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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학숙: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산업재해로 인정받다

7월 6일, 장학재단 남도학숙에서 일하는 3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직장 내 성희롱으로 겪은 정신적 고통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남도학숙은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공동 운영하는 장학시설이다.

A씨는 2014년 4월 장학부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이후 직속 상사인 장학부장의 지속적인 성희롱에 시달렸다. A씨의 문제제기로 2016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A씨의 피해를 성희롱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그 뒤에도 남도학숙 측은 따돌림, 허위 소문 유포, 퇴사 압박과 모욕 주기 등으로 피해자를 괴롭혔다.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본지 174호 ‘남도학숙 직장 내 성희롱 사건 ― 공공 기관 내 성희롱과 불이익 조치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조처가 필요하다’를 참고하시오.)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노동과인권’이 작성한 〈재해 경위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불이익 조처와 괴롭힘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사측은 피해자를 외부전화가 차단된 독방에 격리시켰다. 피해자는 유리로 둘러싸인 독방에서 동물원 원숭이마냥 일해야 했다.(현재는 독방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사측은 1만 5천 권 가량의 책을 피해자 혼자 정리하고 실사하게끔 지시하고, 월 업무보고회조차 참석하지 못하게 했다. 초과근무 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남도학숙 측은 지난해 9월 피해자가 업무 중 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가야 했는데도 이것이 ‘자작극에 의한 사고’라는 억지 주장을 하며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켰고, 이로 인한 요양급여신청도 방해했다.(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중 사고로 인정해 요양급여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남도학숙에서 벌어진 일들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제기에 따른 불이익 조처와 직장 내 괴롭힘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이로 인해 A씨는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고 올해 3월부터 휴직도 해야 했다. 남도학숙 측은 “정신병으로 인한 치료 및 진료는 병가 사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들어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직장 내 성희롱과 그 이후의 괴롭힘에 따른 산업재해라고 인정했다.

그동안 피해자가 겪은 온갖 모욕과 고통을 생각하면 산재 승인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또한 이는 피해자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남도학숙 측에 맞서 꿋꿋이 싸워 온 결과이기도 하다.

직장 내 성희롱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조건에서,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일은 큰 의의가 있다. 직장 내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사용자나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해도, 문제제기를 하면 오히려 피해 여성이 비난을 받고 업무상 불이익을 받는 일이 흔히 벌어진다. 남도학숙 성희롱 사건도 바로 이런 경우였다.

주로 사용자나 상사가 가해자인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 피해 여성들은 자신의 피해가 온전히 인정받기 어려울 거라고 여겨 체념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년 성희롱 실태조사〉를 보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일반직원 응답자의 78.4퍼센트가 성희롱 사건을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여성들은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런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A씨는 회사측의 악랄한 괴롭힘을 오랜 시간 견디며 성희롱을 인정받고 그에 따른 불이익에 맞서 왔다. 그 과정에서 받은 정신적 고통이 직장 내 성희롱 문제제기에 따른 괴롭힘과 연관 있다는 점도 입증 받게 됐다. A씨는 현재 남도학숙 측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직장 내 성희롱은 여성 차별의 한 형태일 뿐 아니라, 여성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이다.(관련 기사: 본지 166호 ‘직장 내 성희롱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 따라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노동조건의 문제이다.

A씨에 대한 산재 승인이 직장 내 성희롱과 성희롱 문제제기에 따른 괴롭힘으로 고통 받는 많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좋은 선례가 되어 큰 힘을 주길 바란다.

사태를 묵인하고 방치하는 광주시와 전라남도

A씨의 용기 있는 문제제기 덕분에 ‘성희롱이 맞다’는 국가인권위의 결정이 나올 수 있었지만, 여전히 성희롱 문제제기 후 지속된 사측의 불이익 조처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조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측은 가해자를 직위해제하고 1개월 감봉 조처했지만 징계 수준이 경미했다. 또한 피해자와 가족, 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의 요구로 진행된 지난해 광주시의 감사 결과는 사측의 불이익 조처를 인정하지 않아 남도학숙을 감싼다는 의혹만 키웠다.

남도학숙은 사기업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공공성을 띤 장학시설이므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지방정부(광주시와 전라남도)가 사태를 바로잡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남도학숙은 서울에서 공부하는 광주·전남 출신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로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공동운영하는 ‘공직유관단체’이다.)

A씨가 직장 내 성희롱을 제기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광주시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윤장현이다. 윤장현 시장은 ‘인권’ 시장을 자처하며 당선했지만 남도학숙 성희롱 사건을 지금껏 해결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광주시가 한 감사는 남도학숙 측에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됐다. 또한 A씨가 성희롱을 제기할 당시부터 최근까지 전라남도 도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로 임명된 이낙연이었다. 이들은 모두 남도학숙 성희롱 피해자의 고통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에 책임이 있다.

광주시와 전라남도는 즉각 남도학숙 내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과 그에 따른 불이익 조처·괴롭힘을 인정하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조처 등 책임 있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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