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전환 시기, 방식, 대상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6월 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정책간담회 이후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경기도 내 외고와 자사고 10곳을 2020년까지 모두 폐지하겠다고 밝혔다.(현 교육감 임기는 2018년 6월이다.)

전국 자사고 46곳 중 절반인 23곳, 외고는 31곳 중 6곳이 몰려 있는 서울시 교육청의 조희연 교육감은 외고·자사고를 일괄 폐지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당장 6월 28일로 예정돼 있는 자사고 3곳(세화여고, 경문고, 장훈고)과 영훈국제중, 서울외고에 대해 재지정을 취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를 공약해 2014년 6월에 당선했다. 그러나 당선 직후 오락가락하다 우파에 완패를 당했다. 재지정 여부 대상 자사고 중 한 곳도 폐지하지 못한 것이다. 그 패배의 기억 때문인지 이번에 조희연 교육감은 문재인 정부에 공을 넘겼다. 교육감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문재인 정부가 외고·자사고 정책 방향을 내놓으면 보조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했듯이, 문재인 정부는 특권학교 폐지와 관련해 지당한 말씀만 했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반면, 특권학교 유지에 이해관계가 있는 기득권 세력은 완강하다. 서울자사고연합회는 “자사고 폐지 반대” 입장을 밝히고 6월 26일 집회를 열었다. 일부 외고와 자사고 학부모 등은 법적 대응 방침까지 시사하며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명문대 진학 통로

자사고는 2003년부터 시범 운영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를 확대한 것으로 성적이 상위 50퍼센트 이상인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통해 학교를 더욱 서열화하는 한편, 자사고를 크게 확대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외고 31개, 국제고 7개, 자사고 46개가 존재한다. 이 학교 재학생은 6만 8천5백45명이다. 일반고 재학생의 5.5퍼센트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서울대 입학생의 37퍼센트가 외고·국제고·자사고 출신이다. 외고·국제고·자사고가 명문대 진학의 통로가 된 것이다.

일반고 황폐화를 낳는 특권학교 폐지하라 2013년 전교조 탄압 저지와 특권 경쟁 교육 폐기를 위한 전국 교사대회 ⓒ이윤선

이 특권학교들은 고교 서열화뿐 아니라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이다. 특권학교의 등록금은 일반고의 3배에 달한다. 특권학교 입시를 위해 학원, 과외 등 사교육비 부담도 증가했다. 외고와 국제고에서 사교육을 받는 학생 비율은 84.5퍼센트이고, 자사고는 90퍼센트를 넘는다. 외고와 자사고 준비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다.

또, 부모의 학력, 직업, 지위, 소득 등 가정 배경에 따라 학교 선택에 차이가 발생한다. 2010년 서울 소재 13개 자사고 재학생들의 가정 배경을 아버지의 직업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자사고 지정 이전에 비해 자사고 지정 이후 고소득직과 중소득직의 비율은 증가하고, 저소득직과 무직의 비율은 감소했다.(성기선, ‘자율고의 문은 누구를 위해 열리나: 자율고 1년 실태 보고서’)

국제중-특목고(외고, 자사고, 국제고)-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로 연결되는 서열화 구조는 교육이 계급 상승의 통로가 아니라 계급 고착화에 중요한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반면, 대부분의 노동계급 자녀들은 일반고나 특성화고를 나와 대학 서열이 낮은 대학을 가거나 조기에 취직을 해서 비정규직이나 저임금의 노동자로 전락한다.

따라서 계급 차별 교육을 공고히 하는 특권학교는 폐지돼야 한다.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한 설문조사에서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우선순위’로 자사고·특목고 폐지가 42.3퍼센트로 3위를 차지했다.

외고와 특목고, 자사고, 국제중학교 등은 법률이 아니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설립됐다. 즉, 대통령이 의지만 있으면 시행령을 개정해 즉각 폐지할 수 있는 것이다. 특목고·자사고를 당장 폐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