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6월 11일 추가 내각 후보자로 발표한 명단을 두고 우파가 “코드 인사”라며 반대하고 있다. 가당치도 않다. 국방부장관 후보자인 해군참모총장 출신 송영무는 군부의 주류를 이뤄 온 육군 출신이 아니라는 점을 빼면, 구 여권의 호전적 인물들과 다를 게 전혀 없다. 그는 장관 후보 지명 후 국방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놓고 “북괴”라는 표현을 썼다. 요즘은 국방백서에서도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데 말이다.

송영무는 NLL(북방한계선) 사수를 강조하면서, 1999년 이른바 제1차 연평해전에서 전투전단장으로 북한에 대승을 거둔 지휘관이었음을 자랑으로 내세운다. 그리고 심지어 아예 한국군이 사드를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물론 문재인 인사에는 개혁 성향 인물들도 약간 섞여 있다. 교육부장관을 겸하는 사회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나 노동부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법무부장관 후보자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그렇다. 김상곤 전 교육감은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아 첫 직선 진보교육감이 된 후 무상급식 등을 실시했다.

그렇다고 해도 다 진짜로 개혁적인 것은 아니다. 안경환은 검찰 출신이 아닌 법무부장관 후보로, 문재인이 민정수석 조국과 함께 검찰 개혁을 맡기려는 듯 보인다. 하지만 안경환은 국가인권위원장 시절인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촛불 시위 과격 진압에 늑장 대응해 진보진영과 인권단체들의 항의를 받았다. 6월 말 촛불 집회에서는 인권위 직원이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는데도 10월에 가서야 인권위의 공식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명박의 인권위 약화 시도가 취임 전부터 지속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안경환이 정권 눈치 보기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순 없다.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당시 위원장 김창국)는 노무현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을 지지하며 파병하려 할 때 전쟁 반대 의견을 공식 채택·발표했다. 여당은 물론 야당인 한나라당까지 인권위를 비난했음은 물론이다. 한때 국가인권위는 스스로 “국가의 왼손”을 자처하기도 했다. 이런 과거를 감안할 때, 안경환의 당시 행동은 전혀 ‘인권스럽지’ 못하다.

안경환은 또한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정희가] 유신 이후 보인 행적은 결코 용납할 수 없지만, 그 전에는 그가 시대적으로 맡아서 한 소임이 있었다 … 박근혜로 인해 박정희라는 개인이 상징하는 그 시대의 모든 것이 다 무너진 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
[※ 안경환에 대한 더 자세한 폭로는 다음 후속 기사를 보시오. ☞ “문재인은 안경환 법무장관 내정을 철회하라”]

일각에서는 환경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김은경도 환경운동가 출신이라고 소개했으나, 실제로 환경운동 경력보다는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비서관을 지낸 경력이 눈에 띈다. 그가 2010년 설립해 대표를 맡아 온 지속가능성센터 ‘지우’의 주요 활동은 진보적 환경운동이라기보다는 지방자치단체 등에 지속가능 발전과 경영에 관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속가능 발전” 담론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담론처럼 실질적인 사회 변화보다는 정부와 기업 등 기성 체제에 진보적 외피를 씌우는 것으로 비판받아 왔다. 스타벅스가 일부 원료를 공정무역으로 구입해 공정무역 기업 소리를 듣는 것과 본질적으로 비슷하다.

조대엽은 우파로부터 음주운전 전력을 비판받고 있지만, 이 행위는 매우 사소한 실수여서 문제삼을 게 전혀 못 된다. 더구나 그는 실제로 고려대 출교생들의 항의 투쟁을 지지방문하고 귀가 길에 그 사소한 실수를 범했다.

조대엽이 박근혜의 성과연봉제에는 반대했지만, 그를 친노동 개혁가라고 부를 수는 없다. “탈계급 민주주의”를 주장해 왔고, “‘노동계급’의 시대에서 ‘노동하는 시민’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계급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라는 것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가 원장인 고려대 노동대학원의 대표 과정인 노사정최고지도자과정과 노사관계전문가 과정은 노조 상임 지도자들만이 아니라 노동부 관료들과 기업의 노무 관리 임직원들이 수강하는 과정이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조대엽의 임무는 문재인이 지난 10일 6월항쟁 30주년 기념사에서 강조한 “노사정 대타협”을 추진하는 것이 될 듯하다. 문재인은 그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 가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그 해법으로 “노사정 대타협”을 강조했다. 조대엽은 문재인의 일자리 공약 구상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 구상이 참조했다고 하는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임금총액도 줄인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조대엽 후보자 지명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듯한 논평을 발표한 것은 성급하다.


