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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맞선:
만도헬라 비정규직 투쟁 지지하자

“사장님이 골프 칠 때, 노동자는 땅을 친다!”, “일할 때는 가족이고, 자를 때는 가축이냐!”, “증거 인멸 중단하고 불법 파견 인정하라!” ‘최첨단’ 자율주행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만도헬라 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에서는 아침마다 노동자들의 구호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최근 비정규직 이슈가 부상한 가운데, ‘비정규직 공장’ 만도헬라는 그 문제가 심각한 사례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지만, 공공부문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무늬만 정규직화’ 방안을 내놨고 민간 제조업에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원조차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제조업, (만도헬라와 유사한) 현대위아 등 부품사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불법파견을 인정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들을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상식적’ 입장조차 내놓지 않았다.

6월 8일 만도헬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장 앞에서 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 ⓒ출처 만도헬라 비정규직 지회

지난 2008년 ㈜만도와 독일 기업 헬라가 합작해 만든 만도헬라는 생산직 노동자 3백50여 명 전원을 하청업체(서울커뮤니케이션·쉘코아) 두 개로 나눠 분할 고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노동자들을 채용해 작업을 배치하고 지시하고 평가하는 것은 하청업체가 아니라 만도헬라 원청이다. 노동자들은 만도헬라에서 일하면서도,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장시간 노동과 비인간적 대우 등의 차별을 받아야 했다. 이렇게 쌓인 분노가 올해 2월에 노조 건설과 투쟁으로 터져 나왔다.

만도헬라 노동자들은 그동안 주야간 12시간 맞교대로 일하며, 한 달에 고작 1~2일밖에 쉬지 못했다. 주간 평균 69시간, 연간 평균 3천5백88시간을 일해 온 노동자들의 간절한 바람은 “일요일은 쉬고 싶다”는 것이다. OECD 국가의 연간 노동시간이 평균 1천7백66시간이고,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은 한국조차 평균 2천1백13시간임을 비교해 보면(2015년 기준), 그 끔찍함은 말로 다 하기 어렵다.

낮은 기본급(월 1백29만 원) 때문에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청춘을 저당 잡혀 왔다.(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이다.)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사측은 강제로 주말 특근을 시키고 생산량을 맞추기 위한 비상 근무조를 강요했다. 또, 기계를 멈추지 않으려고 밥조차 교대로 먹게 했다. 제때 퇴근하려다가 “꺼져! 이 XX야! 내일부터 나오지마!’”라는 욕설을 듣기도 했다. 심지어 아버지가 쓰러져 위급하다는 연락을 받고도 퇴근을 못해 눈물을 쏟으며 일한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잔업·특근을 뼈 빠지게 해서 받는 임금이 고작 연봉 3~4천만 원이었다. 사측은 이를 두고 “인천 최고 연봉 수준”이라고 포장하지만, 지난 몇 년간 만도헬라의 매출은 무려 20배 가까이 뛰었다. (2010년 2백53억 원 → 2016년 4천8백23억 원) 반면, 노동자들의 임금은 거의 제자리였다. 3년 동안 고작 시급 1백 원이 올랐을 뿐이다. 몇 해 전에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특근수당 누진세를 폐지하고, 상여금 4백 퍼센트 중 3백 퍼센트를 기본급에 포함해 마치 기본급을 인상하는 듯한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희망 고문’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이런 차별과 모욕을 견뎌 왔다.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화 해 준다’는 말을 종종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6년 동안 ‘희망고문’을 당해 왔다는 남상현 조합원은 말했다. “사회 초년생 청년 노동자에게 이런 달콤한 거짓말은 마치 썩은 동아줄과 같다. 우리를 속여 온 원청에 대한 분노를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뭉쳐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불법파견 혐의로 사측을 고발했다. 그러자 원청과 하청업체는 만도헬라 로고가 박힌 유니폼과 사원증을 없애는 등 불법파견의 증거를 인멸하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 또,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경제적 어려움을 파고 들어 갖은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예컨대, 사측은 지난 3월 업체 변경을 빌미로 1백3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노동자들은 집회와 천막농성 등을 벌인 후에야 고용이 승계될 수 있었다.

5월에는 하청업체인 서울커뮤니케이션이 교섭 와중에 노조 핵심 간부들을 포함한 70여 명을 강제로 전환 배치하는 일도 있었다. 수년 째 생산관리와 품질검수 업무를 해 온 노동자들을 생산직으로 전환 배치한 것인데, 이로써 노동자들은 임금이 대폭 삭감됐다. 사측은 생산직이 늘었다는 이유로 일부 생산라인의 교대제를 2조2교대에서 3조2교대로 개편했는데, 임금이 전혀 보전되지 않아 불만을 샀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강제 전환배치와 임금보전 없는 일방적 교대제 변경 철회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최근 98퍼센트 이상이 찬성해 파업을 결의하고 쟁의권도 확보했다. 현재 강제 전환배치 대상자 70명(서울네트워크 소속)이 한달 째 지명파업을 벌이고 있고, 전체 노동자들의 부분파업·순환파업도 시작됐다.

사측은 즉시 원청 관리자들과 단기 아르바이트생 등 1백여 명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며 파업 파괴를 시도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전 공장을 멈추게 하는 파업”을 경고하며 투쟁 수위를 조금씩 높이고 있다.

이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진하고 승리한다면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투쟁할 자신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만도헬라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