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에 통과된 미국의 북한인권법, 현재 추진중인 일본의 북한인권법은 모두 북한의 인권 상황을 문제시하며, 탈북자들의 자국 수용을 조항에 포함하고 있다.

얼핏보면, 대수롭지 않은 내용들이지만 인권과 대량 탈북을 매개로 대북 압박을 수행하기 위한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인류 보편적 가치로 받아들여져야 할 인권을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북 압박 전략의 강화를 촉구하고, 또한 미국과 일본의 대북 강경론에 부화뇌동하는 반북 우익 단체들의 움직임도 마찬가지 맥락에 있다.   

이와 같이 인권을 정치 수단화하는 것은 인권의 실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인권 상황을 악화시키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에 더해 일본마저 북한인권법을 제정한다면 북미·북일 간의 대립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 대립과 갈등의 ‘비용’을 모두 북한 민중들이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대북 제재와 압박, 북한 붕괴를 통해 인권을 증진시키겠다는 이들의 논리가 현실로 드러난다면 모든 피해는 한반도의 민중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지옥에서 천국을 구하겠다는 논리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은 접근법이 의도와 발상이 ‘불순하다’는 것 이외에도, 과연 현실적으로 북한 민중들과 탈북자들의 인권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과 그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탈북자는 북한 체제의 모순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90년대 말 이후에는 ‘제한적인 시장화’ 조치 등으로 인해 발생한 배급 체계의 붕괴와 자원 배분 체계의 왜곡에 따른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조중 국경을 월경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 부분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과 탈북자 문제가 북한 체제의 ‘변화’ 없이는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을 재난적 상황으로 몰아붙여 최대 30만 명으로까지 추정하기도 하는 대량 탈북 유민을 양산한 것은 미국의 북한 고립·봉쇄 정책 그리고 남북한 간의 냉전적 대립구조에 기인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종교 단체와 브로커 등을 통해 ‘기획탈북’하는 수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획탈북을 유도하고 탈북자들을 미국과 일본에 수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단견적 접근인지 명확해진다.

사실, 이러한 접근을 주장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이들은 북한 민중들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고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민중들과 탈북자들의 인권을 볼모로 북한 체제 고립·붕괴라는 정치적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한다는 것을 재삼 확신시켜 줄 뿐이다.    

북한 인권 문제는 우리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국제적인 문제가 되어 버렸다. 작년 4월 유엔인권회의는 대북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임명했다. 올해 3월 말부터 시작하는 유엔인권회의에서도 대북인권결의안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남한의 진보 평화 세력들도 입장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북한 인권 문제 ‘날조론’이나 북한 인권 문제 제기 ‘시기상조론’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각은 한반도의 평화와 인권을 대립적으로 보아오던 기존의 사고방식을 여전히 답습하는 것이며, 이미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침묵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특수성을 내세워 보편적 가치를 유보하는 이중잣대로 비판받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견지해야 할 문제의식은 ‘북한 인권 상황의 개선 필요성에 동의한다. 탈북자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 개선도 시급한 과제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또한 무엇이 북한 민중들과 탈북자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인가’이다.

이것이 스탈린 체제의 본질을 간파하지 못했던 유럽의 구좌파와 납치 문제를 픽션이라고 주장했던 일본 혁신 세력들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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