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적기업, 세계를 삼키다》, 존 매들리, 창비

오늘날 전세계 생산의 25∼30퍼센트를 초국적기업들이 지배한다. 그 중 5백대 초국적기업들이 세계무역의 70퍼센트, 해외투자의 70퍼센트, 세계 GDP의 30퍼센트를 좌우한다는 추정치도 있다. 단 6개의 기업이 세계 곡식무역의 85퍼센트를 관리한다.
《초국적기업, 세계를 삼키다》는 바로 이들 초국적기업이 어떻게 빈민의 삶과 환경을 파괴시키며 부를 축적해 왔는지를 생생히 고발하는 책이다.

세계 의약품 시장은 연간 3천억 달러에 달한다. 제약산업은 연간 총매출의 15∼20퍼센트를 마케팅에 사용하는데, 이는 신약을 개발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보다 많은 액수이다.

초국적 제약기업들은 가난한 나라의 정부나 지역 기업이 더 싼값에 같은 효과의 약을 생산해 자신들의 이윤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온갖 로비와 압력을 행사한다.

환경파괴로 유명한 거대 댐개발 사업 역시 초국적기업들의 이윤 추구와 긴밀히 연관돼 있다. 댐건설 프로젝트는 대부분 세계은행이나 해외원조기금에 의해 성사되고 진행된다. 하지만 원조 프로젝트로 주어진 자금의 대부분이 결국 초국적기업의 은행계좌로 들어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농업, 어업, 에너지 산업, 관광 산업, 심지어 이유식 같은 모유 대체물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다루고 있는 다양한 부문들에서 매번 동일한 패턴이 반복된다.

초국적기업들은 매번 경제성장이나 일자리 따위의 보상을 약속하지만 그것들은 보잘것 없거나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저자의 강력한 고발에 비해 해결책은 지나치게 제한적이다. 하지만 저자 자신이 말하고 있듯이, 초국적기업들이 이 세계의 “암세포”와 같은 존재라면, “암세포”를 아예 걷어 내는 것이 더 근본적인 처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