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 문재인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11조 2천억 원을 편성해 일자리 11만 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무원 1만 2천 명을 포함해 공공부문 일자리 7만 1천 개, 민간 일자리 3만 9천 개 등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추경 11조 원을 추진하면서 일자리 창출은 청년인턴 2만 개만 제시한 것과 대조된다.

게다가 최근 문재인은 “정부가 일자리를 위한 최대 고용주가 돼야 한다”며 “단 1원의 국가 예산이라도 반드시 일자리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성도 “재난에 가까운 현재 일자리 상황과 실업 상태, 분배 악화 상태에 대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응만 기다리며 방치할 수는 없다”며 추경 필요성을 역설했다.

‘일자리 추경’이라는 홍보와 달리 소심한 재정 정책 때문에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우파 야당들은 모두 추경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국가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포퓰리즘’이라거나 ‘일자리 창출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기업이 돼야 한다’며 말이다.

그러나 우파 정당들의 대책은 집권 시에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법인세 인하 등 다양한 친기업 정책을 추진했다. 반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임금·일자리 없는 성장’ 때문에 더욱 어려워졌다. 이른바 ‘낙수 효과’가 전혀 없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 것이다.

2012년 공식적으로 7.5퍼센트이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8퍼센트까지 높아졌다. 올해 4월 청년실업률은 11.2퍼센트까지 올라 4월 기준으로는 최대인 데다, 취업 준비생 등을 포함한 ‘사실상 청년 실업자’는 1백20만 명이다. 청년 4명 중 한 명(23.6퍼센트)이 실업자인 셈이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것은 “재난에 가까운” 상태를 극복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불확실

그러나 이번 추경안은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늘리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우선 추경안에 따라 직접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일자리는 8만 6천여 개뿐이다. 나머지 2만 4천 개는 직업 교육 확대, 창업 지원, 고용 장려금 등으로, 간접적으로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게 한다는 것이어서 계획으로만 그칠 가능성이 높다. 2015~16년에도 이와 비슷한 추경이 편성됐지만 편성된 예산을 다 사용하지도 못하고 실패한 바 있다.

민간 부문에서 직접 창출한다는 일자리 1만 5천 개도 불확실하긴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3명 채용하면 그중 한 명의 인건비를 연간 2천만 원까지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계획인데, 이 지원금을 받으려고 중소기업이 일자리 2개를 더 만든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에서 만든다는 일자리 7만 1천 개의 대부분도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5만 9천 개 중 절반이 넘는 3만여 개가 계약 기간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밖에 안 되고 월 급여도 27만 원짜리인 공익형 노인 일자리다. 그 외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사실상 임시직에 해당하는 직종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처럼 이번 추경안은 1백20만 명이나 되는 청년 실업을 해결하는 데 턱없이 미흡하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계획을 내놓은 것은 이전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재정 투입과 양질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극구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추경 11조여 원 중 10조 원은 남은 지난해 세금과 계획보다 더 걷힌 올해 세금으로 충당한다. 박근혜 정부가 빡빡하게 짜 놓은 예산안 이상으로 더 걷힌 것을 쓰겠다는 것밖에 안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추경을 해도 오히려 국가채무 비율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 GDP 대비 40퍼센트 미만일 것으로 예상된다.

냉정하게 말해, 이번 추경안은 언 발에 오줌 누는 정도의 효과밖에 없을 것이다.

심각한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인상 등으로 민간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할 뿐 아니라 최대 고용주인 정부가 시급히 재정을 투입해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늘려야 한다. 대기업·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소득 주도 성장’을 어떻게 봐야 할까?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강조한 추경안을 제시하자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내세워 온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실행하는 신호탄이라는 희망 섞인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자리 증가 → 소득 증가 → 소비 증가 → 투자 증가 → 일자리 증가’로 성장과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선순환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봤듯이 이번 추경안은 ‘일자리 추경’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다.

이번 추경은 ‘일자리 추경’으로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다 

게다가 설사 일자리와 소득을 대거 늘리는 데 성공하더라도 경제 불황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소득 주도 성장론이 경제 불황의 주된 원인을 소비 부족이라고 잘못 짚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아무리 일자리와 임금을 올린다고 해도 노동자들은 생산된 상품 전체를 구입할 수 없다. 기업주들이 이윤으로 가져가는 만큼 투자하지 않으면 모든 상품이 팔리지 않는 위기가 벌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하에서 경제 성장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대중의 소비보다는 자본가들의 투자다.

공공 일자리를 늘리려 했던 1930년대 미국의 뉴딜 정책은 일시적인 효과는 거두었지만 그 회복은 매우 미약했다. 또, 1937년에 미국 정부가 지출을 줄이자 또다시 “역사상 최악의 경기 후퇴”를 맞아야 했다는 점은 소득 주도 성장론의 한계를 잘 보여 준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임금은 자본가들의 투자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경제 불황기에 투자 위축은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부르고,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 이윤을 벌충하려 한다.

따라서 일자리 확대, 임금 인상 등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고, 이 투쟁은 자본주의 자체를 뛰어넘는 근본적 사회 변혁을 추구해야 지배자들의 양보를 얻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