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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영어회화전문강사 고용을 보장하라

2013년 8월과 2014년 2월에 이어 올해 8월과 내년 2월에 또 영어회화전문강사(이하 영전강) 계약 만료 시기가 돌아온다. 영전강은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고 한 학교에서 최대 4년까지 계약 연장이 가능하며 4년이 지나면 신규 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재 영전강은 약 3천7백 명인데, 2013년에 신규 채용된 1천8백여 명이 올해로 계약 연장 상한인 4년을 맞는다. 당장 8월이면 2백여 명이 계약 만료된다.

영전강 노동자들은 정부청사와 교육부 앞에서 농성과 집회를 하며 문재인 정부에 무기계약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를 일회용품 취급하지 말라며 고용을 보장하라는 영전강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7월 12일 교육부 앞 집회에서 전남에서 온 한 영전강 노동자의 발언은 절실했다. "완도, 진도에서 배를 타고 버스를 타고 절박함으로 이 자리에 왔다. … 1년마다 계약을 하기에 교장, 교감 눈치를 보고 온갖 허드렛일을 해 왔다. 부당함을 느껴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고 편견과 불평등 속에서 8년을 버텨 왔는데, 교육부가 8년간 근무한 학교에서 떠나라고 하고 있다.”

ⓒ김현옥

그런데 문재인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하고 상시‧지속 업무의 기간제 사용 사유 제한을 강화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공공부문 비정규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간제 교사와 비정규직 강사는 계속 기간제로 묶어 두려 한다.

비정규직 강사를 계속 기간제로 묶어 두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은, 최근 잇따른 법원 판결과 국가인권위의 권고와도 어긋난다. 6월 22일 대전고등법원은 ‘영전강은 4년을 초과해 계속 근로하고 있으므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6월 29일 국가인권위도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어 “정부는 4년을 초과해 계속 근로하고 있는 영어회화 전문강사에 대해 무기계약직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히고, 영전강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예외 규정으로 두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 관련 령 개정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라]” 하고 권고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영전강을 비롯한 비정규직 교‧강사들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곧 발표될 공공부문 비정규직 가이드라인에도 이런 대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필요한 법 개정도 당장 추진해야 한다. 이들을 외면하면서 ‘공공부문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노동계급의 단결

한편, 안타깝게도 전교조 내 일부 교사와 임용고시 준비생들이 영전강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데서 더 나아가 영전강의 고용 안정과 정규직화에까지 반대한다. 이런 압력을 받아들여 6·30 학교비정규직 파업을 앞두고 전교조 지도부는 ‘비정규직 강사의 정규직 교사 전환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하고 말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상처를 준 것이다.

전교조 지도부는 노동계급의 단결을 해치는 이런 견해를 정부가 악용할 수 있음을 봐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OECD 평균보다 꽤 높은 과밀한 학급당 학생 수 속에서도 정규 교원을 확충하기는커녕 비정규직 교사를 늘리며 노동 유연성을 강화해 왔다. 정규직 교사의 노동조건도 악화됐고, 비정규직 교사들도 열악한 처우로 고통받았다. 이 과정에서 임용고시 경쟁률은 계속 치솟았다.

결국 정부는 노동자들끼리(정규직·비정규직·미취업) 경쟁하고 반목하도록 유도해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교조의 비정규직 교사 정규직화 반대는 교육과정에서든 투쟁에서든 노동자들이 협력하고 연대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2013년 영어회화전문강사 해고 반대 투쟁 당시, 노동자연대 교사모임이 발행한 투쟁 지지 리플릿을 읽는 노동자들 ⓒ고은이

따라서 ‘노동자연대 교사 모임’이 본지 기사를 통해서 주장했듯이, “나쁜 제도와 그 제도로 인한 희생자는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정규직 교사들이 먼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정규직화를 전폭 지지해야 한다.

“영어 몰입 교육에 따른 영어 수업시수 증가와 비정규직 확대에 이용된 영전강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그러나 … 영전강 제도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어디까지나 그 정책을 만들고 시행한 정부 관료들에게 돌려야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영전강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 매년 해고 불안에 시달리며 천대 속에서 일해 온 영전강 교사들은 잘못된 제도의 희생양이자 정규직 교사들이 연대해야 할 동지다. 따라서 정규직 교사로서 필요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별도의 교육을 받고 교사 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영전강을 정규직화해야 한다.” (서지애,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영어회화전문강사 집단 해고를 철회하고 고용 안정을 보장하라’, 〈노동자 연대〉 166호)

비정규직 교원제도 폐지, 교육재정 대폭 확충, 이를 통한 정규직 교원 확대와 비정규 교원 정규직화처럼 직종을 넘어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요구를 해야 한다. 전교조는 이런 요구를 문재인 정부에게 하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런 투쟁이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