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학교비정규직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건설산업연맹·금속노조 등 5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6.30 사회적 총파업 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6월 30일 ‘최저임금 만원-비정규직 철폐-노조 할 권리 “지금 당장” 사회적 총파업 대회’에 전국에서 5만여 명(주최측 발표)의 노동자들이 모여 집회를 하고 종로 대로를 위세 좋게 행진했다. 광화문 인근 곳곳에서 여러 노조가 각자 자신들의 집회를 한 뒤 이 대회에 참가했다. ‘최저임금 비정규직철폐 만원공동행동’ 소속 단체들도 이 집회에 함께 참가했다.

특히 6월 29~30일 이틀 동안 파업을 벌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열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컸다. 근속수당 5만 원 인상과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노동자 1만5천 명이 광화문 북광장에서 사전 집회를 열었다. 같은 요구를 내걸고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노동자 1만여 명도 서울역에서 사전 집회를 한 뒤 광화문으로 행진했다. (교육공무직본부 노동자들은 광화문으로 행진해 들어 오면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전교조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박수를 보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의료연대본부,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전국여성노조, 금속노조 울산지부,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 전교조, 공무원노조도 각각 사전집회를 했다.(그 외 장애등급제 · 부양의무제폐지를 요구하는 행진, 백남기투쟁본부 등 국가폭력 피해단체 집회도 열렸다.)

박근혜 퇴진 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인 노동자 수만 명이 오늘 광화문 광장에 모여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파업과 시위를 벌인 것은 인상적이었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2018년 최저임금 1만 원 지금 당장 가능”하고, “진정한 비정규직 제로 시대는 정부의 시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으로 가능”하다며 투쟁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만원행동 소속 단체들 중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알바노조,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실천단도 연단에 올라 이날 행동의 요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기다려선 안 되는 이유

문재인은 “1년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지만, 연단에 선 연사들은 노동자들이 가만이 앉아서 기다려선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주장했다.

6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학교비정규직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건설산업연맹·금속노조 등 5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6.30 사회적 총파업 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조리원 20년차인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북지부 표명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학교급식 처음 만들어지고 처음에 일용직으로 분류됐다. 10년을 기다렸고 ‘민주 정부’ 10년 동안 학교의 유령으로 살았다. 이명박 · 박근혜 정부 때는 온갖 투쟁을 다했다. 정권 바뀌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는데 파업에 나선 우리에게 기다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충분히 기다렸다. 우리가 노조 만들어 싸우지 않았다면 달라진 건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의 비정규직 정책에 우리는 없다.”

6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학교비정규직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건설산업연맹·금속노조 등 5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6.30 사회적 총파업 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교육공무직본부 안명자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의 맹점을 통쾌하게 비판했다.

“기본급 시급이 올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올해 교육청은 교섭에서 기본급 3.5퍼센트 인상안을 내놨다. 최저임금 시급보다 1백10원 많은 금액이다. 이런 내가 정규직인가? 1년을 일해도, 10년을 일해도 기본급은 똑같다. 장기근무수당 만들었지만 30년을 일해도 수당은 고작 35만 원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근속수당 5만 원 인상은 20년 일하면 1백만 원 오르는 거다. 이게 과한 요구인가? 문재인 정부는 “노동 존중 사회”를 말하지만, [호칭을] ‘여사’라 불러 주는 게 존중이 아니다. 잘릴 걱정 없고, 제대로 된 임금 받고, 일하다 다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 주는 존중을 원한다. 난 7년 일한 뒤, 교장이 바뀌자 해고됐었다. 무기계약직은 허울뿐인 정규직이었다. 해고를 막아 준 것은 노동조합이다. 싸워서 쟁취하자.”

