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다이크 행진”에서 주최 측은 옳게도 시온주의자 3명의 참가를 막았다. (“다이크”는 원래 여성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용어였으나 그들 자신이 적극적으로 전용하기도 한다.)

주최 측은 이 행사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시온주의에 반대”한다고 밝히고, “[시온주의자들이 들고 온] ‘다윗의 별’ 깃발은 다른 참가자들에게 위협적”이라며 해당 깃발을 들고 행진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시온주의자들이 성소수자 해방을 내세워 자신을 미화하는 위선에 통쾌하게 한 방 날린 것이다!
시온주의자들과 이스라엘 로비단체들은 즉각 주최 측이 “유대인을 배척”했다고 비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아류 제국주의적 건국 이데올로기인 시온주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과 노엄 촘스키, 노먼 핀켈슈타인 등 많은 유대인들도 비판하는 정치 사상이다. 시온주의 비판을 유대인 배척이라 말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주최 측은 옳게도 “우리는 반유대인이 아니라 반시온주의다”라고 반박했고, 이 날 행진에는 시온주의 반대, 팔레스타인 해방 기조에 동의하며 참가한 유대인 성소수자 참가자도 있었다고 밝혔다.
소식이 전해지자, 그동안 이스라엘의 ‘핑크 워싱’을 비판해 온 많은 진보적 성소수자들과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은 크게 반기며 주최 측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미국의 가장 큰 성소수자 단체이자 로비단체인 ‘인권캠페인’(Human Rights Campaign: 이하 HRC)은 시카고 조직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HRC는 성소수자 권리 침해를 명분으로 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개입을 오랫동안 지지해 왔다.
안타깝게도, 다음 날인 6월 25일 역시 시카고에서 진행된 더 큰 규모의 자긍심 행진(별도 주최)에서는 이런 진취성이 반복되지 못했고 오히려 흑인 트랜스젠더 등 약 40명에 의해 가로막히는 일이 벌어졌다. 그 활동가들은 성소수자 운동 주류가 급진적 전통에서 멀어졌다며 스톤월 항쟁을 이끈 유색인 트랜스젠더 여성들인 실비아 리베라와 마샤 존슨의 모형을 들고서 경찰의 흑인 살해와 자긍심 행진의 기업화를 비판하고, 트랜스젠더 문제를 더 비중 있게 다룰 것을 요구했다.
지난 10일 워싱턴DC의 자긍심 행진에서 ‘정의 없이 자긍심 없다’ 활동가들이 제복 경찰의 행사 참여, 군대 후원금 등을 비판하며 가로막은 것과 비슷한 일이 또 반복된 것이다.
성소수자 운동 내 친제국주의·친기업 정치에 대한 논쟁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지금, 한국의 성소수자 해방 운동도 초기의 급진적 지향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