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교수의 공정거래위원장 지명을 둘러싼 공방에서 일부 진보·좌파 학자들이 ‘김상조 구하기’에 나섰다. 그런데 김상조 후보자가 지금까지 보여 준 정치적 견해에서 과연 좌파나 노동운동 진영이 그를 지켜 줄 만한 것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같은 우파가 김상조 교수의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 우파들은 덜 중요한 문제들인 위장 전입, 다운계약서 체결, 논문 표절 의혹 등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들에서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우파들이 김상조 후보자를 흠집 내려는 것은 실로 메스껍다.

그럼에도 일부 진보·좌파 학자들이 ‘김상조 구하기’에 나선 것은 한솥밥 동료 의식의 표현처럼 보인다. 김상조 후보자의 경제정책 비전 중 좌파·노동운동 진영이 지지하고 방어할 만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상조 후보자는 ‘재벌 개혁 전도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불건전한 지배 구조를 문제 삼는다. 재벌 개혁을 통해 시장 질서를 공정하게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재벌 개혁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박상인 서울대 교수조차 “김 후보자의 재벌 개혁 의지를 신뢰하기 힘들다”고 비판할 정도다.

무엇보다 김상조 후보자의 재벌 개혁은 노동조합 인정이나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노동자들의 이익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구조개혁을 위해 부실기업을 구조조정 해야 할 때 노조는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노동자 양보론을 주장한다. (관련 기사 '[장하성·김상조 등의 문재인 정부 참여] 재벌 개혁이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할까?')

김상조 후보자의 관심사가 자유시장 질서의 회복에 있다 보니 재벌 3세 승계, 원샷법(기업활력 제고 특별법) 등의 쟁점에서 진보·좌파 진영과 다른 입장을 취해 왔다. 김상조 후보자는 이런 문제들이 시장질서 내에서는 성취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에 재벌 3세 승계는 “부정할 수 없다”고 했고, 원샷법에는 찬성했다. 그는 매우 온건한 재벌 개혁론자들 다수가 지지하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10대 그룹 대상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에조차 반대한다.

이런 입장 때문에 김상조 후보자는 일부 보수 우파들에게도 합리적인 인물로 비쳐진다. 바른정당 당협위원장 이준석은 “김 후보자는 합리적 개혁론을 펴는 주류 경제학자로, 삼성에서도 사장단회의에 초청해 특강을 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한 임원은 “김 후보자는 개혁적이면서도 합리성이 돋보인다”며 재벌 개혁의 칼날을 마구 휘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상조 후보자의 경제학도 주류 경제학의 일부로, 전혀 진보적이지 않다. 한국 자본주의의 모든 문제를 재벌의 존재로 설명하는 엉터리 경제학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997년 IMF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김상조 교수는 재벌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전에도 존재한 재벌이 왜 1997년에야 문제가 되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로 알려진 일부 교수들이 ‘김상조 구하기’에 서명했다. 필자의 은사인 경상대학교 정성진 교수도 그중 한 명이다. 고전적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입론한다는 학자가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방어하는 데는 조금치도 관심이 없는 인물을 구하는 데 열심인 것은 일관성 없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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