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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포장된 무늬만 “정규직화”

문재인 정부가 7월 초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가이드라인을, 8월에는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앞두고 최근 〈한겨레〉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가이드라인의 기본 골자를 보도했다.

내용인즉, 문재인 정부의 임기 후반부인 2020년까지 2단계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1단계로 올 하반기부터 일부 직접고용 기간제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도 했던 것인데, 현 정부는 몇몇 규정을 개선해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을 넓히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에게는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2단계로 2020년까지 용역·파견업체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한다. 그런데 말이 좋아 “정규직 전환”이지, 그 방식은 자회사 고용, 무기계약직화 등이 될 공산이 크다. 다만 이때까지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하되, 기존 정규직과는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하면서 그럴싸한 미사여구로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정규직화와 거리가 멀다. 고용은 보장하되, 처우 개선은 최소화하고 뒷전으로 미뤄 두는 게 주요 골자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업무를 저임금으로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 연대〉가 지적해 왔듯이, 많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망은 고용 불안은 물론 임금·노동조건을 개선해 달라는 것이다. 최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수만 명이 하루 파업을 하고 임금 인상과 정규직화(교육공무직화) 등을 요구했던 것에서 보듯 말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비용 부담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데 있다. 〈한겨레〉는 이를 두고 “재원이 과도하게 늘어 자칫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방식은 피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자·기업주들에게 부유세를 거둬들이면 얼마든지 해결책은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기업주들의 이윤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엉뚱하게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공동 책임’ 운운하며 양보를 설득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문재인 식 ‘정규직화’는 노동자들의 염원과 거리가 매우 멀다 ⓒ이미진

‘최소 비용’과 ‘정규직화’는 모순

둘째, 〈한겨레〉가 보도한 정부 방침을 보면, 무기계약직화 대상조차 제한적이다. 정부는 상시·지속업무의 기간제 사용 예외 규정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는데, “공공부문 비정규직에서 비중이 큰” 기간제 교사와 비정규직 강사 등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수년간 같은 일을 하면서도 매번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현행 교원임용체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정부의 의지가 없다는 점을 보여 주는 핑계일 뿐이다.

물론 최근 전교조 집행부가 “현행 교원임용체계를 무너뜨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교사 전환”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표명한 것은 잘못이다. 이는 정부가 책임을 발뺌하고 악용하는 데 빌미를 주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약화시킨다.(관련 기사: ‘전교조 집행부의 비정규직 강사의 “정규직 교사 전환” 반대는 노동계급의 단결을 해친다’)

한편, 정부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화 하는 것도 임기 후반부인 2020년까지로 늦추려 한다. 용역업체들과의 계약관계를 고려한다는 것이 이유인데, 업체들의 이윤은 고려하면서 정작 노동자들의 긴급한 개선 열망에는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역대 정부들의 행태, 지금의 경기침체 상황 등을 볼 때, 정부는 후반기로 갈수록 노동자들에게 약속한 꾀죄죄한 정책들조차 지키지 않을 수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 처우 개선이 뒤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 우려스러운 이유다.

셋째, 정부가 내놓은 임금·처우 개선 방안은 추진 시기가 너무 늦을 뿐 아니라, 그 내용상 개선 효과도 매우 제한적일 공산이 크다.

정부는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말하면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직제, 직무급제와 같은 임금체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한 정부 인사는 그 목적이 “정규직 전환 노동자들이 곧바로 기존 정규직·공무원과 동일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하려는 데 있다고 노골적으로 밝혔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상향평준화 하자는 노동운동의 오랜 요구인데, 도리어 이것을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둔갑시켜 버린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매우 불충분하다. 노동운동은 그 약점을 폭로하고 노동자들의 열망을 성취하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투쟁 건설에 강조점을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