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인력 부족은 노동자와 승객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고(故) 조영량 조합원 추모결의대회 ⓒ출처 철도노조

철도노조는 지난 6월 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2017년도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을 확정하고 6월 24일 전국 집중 집회를 연다. 민영화 폐기, 외주화 제로(ZERO)와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신입사원 연봉제 철회, 후퇴한 단협 복원 등이 주요 요구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측은 노무현 정부가 철도 민영화의 일환으로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으로 분리한 것을 다시 합치는 것(‘상하통합’)에 찬성했다.

국토부 장관 후보자 김현미는 최근 “철도를 민간에 매각해 민간이 소유, 운영하는 철도 민영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SR(수서고속철도)의 공공기관 지정 또는 재통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철도 노동자들은 역대 정부가 추진한 철도 민영화에 제동이 걸릴지 여부에 관심이 높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중단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김현미는 철도 상하통합과 SR통합을 “검토”하겠다고 하면서도 철도공사와 SR의 경쟁이 “철도 투자 확대, 공사 경영 효율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도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영 효율화’는 정규직 감축과 외주화 확대, 노동강도 강화 등 노동조건 공격과 구조조정을 정당화하는 단골 논리였다. 이것은 철도의 안전과 공공성 약화로 이어졌다.

지금도 철도공사는 SR 개통 이후 적자가 늘어났다며 노동조건을 공격해 인건비를 줄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공사와 SR을 통합하면 적자는커녕 늘어난 운영 수입으로 요금도 낮추고 적자 노선 지원 등 철도 서비스를 대폭 개선할 수 있다.

그래서 철도 노동자들은 이런 조처들을 되돌리고 민영화를 완전 폐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철도노조는 2015년에 폐지된 근속승진제를 부활시키고, 임금피크제를 폐지하라는 요구도 내걸었다. 철도 노동자들은 그동안 임금 인상이 억눌리고 심지어 각종 단협 개악으로 후퇴한 권리를 되찾길 바란다.

최근 광운대역 수송원 노동자 사망 사고가 보여 주듯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한데도 사측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휴무를 강요해 노동 강도와 사고 위험이 높아졌다. 이 점도 노동자들의 큰 불만이다.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인 공공기관 ‘정상화’ 공격 ― 근속승진제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각종 복지 축소, 외주화 확대 등 ― 으로 후퇴한 노동조건을 회복하려는 철도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외주화 중단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철도노조의 요구 중에는 외주화 중단, 기존 외주 업무 환원, 생명안전-상시고용업무 직접고용 요구가 중요한 과제로 포함돼 있다.

6월 14일 철도 비정규노조 연대회의가 출범했다. 여기에는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코레일네트웍스지부·부산고속차량KR테크지부와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철도고객센터지회가 참여했다. 이들은 철도공사의 자회사 정규직·무기계약직·계약직과 철도공사의 민간외주업체 소속 노동자들이다. 모두 철도공사가 “진짜 사장”인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특히 코레일네트웍스지부는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한 뒤, 직접 고용과 임금·처우 개선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커지면서 노조 가입이 급속히 늘었다.

최근에는 민간 외주 업체 노동자들이 철도노조에 대거 가입해 부산고속차량KR테크지부를 결성했다. 이들은 정규직과 똑같이 KTX를 정비하는 노동자들로, 1백71명 중 1백2십 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철도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철도노조 가입을 환영하고 연대를 확대하려 노력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정규직화 투쟁에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일과 같거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므로 이들의 조건 개선은 노동강도를 낮추고 업무 간 소통도 원활하게 만들어 철도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철도공사와 자회사들은 정부가 정한 정원에도 못 미치는 인원을 고용하고 있다. 따라서 노조의 요구처럼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함께 인력도 충원해야 한다.

지금 철도 노동자들의 요구들이야말로 공공부문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대로 늘리는 방법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만든다는 일자리 7만 1천 개의 대부분은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다. 계약 기간이 6개월이나 1년도 안 되는 계약직이 절반에 가깝다. 임시직도 상당하다.

따라서 실제로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을 ‘제로’로 만들려면 노동자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 공공부문의 진짜 사용자인 정부로 하여금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늘리게 하고, 이러한 재원을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 마련하게 강제할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철도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 확대는 이런 힘을 더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