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 회복세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변화 흐름은 물가 상승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원유가 대표적인데, 2016년 초반 배럴당 20달러대까지 하락했다가 지금은 50달러 내외를 보이고 있다. 그 외에도 철강, 전자부품 등 제조업 제품의 단가가 상승하거나 하락세를 멈췄다.

그러나 물가 상승은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보다는 공급 조정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가 상승은 산유국들이 저유가로 말미암은 수출 감소와 재정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적극적 감산에 나섰기 때문이다. 철강 제품의 가격 상승은 중국이 생산 능력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덕분이다.

공급 축소를 통한 제조업 제품과 일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세계경제의 디플레 위기를 완화시킨 효과는 있다. 그러나 이런 추세는 본격적인 회복 국면을 이끌지 못한다. 경기 하강 추세는 멈췄지만 지속적인 수요 확대를 가져다 줄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래로 세계경제를 이끌었던 중국도 뚜렷한 성장세 둔화로 고생하고 있다. 고성장 시기에는 드러나지 않던 문제들(높은 부채, 기업 수익성 저하 등)이 중국 경제를 가로막고 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은 최근 많이 약화됐다. 물론 내구재 소비가 약간 증대하고 미국 기업들이 재고를 확충하는 동안 제조업 경기가 회복되는 듯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을 우려한 연준의 금리 인상은 소비와 건설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다.

일본의 수출 회복이나, 독일의 제조업 자동 생산 체계 구축을 통한 생산성 증대는 세계경제를 장기 회복으로 견인할 수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강화되면 세계경제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는가?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맞자, 반도체 경기가 ‘슈퍼 사이클’(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에 들어섰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가 슈퍼 사이클을 이끌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5세대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카, 인공지능, 로봇산업 등에는 ‘빅데이터’ 처리 기술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생겨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해 말 수출 부진과 내수 위축 그리고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말미암은 타격으로 한국 경제가 추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상전벽해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반도체 호황으로 말미암은 경제 성장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이 대폭 늘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전 세계 D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17년 상반기에 반도체 부문에서 사상 최대인 영업이익 20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시장 조사업체인 IC인사이트는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는 8백53억 달러(98조 원)에서 2021년 1천99억 달러(1백26조 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확대는 데스크톱 컴퓨터의 고용량 메모리를 사용하는 그래픽 게임 수요가 증가한 것과, 비보·오포·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생산자들이 고용량 메모리를 스마트폰에 장착한 덕분이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최근 투자은행 UBS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호황은 재고 부족이 낳은 일시적 호황이고, 2분기에 가면 오히려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JP모건과 노무라증권도 이런 견해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듯, 2분기 들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더욱이 중국 변수도 존재한다. 올해부터 중국 기업들의 낸드플래시 설비 투자가 확대되면서 2019년에는 중국발 메모리 공급 과잉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반도체 호황을 낳을지도 미지수다. 설사 ‘4차 산업혁명’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더라도, 중국의 투자 증가와 반도체 부분의 빠른 생산성 향상 속도 등으로 반도체 기업들이 높은 이윤을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두어 분기 정도의 일시적 기간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누릴 수는 있겠지만, 그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어렵다.

한국 경제는 회복되고 있는가?

2016년 한국 경제를 이끈 요인은 단연 부동산 건설이었다. 2015년 4.7퍼센트였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6년 마이너스 2.3퍼센트로 급락했고, 민간소비 증가율도 2.5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건설투자가 10.7퍼센트 성장한 덕분에 지난해 성장률은 2.6퍼센트를 기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6년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건설 투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수출 부진과 중국의 사드 보복 그리고 민간 소비 위축으로 한국 경제의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2017년 1분기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출의 급증하고, IT 부문의 설비투자가 증대했을 뿐 아니라, 예상과 달리 건설 투자도 늘어나면서 분기성장률 1.1퍼센트라는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설비 투자나 수출 증가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IT 제품과 석유화학 관련 품목에 한정돼 있다. 자동차, 조선, 무선통신기기 등 한국 경제의 다른 주력 품목들의 수출은 정체하거나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그래서 현대경제연구원의 경제연구실장 주원은 “기형적이고 취약한 성장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의 수출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미국의 성장세 둔화, 원자재 가격 정체로 원자재 생산 개발도상국들의 경기 회복 지연, 서방 국가들의 보호무역주의 등의 영향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 한국 경제는 수출 호조로 2퍼센트 후반의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는 둔화하면서 작년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다음과 같은 사정으로 한국 경제 전망은 더 어둡다.

첫째, 세계경제가 회복다운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장기 불황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세계 교역 증가와 유가 등의 상승은 앞에서 말했듯이 제조업 수요 회복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공급 조정의 효과이다. 오히려 서방 선진국과 중국의 제조업 성장세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수출을 통해 성장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둘째, 한국은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세를 보일 것이다. 그 규모는 올해는 1만 명 정도지만 2020년에는 연간 20만 명에 이를 것이다. 특히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도가 다른 국가들보다 빨라 중장기 성장세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경쟁력 저하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낮출 것이다. 게다가 내수 확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최근 가계 부채가 1천3백조 원을 넘어섰고, 공적 연금이 개악돼 노후 보장 역할을 하기 어려우며, 양질의 일자리 확대가 없는 상황에서 소비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긴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