이 발언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집회에 모인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심정을 잘 대변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삼성전자서비스 하청회사 사장들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여전히 완강히 버티고 있고, 원청인 삼성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지명 파업 등을 벌이며 투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당선했는데, 1년만 기다려 달라고 말합니다. 장시간 노동, 저임금, 노조 탄압 조금이라도 해결됐습니까?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대한 탄압이 단 한 곳이라도 멈췄습니까? 영등포센터에서 조합원이 해고됐고, 경기 지역에서 임단협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포항, 전남, 울산 등에서 똑같은 일이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요구인 원청 사용자성 확대, 문재인 정부가 하겠다고 하는데, 제대로 해야 합니다. 비정규직 철폐하고 정규직화하는 것, 최저임금에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생활임금 받아야 한다는 것이 촛불의 요구였습니다. 지금 당장 그래야 합니다."(박성룡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지회장, 6.30 사전 집회)

‘6.30 사회적 총파업 대회’에 참가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 금속노조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등을 요구하며 가두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이 외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경북대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측의 단협 체결 거부에 맞서 파업을 했고, 대학 청소노동자들도 임금 인상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도 사용자들의 완강한 태도 때문에 요구 쟁취를 위해 오늘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비정규 강사들도 시간강사법 폐기 등 고용과 처우를 국가 책임 하에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도 정부가 우파들의 반발을 이유로 들며 법외노조 철회 조처에 나서지 않는 것을 비판했다.

30일 오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법외노조 철회-노동3권 쟁취’ 교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정원석

따라서 지금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내걸고 파업과 투쟁을 벌이는 것은 매우 정당하다.

게다가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임박한 시점(6월 29일 자정 즈음)에서야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간사인 경총 전무는 고작 2.4퍼센트(1백10원) 인상안을 내놓고 ‘11년 만에 인상안을 내놓았으니 주목’해 달라는 뻔뻔스러운 작태를 보였다. 노동자들이 이를 규탄하며 싸우는 것은 당연하다.

6.30 대회는 문재인 정부 들어 열린 민주노총의 첫 파업이자 대규모 시위였는데, 노동자들의 활력과 자신감이 꽤 좋아 보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모여 잠재력을 보여 준 것도 매우 고무적이다.

다만, 민주노총이 이 집회에 정규직 노동자들을 더 많이 동원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지지하고 자신들의 요구도 내걸고 투쟁할 수 있도록 조직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 중집에서 6.30 파업을 비정규직 노조 중심 파업으로 파업 위상을 낮춰, 정규직 노동자들이 참가하기 어려운 조건이 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노조 중심의 파업이 돼야 최저임금이나 비정규직 문제가 더 부각된다고 보기도 하는데, 사실 더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요구 성취에도 이로울 것이다.

이날 집회에서 노동자들의 주장처럼, 정부가 개혁을 선사하길 기다릴 게 아니라, 정부에게 촉구하며 노동자들 스스로 투쟁해야 더 나은 개혁과 요구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노동자들이 절실한 요구를 내걸고 파업과 시위를 하는 시간에, 문재인은 백악관 방명록에 한미동맹이 “평화와 번영을 위한 위대한 여정”이라고 적고, 트럼프를 만나 ‘북핵 문제 해결하면 위대한 대통령 될 것’ 운운하며 찬사를 늘어놨다. 무엇보다 문재인은 사드를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동아시아에 군사적 긴장을 강화할 것이 명백한 사드 배치를 찬성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로 노동 운동이 강력하게 규탄할 문제다.

게다가 퇴진 운동이 “미국이 한국에 이식해 준 민주주의가 활짝 꽃을 피운 것”이라고 문재인이 말한 것은 이 운동에 대한 모욕이다. 지난해 퇴진 운동이 거둔 성과는 바로 노동자들이 싸워서 쟁취한 민주주의다.

‘6.30 사회적 총파업 대회’에 참가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평생 비정규직 감옥”에 갇힌 퍼포먼스를 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이미진
6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학교비정규직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건설산업연맹·금속노조 등 5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6.30 사회적 총파업 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30일 오후 ‘최저임금 만원,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6.30 사회적 총파업 대회’에 참가한 대학 생들이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과 함께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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