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50일이 넘게 점거 농성을 이어 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1백53일간 이어 온 1차 점거 농성은 학교 측의 공격으로 중단됐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4월 4일 학생총회를 열고 “실시협약 철회”를 다시금 요구하며 5월 1일 재점거에 들어갔다.

학생들이 본부를 또다시 점거하자 비로소 학교 당국은 전에는 한사코 응하지 않던 대화 테이블에 나왔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이는 제스처에 불과했다. 학교 측은 6월 8일부터 진행된 학생들과의 ‘사전 면담’ 자리에서 “시흥캠퍼스 사업의 원점 재검토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시흥캠퍼스 건립의 가·부(찬반)는 협의회의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대화가 진행되는 기간에도 점거 학생 4명을 형사고발하고, 12명에게 ‘징계 혐의 사실 통지서’를 발송했다. 고발당한 학생 중 이미 2명은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까지 받았다.

6월 20일 4차 사전 면담 직후, 학교 당국은 징계위원회를 열 것이라며 학생 12명에게 출석하라고 통지했다. 학생 측이 “징계 철회”를 요구해 왔는데,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뒤통수를 치며 징계위원회를 강행한 것이다. 징계위원회는 7월 4일에 열릴 예정이다.

협상 자리에 나오는 보직 교수들은 “징계는 징계위원회 소관”이므로 자신들 “권한 밖의 일”이라고 둘러댔다. 그러나 징계 의결 요구권(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권한)은 학생처장에게 있으며 그 스스로가 징계위원회의 부위원장이다. 징계위원회 위원장도 대학본부의 교육부총장이 맡게 되며, 무엇보다 최종적인 징계권은 총장에게 있다.

이처럼 학교 당국은 겉으로는 대화하자면서 뒤로는 실시협약 철회 논의를 아예 일축하고, 형사고발과 징계를 강행하는 기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징계를 위협하는 학교 당국과 협상을 할 수는 없다. 협상을 당분간 잊고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사회적 쟁점화

필자를 포함해 징계 대상 학생들은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지 않고 투쟁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연대를 강화해 서울대 당국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더욱 쟁점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지금까지 많은 분들과 단체들이 서울대 학생들의 투쟁을 지지해 왔다. 5월 초 학생들의 점거 투쟁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에 1백79개 단체가 함께했다. 그리고 5월 중순 학교 당국의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연서명에 국회의원 등을 포함해 1만 5백26명이 참가했다. 5월 말에는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와 학생탄압 중단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회의’(이화 대책회의)가 결성돼 연대 하고 있기도 하다.

시흥캠퍼스 철회 문재인 정부가 나서라 6월 20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 기자회견

6월 20일에는 광화문에서 대책회의와 서울대 총학생회가 공동 주최해, “대학 적폐 1호 서울대 사태” 해결을 문재인 정부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시흥캠퍼스가 시흥시에서 민주당 정치인들이 앞장서 추진한 사업이니만큼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대는 법인화가 됐어도 여전히 국립대이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총장의 임명과 파면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교육부 차관과 기획재정부 차관이 서울대 이사로 파견돼 서울대의 운영에 깊이 관여한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도 서울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문제에서 자유로운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시흥캠퍼스를 철회하고 성낙인 총장을 퇴진시키는 데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사태 해결을 문재인 정부에 촉구하는 운동을 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나서라고 촉구하는 서명 운동도 할 계획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도움으로 시흥캠퍼스 추진 과정에서의 비민주·반인권 행위를 국가인권위에 진정할 계획이기도 하다.

물론 민주당 정부와 그 국가인권위원회에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냉철하게 전망하건대, 정부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청원하는 캠페인은 더 폭넓은 대중적 각성과 참여, 지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학교 당국은 미온적인 대화와 탄압을 혼합한 ‘엿과 채찍’으로 학생들의 투쟁을 꺾으려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끈질기게 저항하며 연대를 확대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