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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이 가져올 결과들

새만금 간척이 가져올 결과들

 임미정

 지난 5월 24∼25일에 실시된 MBC와 한국갤럽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83퍼센트가 새만금 공사를 재개해서는 안 된다고 답변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5월 25일, 2년 동안 중단됐던 새만금 간척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결정했다. 정부는 교활하게도 환경·시민 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동진강 수역을 먼저 개발하고 만경강 수역은 수질이 목표 기준에 적합하다고 평가될 때까지 개발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순차 개발" 결정은 사실상 방조제 공사를 마무리짓고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려 공사를 강행하려는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제2의 시화호

 새만금 갯벌은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강과 바다가 연결된 연안 하구 갯벌로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에 들어갈 정도로 환경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곳이다. 새만금 갯벌이 파괴될 경우 전국 패류의 50퍼센트가 넘는 백합이 사라지고 알락꼬리마도요·넓적부리도요 같은 철새들의 서식지가 훼손되며 약 16조 원의 자연 수질 정화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막대한 환경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새만금 갯벌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수원대 이주향 교수는 "시화호가 건설될 당시 수질이 나빠질 것이라는 환경 단체들의 우려에 당시 정부는 주변이 농업 지대가 아니라 공업 단지라서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가 이제는 새만금호는 시화호와 달리 공업 단지가 아니라 농업 지대라서 괜찮다고 하는데, 그 때 시화호 수질을 장담했던 공무원들은 지금 어디 있느냐"며 정부를 성토했다.

  시화호에 가면 새하얀 흰 눈 같은 것들이 수십 킬로미터나 쌓여 있다. 언뜻 보면 낭만적인 백사장처럼 보이지만 이것들은 수질 오염으로 죽어 버린 조개 껍질들이 부서져 쌓인 무덤이다. 인근 대부도 어민들은 염분 피해와 조류 변화 때문에 냉해가 일어 포도 농사를 포기했다.

 일본 만화영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는 염산으로 가득 찬 죽음의 호수가 나온다. 이 죽음의 호수가 바로 대한민국에 공상이 아니라 현실로 존재한다. 그런데 새만금호는 시화호의 3배나 된다.

 갯벌이 생성되기 위해서는 무려 8천 년의 시간이 걸린다. 한 번 파괴된 갯벌은 다시는 우리 곁에 돌아오지 않는다.

거짓말

  애당초 전북 자본가들의 지지를 노리고 시작한 새만금 간척 공사는 '식량 안보'나 '균형 잡힌 국토개발'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포장돼 있다.

 농림부는 새로 조성된 농지에 쌀을 심으면 1백50만 명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쌀이 생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우리 나라의 쌀 자급률은 거의 100퍼센트에 이르렀다. 최근 전라도는 쌀이 남아돌아 도민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기까지 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현재의 감소세로 보아 1980년 132.4킬로그램에서 2020년 경에는 70킬로그램으로 격감한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갯벌은 동죽이나 백합, 농발게 같은 어패류의 서식지로 그 자체가 무한한 식량 자원의 보고다.

 해마다 새만금 사업으로 조성되는 농지 크기의 1.3배가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마당에 쌀 생산이 새만금 사업의 목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누구도 믿기 힘들다.

 전북지사 유종근은 입만 열면 새만금으로 조성된 토지에 복합 산업 단지를 건설하겠다며 전북도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현재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는 전북·부안사람들' 대표를 맡고 있는 신형록 씨는 "전북에서는 도민들에게 새만금 사업이 농경지 만드는 사업이라고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첨단 산업 단지를 만들고 국제 항구를 만들어 서해안 시대의 전진 기지를 만들고 지금껏 개발에서 소외돼 온 전북도민의 한을 풀어 줄 전북 발전의 견인차라고 말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민주당과 개발 이익을 노리는 지역 유지들은 호남의 항만 개발 예산이 영남의 절반 밖에 안 된다며 전북도민들의 소외감을 새만금 공사 추진에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전북도민들은 새만금 공사가 재개되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고용도 늘어날 거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

환상

 그러나 새만금 사업이 가져다 줄 고용 효과는 미미하다. 카톨릭대 이시재 교수는 새만금 지역에서 어로를 하는 어민이 2만 명인데 공사에 고용되는 연인원은 1만 3천여 명 정도일 뿐이라고 추산했다.

