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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최근 부쩍 강화된 정치 탄압은 지배자들의 위기감을 보여 준다

지난 몇 주간 이집트 정부는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탄압을 더한층 강화했다.

군부 독재 하에서도 반정부 투쟁을 벌인 베테랑 사회주의자 카말 카릴이 최근 자택에서 연행됐다. 혁명적 정치단체인 ‘4월 6일 청년 운동’과 2013년 쿠데타 이후 군부의 정치 참여를 비판해 온 ‘빵과 자유당’ 등의 활동가들도 잇따라 연행되거나 궐석 재판으로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인터넷 차단에 시달리는 단체도 1백 곳이 넘는다.

이처럼 탄압이 강화된 배경에는 이집트 정부를 향한 대중의 불만이 커진 것이 있다. 정부는 법원의 제동 시도도 무릅쓰고 일부 영토(홍해의 섬 2곳)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양도했다. 지난해 초 수년 만에 대규모 시위가 터져 나올 정도로 섬 양도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분노는 크다.

이집트 정부의 섬 양도 강행은 사우디아라비아에게서 받는 재정적 지원이 사활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혁명 전부터 이집트는 외환 보유고가 매우 적었다. 2011년 혁명 이후에는 화폐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관광 수입이 줄면서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혁명 직후 집권한 무슬림형제단은 개혁을 약속했으면서도 이집트 최대 자본인 군부와의 대결을 회피했고 결국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펼치려다 대중의 환멸을 샀다.

현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는 이런 대중적 환멸을 이용해 2013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했다. 그러나 엘시시는 군 최고지도부 출신자로, 무슬림형제단에 넘겨 줬던 권력을 도로 되찾고자 한 군부의 확고한 지지를 받은 반혁명의 화신이다.

엘시시는 연좌 농성을 벌인 무슬림형제단 지지자 수천 명을 대낮에 사살하고 전 대통령과 그 지지자 5백여 명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등 공포정치를 폈다. 혁명적 분위기를 꺼뜨리기 위함이었다.

아랍 전역에서 반혁명을 후원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집트 군부의 쿠데타를 즉각 반겼고, 그때부터 막대한 돈을 지원하며 엘시시 정권을 떠받쳤다.

문제는 세계경제가 위기를 벗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집트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도 갈수록 세계경제 침체(특히 저유가)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상 최초로 국채를 발행했다.

이런 배경에서 엘시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적 지원을 계속 받으려고 섬을 넘긴 듯하다. 다음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도 그에게는 부담이다. 이집트 정부의 정치 탄압 강화는 자신감이 아니라 위기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이집트 지배자들은 이 와중에도 전투기로 리비아를 폭격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주도하는 카타르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중동 역내 영향력을 놓고 주요 지역 강국들(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터키, 이스라엘)이 벌이는 파워 게임에서 손을 뗄 생각이 없는 것이다.

몇 년 동안 불만을 억눌러 온 아랍 대중이 이런 위기 속에서 다시금 들고일어날 수 있다. 30년 군사 정권을 타도했던 이집트 민중이 지금의 탄압을 이겨 내고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