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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서도 계속되는 야만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단속추방 중단하고 책임자 처벌하라

문재인 정부 아래서도 야만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이 계속되고 있다. 단속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월 4일 경주 녹동일반산업단지 내 자동차부품업체에서 일하던 스리랑카 이주노동자가 울산 출입국관리사무소(이하 울산출입국)의 토끼몰이 식 단속을 피해 도망치는 과정에서 높이 6미터의 펜스에서 추락해 머리뼈 골절과 심각한 다리 부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의식을 잃은 그는 경주 동국대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수술을 하루 앞둔 7월 10일 그가 일하던 업체 사장과 울산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 4명이 와서 그를 직접 들것에 싣고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옮겨 버렸다. 환자와 보호자의 서면 동의서도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는 예정된 수술과 치료를 제때 받지 못했다. 양산 부산대병원의 정형외과 담당교수는 그가 이송된 지 7시간이나 지난 후에 응급실에 왔고, 경주 동국대병원 측으로부터 전원 의뢰서도 없어 수술 일정을 잡지 못했다고 했다.

울산출입국은 폭력적 단속 사건이 알려져 항의를 받을까 봐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듯하다. 사건 발생 직후 경주이주노동자센터가 부상당한 이주노동자를 접촉하고 단속 과정을 조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울산출입국은 이 사건 외에도 올해에만 두 차례나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에게 부상을 입힌 ‘전력’이 있다. 그때마다 경주이주노동자센터를 포함해 해당 지역 이주노동자 연대 단체들이 기자회견과 규탄집회, 농성 등을 벌이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병원에서 울산출입국 직원이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오모 활동가에게 폭행을 저지르고 있다 ⓒ제공 이주공동행동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부상 이주노동자가 강제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사실을 알게 된 경주이주노동자센터 활동가들과 이주민방송MNTV은 즉시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달려갔다. 부당하게 병원을 옮긴 울산출입국 직원들의 명찰을 촬영하자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때 울산출입국 최모 팀장이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여성 활동가의 핸드폰을 뺏기 위해 팔과 손목을 비틀었다. 또 다른 활동가에게 달려들어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고 다리를 걸어 쓰러뜨린 후 목을 조르는 폭행을 저질렀다.

이에 항의해 7월 11일 울산출입국 앞에서 폭력단속 중단과 울산출입국관리사무소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주최로 열렸다. 다음 날인 7월 12일에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이주노조, 이주공동행동, 경기이주공대위, 외노협 등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단속 중단과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울산출입국관리사무소장 사퇴, 폭력 단속과 폭행 당사자 파면, 사건은폐 중단과 부상 이주노동자 치료비 부담을 요구했다.

단속 강화

이번 사건 외에도 여러 지역에서 이런 야만적 단속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월 14일에도 수원의 한 건설 현장에서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단속 도중 이주노동자를 집단 폭행했다. 심지어 입에서 피가 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맞은 사람을 병원이 아니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했다.

12일 광화문 정부청사앞에서 열린 울산출입국 규탄 기자회견 ⓒ제공 이주공동행동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한층 강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4월 미등록 체류자를 해마다 5천 명씩 줄여 2018년까지 20만 명 미만(미등록 체류율 9.3퍼센트)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악명 높은 광역단속팀을 2개에서 4개로 늘렸고 제주특수조사팀을 신설했다. 법무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해경이 모두 동원되는 정부 합동단속도 상하반기 각 10주간 실시했다.

단속 강화는 올해에도 계속됐다. 정부는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이주노동자가 저소득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와 임금을 위협한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 자체가 저임금 노동력을 공급하는 것이라는 점, 이주노동자 고용이 늘고 있는 분야는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업종이라는 점을 봐도 이는 정부의 정책을 정당화하는 명분일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문재인은 대선 후보 시절 고용허가제 폐지, 단속추방 중단과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에 모두 찬성하지 않았다. “인권과 불법체류로 인한 국내 노동시장의 영향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진정으로 내국인 노동자들의 임금과 일자리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노동시단 단축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으로 더 나은 일자리를 대폭 늘리면 된다. 정작 이런 조처들에는 미온적이면서 이주노동자에게 책임을 돌려선 안 된다.

그런데 이처럼 단속이 강화됐음에도 올해 들어 미등록 체류자가 다시 늘기 시작해 5월에는 23만3천 명에 이르렀다. 이는 2006년 이래 가장 많은 숫자다.(그동안 전체 이주민 숫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에 미등록 체류율은 낮아졌다.)

최근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자진 출국’을 하면 이후 입국 금지 규제를 완화해 주겠다는 조처를 취한 것을 보면, 정부 자신이 단속으로 획기적으로 미등록 규모를 줄이는 것이 가능치 않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근본적으로 미등록 체류는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이주를 막는 정부의 자의적인 출입국 규제 때문에 발생한다. 정부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일자리에 노동력이 필요해 이주노동자를 데려왔지만,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기 위해 사업장 이동을 금지하고 영주권 신청과 가족 동반도 금지했다.

1백만 명가량의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경제 맨 밑바닥을 떠받치며 기여하고 있는데도 이들이 안정적으로 체류하고 가족을 동반할 권리조차 주지 않는 것은 심각한 차별이다.

이런 차별로 이득을 보는 것은 바로 사용자들이다. 따라서 이런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는 것이 대안이지, 체류 허가 없는 이주노동자를 추방해서는 안 된다. 이주노동자가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정부의 주장은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정부와 기업주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내국인 노동자의 이익과 치안 등의 명분을 앞세운 단속 정책은 이주노동자를 극심한 고통에 빠트리고, 인종차별적 편견을 부추기므로 중단돼야 한다.

진보·좌파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속될 이주노동자 공격과 이간질에 맞서 이주민의 권리와 단결을 위해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