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과 본관 점거 농성 3일차를 맞이한 7월 1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소속 대학 청소·경비·주차·시설 노동자 4백여 명이 이화여대에 모였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나는 무더운 날씨에 노동자들은 용역 업체와 ‘진짜 사장’ 학교 당국들에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경지부 노동자 투쟁 지지합니다! 집회 전에 이화여대 학생들이 투쟁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화여대에 모인 서경지부 노동자들
5개월 넘도록 시급 1백 원 인상안을 고수해 온 용역업체들은 최근에서야 인상액을 찔끔찔끔 높이고 있다. 가령, 이화여대에선 사측이 4백5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카이스트 소속 노동자들이 8백30원 인상안을 쟁취한 것에 고무 받은 노동자들이 끈질기게 투쟁하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이 정도 인상에 만족할 수 없다. ‘임금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허덕이고 있다. 노동자들은 “적어도 8백30원 인상은 당연히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외치고 있다. 게다가 각 대학들이 쌓아놓은 적립금 수천억 원을 보면, 인상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교육기관’인 대학이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불평등 문제를 나몰라라 하며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서경지부 박명석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이화여대 학생들은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에 맞서 최경희 총장 물러나라고 90일 넘게 투쟁했다. … 적폐를 몰아내기 위해 광화문과 이화여대에서 싸웠다. 그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나 최저임금 1만 원 만든다더니, 박근혜를 닮아가는 것 같다. … 이화여대 총장도 촛불 총장이 아닌 것 같다. 책임진다고 했는데 약속을 안 지키고 있다. …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어 본관 점거 투쟁에 돌입했다.”
서경지부 유재희 이화여대 분회장은 ‘진짜 사장’ 총장이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지난 7월 5일 총장이 [노동자들이 집회하고 있는 현장에] 왔을 때 알맹이 없는 말만 했다. 이화여대는 전체 외곽을 치우는 사람이 6명밖에 안 될 정도로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린다. 내가 이전에 근무하다가 과로로 쓰러졌는데, 그렇게 일하다 보니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학교는 최소한의 비용만 고려해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 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늘 교섭 때도 사실상 제대로 된 말을 하지 않았다. 돈 쌓아놓은 대학에서 이러면, 더 열악한 대학과 빌딩은 자원봉사자로 채워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유재희 분회장은 학교 측이 “연구원 연봉이 3천 몇백만 원”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깎아내린 데 분통을 터뜨렸다.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을 하는 우리 청소, 경비, 시설, 주차 노동자들은 그만큼 받으면 안 된다는 말인가요?”
노동자들은 본관으로 행진해 구호, 함성을 지르며 결의를 다졌다. 같은 시각, 이화여대 김혜숙 총장이 공개강의 ‘종교와 젠더 정의’에서 축사를 하기로 돼 있었는데, 서경지부 이화여대 분회 소속 노동자들과 이화여대 학생들은 김혜숙 총장이 축사하기로 한 강의실 앞으로 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촛불 총장’의 위선

노동자들은 김혜숙 총장이 강의실 앞에 나타나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부패한 전 총장 최경희가 구속되고 직선제로 당선한 총장이니만큼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주리라 기대한 듯하다. 그러나 김혜숙 총장은 노동자 수십 명이 그 자리에 없기라도 한 듯 본 척도 안하고 강연장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강의실 안에선 평등한 관계와 타인에 대한 존중을 핵심 가치로 여긴다는 축사를 전했다. 찬 바닥에 앉아 총장이 나오기만 기다리던 노동자들은 강연 안내책자에 실린 환영사를 읽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혜숙 총장은 “차별과 편견 속에서 한 인간으로 존중 받지 못하던 여성들이, 이화가 뿌린 교육의 씨앗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당당한 사회일원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다. 이화의 힘은 남이 걷지 않은 길을 걷는 데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다수가 여성인 이 노동자들은 김 총장과 단 1분이라도 대화하려고 한 시간이 넘도록 강연장 앞을 지켰다. 그런데 김 총장은 끝까지 냉랭한 표정으로 조합원들과는 눈도 안 마주치고 말 한 마디 없이 강연장을 떠났다. 노동자들의 호소를 얼마나 냉정하게 뿌리쳤는지 기대를 걸었던 노동자들은 아연실색한 표정이었다.
한 노동자는 “학내 구성원과의 원활하게 소통하겠다는 김혜숙 총장의 공약이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는 이뤄진 적이 없었다.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학내 구성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서경지부 이화여대 분회 부분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총장이 고민하고 답 주겠다 했지만 답이 없고 아무도 만나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온 것이다. 학생들은 이화여대에서 ‘정의’, ‘평등’을 부르짖었는데 학교는 정반대의 가치를 행하는가! … 적립금이 7천2백억 원이다. 이자만 해도 엄청나다. … 투쟁밖에 없다. 관철될 때까지 싸우겠다.”
김혜숙 총장에게 만나 달라며 강연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노동자들
촛불 총장 맞나? 만나달라는 노동자들을 외면하며 지나치는 총장
한편, 이 날 학교 측은 총장의 축사를 위해 청소 대체인력을 투입한 듯했다. 노동자들이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는 터라 집회 전날까지 건물이 더러웠는데, 항의시위 당일에는 해당 건물 내부가 깨끗했다. 대체 인력 투입은 절박한 심정으로 파업을 벌이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무력화시키는 효과를 낸다. 파업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선 학교 당국의 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해야 한다.

학생들의 연대와 지지

한편 노동자들의 투쟁에 학생들의 연대가 지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진짜 사장’ 총장이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연서명에 학내 단체 58곳과 학생 6백여 명이 동참했다.
이 날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기 전에는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자들은 학생들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큰 환호와 박수로 고마움을 표했다.
김지윤 사범대 학생회장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화여대가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라”며 김혜숙 총장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이화여대 모임 김승주 회원은 이렇게 말했다. 
“김혜숙 총장은 최경희 전 총장의 적폐를 없애겠다며 당선했지만, 노동자들의 소박한 요구조차 외면하고 있다. … [본인이 축사한] ‘젠더’와 ‘정의’를 말하기 전에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부터 보장하라.”
서경지부는 각 대학들에서 오전, 점심 항의 집회 등을 진행하며 학교 측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지난 12일 전면 파업과 본관 농성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서경지부 노동자 투쟁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