문재인 인사 변호론 비판 ― 우파만 의식하지 말고 노동자와 피차별자의 이익도 의식하라

1917년 러시아 2월 혁명 이후 집권한 자유주의자들은 급진적 노동자들과 반동적 왕당파 사이에서 끼어 좌우로 얻어터졌음을 그린 《만화로 보는 트로츠키》(책벌레)의 한 장면.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민중 운동과 자본가·친제국주의자들 사이에서 압착될 상황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진보진영의 가장 온건파들은 자유한국당 등 우파가 문재인 내각 후보자들의 임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문재인의 인사를 변호하고 있다. 진보·좌파 지식인들이 김상조 임명을 위해 서명한 것이 대표 사례일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이 조대엽에게 기대감을 공식 표명했다. 여성운동 대부분은 반기문 지지자 강경화의 임명을 지지하고 있다.

문재인 인사를 변호하는 진보진영 온건파들은 대체로 구 여권인 자유당과 조중동 등 우파가 이들의 임명에 반대한다는 점을 근거로 삼는다. 우파가 반대하므로, 반(反) 우파 진영은 그들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진영 논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첫째, 그들은 진보·좌파가 방어할 수 없는 것들을 방어하려고 한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어디 있냐며 말이다. 강경화의 딸 위장 전입은 평범한 노동자와 민중은 언감생심인 특혜와 특권 문제이다. 그래서 강경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촛불의 요구인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입장도 분명치 않다.

김상조의 경우, 자기 논문 표절 의혹이야 아예 쟁점도 되지 못한다(좌파가 저작소유권 논리를 우파와 공유할 이유가 없으므로). 그러나 김상조의 재벌 개혁론이 전혀 노동계급 친화적이지도 시장 규제적이지도 않은데도 진보·좌파가 그를 편들 이유는 없다.[관련 기사: 김상조를 지지하지 않으면 재벌을 지지하는 셈인가?, 진보·좌파 학자들의 ‘김상조 일병 구하기’(개정판)]

우파가 무엇에 반대한다고 해서 그 무엇이 자동으로 진보적인 것은 아니다. 가령 노무현이 박근혜가 이끄는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 한나라당은 꼼수라며 결사 반대했다. 그렇다고 진보·좌파가 대연정 제안에 찬성했어야 하나?

어떤 이는 2004년 초, 당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주도한 노무현 탄핵 때를 기억해야 한다며 우파의 최근 문재인 인사 반대가 당시의 반동과 비슷한 것인 양 혼동을 드러낸다. 완전히 추상적인 비교일 뿐이다.

2003년 내내 노무현 정부는 여당 의석수가 1백 석도 안 돼 공식정치에서는 세력이 약한 정부였다. 그런데도 우파는 노무현 정부의 등장으로 대중의 개혁 염원이 커지는 과정을 중단시키려고 했다. 문제는 노무현이 취약한 입지를 극복하려고 우파에게 구애하다가 우파의 지지도 못 받고 지지층만 떨어져 나가게 한 것이었다. 우파는 당시의 민주당과 함께 이것을 기회 삼아 국회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노무현을 국회에서 탄핵했다.

직선제로 뽑힌 대통령이 지지율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대중이 퇴진까지는 바라지 않는 상황에서, 반동적 우파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제거될 수 있다면, 그것은 반동적 결과를 낳을 것이었다. 그때 노무현 탄핵이 성공했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앞당겨서 2004년부터 등장했을 것이다.

대중이 사태의 본질을 꿰뚫어 봤기에 즉각적으로 대중적인 탄핵 반대 운동이 벌어졌다. 탄핵 반대 여론(70~80퍼센트)은 당시 노무현 지지율의 갑절이었다.

