퍼센트가 넘는다. 게다가 2020년까지 계속 석탄 화력발전소를 늘릴 계획이다.

중국의 석탄 수요를 뒷받침하려고 세계 최대 석탄 광산을 개발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총리, 석탄보다도 온실가스 배출이 더 많다는 타르 샌드를 엄청나게 개발하겠다는 캐나다 총리처럼 최악의 오염을 일으키는 자들도 지금은 ‘우리는 파리 협약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도 핵발전소를 폐쇄한다는 명목으로 석탄 화력 발전을 늘려 왔다.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도전해야 한다

세계 지배자들의 상당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의 원인임을 인정하고, 그중 일부는 지구가 돌이킬 수 없이 손상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지배자들은 자본주의 동역학에 단단히 묶여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적극 나설 수 없다.

세계의 가장 힘 있는 기업들은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그런데 자본주의 국가는 자국 기업의 경쟁력에 의존한다. 그래서 자본주의 국가 운영자들이 보기에 온실가스 문제는 ‘선택사항’인 반면, 값싼 에너지(석탄)나 수익성 있는 사업(화석연료 개발)으로 자국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다. 자본주의가 인간의 생존보다 자본의 생존을 더 우선시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그래서 2008년 세계경제 위기가 닥치자 각국 지배자들은 앞다퉈 온실가스 문제를 내팽개쳤다. 지금 트럼프와 그에 비판적인 지배자들 사이의 진정한 이견은 온실가스 문제를 등한시하는 과정을 일방적으로 할 것이냐 다른 지배자들과 협력적으로 할 것이냐다.

그러나 완전히 다른 대안도 가능하다. 태양과 풍력 등 재생 가능 에너지와 대중교통을 대폭 늘리고 신식 단열 주택을 모든 사람들에게 공급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사실 이 방법은 환경 파괴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해법을 가로막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물욕이나 기술 부족이 아니다. 화석연료 기업, 자동차 기업, 부동산 시장에 의존하는 건설회사·금융권 그리고 그들과 상호의존적 관계를 맺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다. 트럼프의 후안무치한 기후파괴 시도에 대한 분노는 중국이나 유럽 등 다른 지배자들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반자본주의 운동을 건설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온실가스를 줄이면 미세먼지도 줄어든다

미세먼지는 온실가스와 다른 점도 많지만 아주 커다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화석연료가 주요 오염원이라는 것이다.

미세먼지 배출의 상당 부분은 화력 발전소와 승용차의 매연이 차지한다. 대기 중 미세먼지를 생성하는 가스(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휘발성 유기물)의 상당한 양도 화석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배출된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 발전을 늘리고 대중교통을 늘리면 미세먼지의 양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