 이 사업으로 이득을 얻는 몇몇 건설업자들과 땅투기꾼들과 기성 정치인들은 마치 전북도민 모두가 새만금 사업을 통해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한다. 새만금에 반대하는 사람은 박정희 같은 호남차별주의자로 몰린다. 심지어 환경운동연합의 최열 사무총장이 영남 출신인 것을 문제 삼으며 역차별주의자라는 억지를 부린다.

 그러나 간척으로 조성된 농지는 모두 농업기반공사의 소유가 된다. 농업기반공사는 원가보다 싼 가격에 토지를 사들여 용도를 변경한 후 비싼 값에 파는 방법으로 시세차익을 남기는 땅투기를 해 왔다. 농업기반공사는 최근 김포 동아 매립지가 농지로서 채산성이 맞지 않자 용도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새만금으로 조성된 토지의 원가는 7만 원이 넘는데 주변 부안 지역의 토지가 평당 2만 원이다. 이렇게 비싼 지대를 물고 농지를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용도가 전용돼 복합 산업 단지로 개발하는 데만 무려 28조 원이 넘는 돈이 필요한데, 이 돈은 모두 전북도민들의 세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오히려 새만금 호수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전북 일대의 개발이 제한되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전북 주민들이 될 것이다.

미래를 위한 투쟁

 새만금 공사 재개결정은 김대중에 대한 반감에 기름을 끼얹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환경단체, 시민단체, 종교단체, 인권운동사랑방과 민변 같은 인권단체 등 200여 단체가 결집된 새만금 갯벌 생명평화연대는 범국민적 투쟁 기구로 전환해 공사가 중단될 때까지 김대중 퇴진을 요구하며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5월 25일 이후 거의 매일 새만금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와 항의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2만 명의 인사들이 공사 반대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한국해양학회와 한국수산학회, 한국조류학회 등 3개 학회는 ‘바다의 날’인 31일 새만금 간척사업의 유보를 요청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문정현 신부는 정부의 결정에 반대해 청와대까지 삼보일배를 하며 행진하다가 경찰과 부딪혀 기절하기도 했고 택시 기사들도 "SOS 새만금 갯벌을 살려 주세요"라는 스티커와 플래카드를 달고 차량 시위를 벌였다. 고등학생들과 갯벌 주변 어민들은 새만금 공사 추진을 주장한 인물들의 명단을 넣은 타임캡슐을 묻었다.

 종교인들까지 가세해 조계종과 천주교 서울교구도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환경운동연합의 한 활동가는 "어차피 싸움은 지금부터입니다.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민주당 낙선운동 할 때까지 싸울 계획입니다. 이제 새만금 문제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농업기반공사 노조는 지난 5월 21일 〈한겨레〉 광고를 통해 새만금 공사 추진을 요구했다. 물론 농업기반공사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농업기반공사는 이미 3백여 명의 노동자들을 정리 해고했다. 농업기반공사는 땅투기로 엄청난 이득을 남겼음에도, 새만금 공사가 중단될 경우 추가로 5백여 명을 정리 해고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 노동자들은 농업기반공사의 탐욕과 환경파괴 행위에 맞서 싸워야 한다. 당장의 실리에 집착한 판단(그러나 오판) 때문에 모두의 삶을 파괴할 환경 파괴 행위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 농업기반공사 노조는 새만금 사업 중단으로 빚어질 대량 해고 시도에 맞서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민주노총은 농업기반공사 노조의 입장과는 달리 새만금 간척 사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새만금 간척 사업을 중단시킬 진정한 힘은 노동자에게 있다. 한 환경 운동 활동가는 "환경 운동 단체들은 대중 동원이 어렵다. 민주노총은 그런 힘을 갖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환경 단체들이 말하면 '환경 단체니까' 하는 식으로 나온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가세하면 이 운동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라며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지지를 바랐다.

 민주노총이 새만금 공사 강행에 항의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김대중을 더욱 코너에 몰아넣을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은 민주노총 6월 총력 투쟁에 신선한 정치적 자극을 줄 것이다.

 150여 년 전 마르크스는 "자연은 인간이 죽지 않으려면 그것과 지속적인 상호 과정 속에 있어야만 하는 인간의 몸이다" 하고 말한 바 있다.

 땅투기꾼과 자본가와 부패한 정치인 들이 우리의 "몸"을 파괴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