지금의 정치 지형이 그런 상황인가? 문재인 정부는 거대한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성공을 거둔 배경 속에서 등장했다. 이 운동은 정치 지형을 (급격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좌경화시켰고, 역대 최대 표차로 문재인이 대선 1위를 하는 상황에서도 진보정당 후보(정의당 심상정)가 최초로 2백만 표 넘게 득표했다. 반면, 우파는 사분오열하고 절대 득표도 추락했다. 이런 배경에서 지금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높고 우파 정당들의 지지율은 추락했다.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이 문재인 인사 문제에서 오락가락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세력 관계를 따지지도 않고 노무현 탄핵 경험 운운하는 것은 일종의 기억상실증이다. 좌파라면 여론조사나 온라인 댓글들에 휘둘리지 말고, 우파의 위선을 폭로하면서도 친민주당계 언론들이 잘 보도하지 않는 반노동계급적·반민중적·친제국주의적 측면들을 보도해야 한다. 이낙연의 전두환 찬양 보도가 결코 민정당 사무총장의 발언 인용 보도만 있는 게 아닌데도, 그 점을 지적하는 보도를 “가짜 뉴스” 취급한 부정직함도 비판해야 한다.

특히, 좌파라면 친민주당계 언론이나 지식인들이 “개혁성”이라고 포장하는 것이 노동계급 친화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한국 자본주의의 효율과 착취율을 높이려는 개혁(부르주아적 개혁)에 불과하다는 점을 노동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릴 책임과 의무가 있다. 좌파가 할 일은 자유주의적 개혁을 변호하는 게 아니라, 경제 위기 때문에 결국 다가올 공격에 대비해 노동자들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즉, 노동자들의 의식과 투쟁성을 강화시키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덧붙여, 그런 폭로와 비판이 반드시 우파를 이롭게 하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이 그 자리를 ‘진보 인사’로 불리기에 합당한 인물로 대체하면 된다. 선택의 문제다. 따라서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일관성 없고 불충분한 개혁 행보에 있는 것이지, 좌파의 원칙적인 비판에 있는 것이 아니다.(우리가 김상곤 비판은 자제하고 있음을 눈여겨 봐야 한다. 하지만 그의 정책과 행동이 개혁 염원 대중의 기대에 못 미치고, 진보·좌파의 가치에 미흡하면 그때는 가차없이 폭로와 비판을 할 것이다.)


부패가 여야 간 정도의 차이일 뿐임을 인정한 김진표 

문재인 정부의 정권 인수위 노릇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위원장 김진표는 6월 11일 “꽤 괜찮다고 알려진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우리 사회에서 매도되는 현상”을 극복하자면서 인사청문회 이원화 방안을 제안했다. 정책 검증은 공개적으로 하고,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처음부터 꼬이는 상황을 타개해 보려는 의도일 것이다. 스스로 개혁 인사로 꼽은 김상조(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이수(헌법재판소장) 등의 임명 절차가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강경화 임명에는 자유당은 물론 국민의당까지 반대하고 나섰고 국회 인준 절차를 겨우 통과한 국무총리 이낙연도 곤란을 겪었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이미 공약 사항인 ‘인사원칙 5대 기준’을 하향 수정했다.

추가 내각 인선에서도 국방부장관 후보자 송영무의 위장 전입 등을 선제 공개해야 했다. 11일에 발표한 명단은 ‘탕평’과 함께 ‘개혁’ 인사 색채를 부각했는데도 그랬다.

사실 인사청문회 이원화를 위한 법 개정안은 이미 박근혜 정부가 2014년에 내놓은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후보자들마다 비리 사실이 너무 많아 청문회도 가기 전에 총리, 장관 후보들이 낙마하는 곤경을 겪어야 했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불거지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김병준을 제외해도 박근혜 정부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6명 중 3명이 부패·비리 문제로 청문회도 못해 보고 후보자를 사퇴했다.

당시 새누리당 사무총장이던 윤상현은 인사청문회 이원화를 주장하며 현 청문회 제도가 “정치공세, 망신주기[나 하는] … 구태 정치”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제1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은 ‘공개 청문회를 통한 꼼꼼한 검증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며 반대했다.

이런 전례를 봤을 때, 김진표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첫 인사가 내포하는 위선과 난처함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깨끗한 (자유주의자) 인재 풀도 새누리당 때와 정도의 차이만 있다는 점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