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 대표들은 7월 11일(화) 오전 성낙인 총장과 함께 ‘서울대 시흥캠퍼스 관련 문제 해결과 신뢰회복을 위한 협의회’(이하 협의회) 발족식을 하고, 점거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5월 1일 대학 본관 점거 농성에 들어간 지 72일 만이다.

지금까지 학교 당국은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해 10월부터 1백53일간 점거 농성을 해 온 서울대 학생들을 직원 수백 명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끌어내는 등 탄압해 왔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런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4월 4일 다시 한번 학생총회를 열어 투쟁을 결의하고 5월에 2차 점거에 들어갔다.

성낙인은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망치로 유리창 하나를 깼다고 “불법적•반도덕적 행위” 운운하며 곧바로 중징계와 형사고발을 예고했다. 돈벌이 사업인 시흥캠퍼스를 추진하려고 학생들을 상대로 폭력을 저지른 자신의 잘못은 뒤로한, 완전한 적반하장이었다.

학교 당국의 탄압에 항의해 1백79개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에 연명해 학생들에게 연대하고,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와 학생 탄압 중단을 위한 시민사회 공동대책회의’가 결성됐다. 또한 민주당 손혜원 의원, 무소속 김종훈윤종오 의원을 포함한 시민 1만여 명이 징계 반대 서명에 함께했다. 

징계 협박 

그런데 학교 당국이 형사고발을 강행하고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 투쟁을 주도해 온 학생들 중 일부는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2차 점거에 들어가고 단 2주 만에 “학생탄압으로 인해 투쟁주체들이 고립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런 상황을 야기한 징계고발 국면을 타개할 방법으로 교섭을 이용하자”며 학교와 타협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학생총회에서 결정한 요구안(실시협약 철회)을 중심으로 투쟁 동력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기보다 학교와의 ‘협의체’(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데 주력했다.

투쟁의 요구안을 후퇴시키고 학교와의 협상에 매달리다 보니 동력은 더욱 약화되고 결국 더 많은 후퇴로 이어졌다. 학교 측은 협상 기간 중인 7월 4일에 학생 12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강행하며 학생들의 뒤통수를 쳤지만, 그럼에도 학생 측 대표들은 협상에 매달렸다.

그 결과 나온 1차 합의문이 시흥캠퍼스 사업의 “추진 이유, 추진 절차, 주요 내용 등을 논의”하는 협의회를 구성하고 학생들은 점거를 해제하는 안이었다. 그러나 점거마저 해제한 상태에서 협의회를 통해 실시협약을 철회시킬 수는 없다. 오히려 협의회에 참가하는 것은 시흥캠퍼스 강행 추진에 명분을 줄 위험이 있다. 이런 합의문은 시흥캠퍼스를 막아내고자 하는 서울대 학생들의 염원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었다.(〈노동자 연대〉 215호 ‘기만적인 합의문 수용 말고 점거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합의를 주도한 학생들은 “논의”라는 단어가 “검토”로 바뀐다면 성과로 볼 수 있다며 1차 합의문 자체를 거부하기보단 학교 측에 수정안을 제안하기로 했고, 이 제안이 7월 9일 점거위원회 회의에서 다수의 지지를 얻었다.

그 결과 11일 성낙인은 시흥캠퍼스 사업의 추진 경과와 주요 내용을 “검토”한다는 문구를 수용해 2차 합의문을 제시했고, 이를 지도부가 받아들여 결국 농성을 해제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결정을 보며 가장 열의 있게 농성장을 지키고 점거 투쟁을 지지하던 일부 학생들은 “무엇을 위해 투쟁을 한 건가” 하며 허탈해 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 당국의 징계 압박에 영향을 받아 실시협약 철회라는 원래의 요구안을 제쳐놓고, 후퇴를 거듭하다 협의회만을 받고 점거를 해제하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깝다. 협소한 시야에 갇혀 타협을 시도하지 말고, 투쟁을 지도하던 학생들이 점거 동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면 다른 그림이 그려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점거는 해제하게 됐지만,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학교 당국은 여전히 7월 20일에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이고, 징계를 이용해 학생들의 저항을 억누르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시흥캠퍼스 사업이 초래할 대학 공공성 파괴 등을 지적해 온 우리의 목소리는 올바랐다. 학교 당국은 징계 시도를 중단하고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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