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베네수엘라는 몇 년째 심각한 경제적·정치적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2015년 12월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우파들이 더한층 기세등등해져, 고(故) 우고 차베스의 후계자인 현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끌어내리려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로 인한 갈등은, 지난 7월 30일 제헌의회 선거를 전후로 더한층 격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베네수엘라 내 우파는 물론이고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도, 마두로 정부의 호소로 선출된 제헌의회를 거부하고 나섰다.

영국의 사회주의자로서 오랫동안 라틴아메리카의 정치를 분석하고 탐구해 온 앤디 브라운은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주간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와의 인터뷰에서, 한때 새로운 변화의 상징처럼 칭송받던 베네수엘라 식 ‘21세기 사회주의’의 경험을 통해 오늘날 갈등까지를 돌아보고, 우파들의 도전을 저지할 수 있는 투쟁의 가능성을 전망한다.


차베스가 표현했던 변화의 염원을 이루려면 노동계급의 저항을 재건해야 한다 ⓒ출처 베네수엘라 뉴스 에이전시

7월 30일 베네수엘라 제헌의회 선거 이후, 좌파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는 반대 운동에 직면해 있습니다. 거리로 나온 시위대는 어떤 사람들입니까?

우고 차베스가 대통령이 된 1998년 이래로 베네수엘라 지배계급은 반정부 운동을 격렬히 벌여 왔습니다.

지배계급은 차베스의 정통성도, 노동계급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것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마두로에 반대해 거리로 나온 우파들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고, 저마다 전술이 다릅니다.

어떤 우파는 군부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이 낫다고 보고, 어떤 우파는 의회 민주주의적 수단을 써서 권력을 잡으려 합니다.

그래도 그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차비스모”[차베스주의자]가 이룬 성취를 모두 되돌리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들이 마두로 정부를 공격할 때 들먹이는] 민주주의, 국민, 합헌성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우파들은 지난 15년 간의 성취를 되돌릴 권위주의적 질서를 확립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입니다.

제헌의회 선거 결과를 보면, 베네수엘라 유권자의 절반은 마두로도 야당도 둘 다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좌파가 여전히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까?

마두로 정부는 일정 수준의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차베스만큼은 아닙니다.

마두로는 2013년에 대통령에 당선했습니다. 그때 그는 우파 후보 엔리케 카프릴레스 라돈스키보다 고작 1.1퍼센트 더 득표했을 뿐입니다.

그 전 선거들에서 차베스는 카프릴레스를 10퍼센트 이상 차이로 눌렀었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계급이 좌파를 얼마나 지지하느냐는 것입니다. 베네수엘라 노동계급은 2000년대 초 우파들에 맞서 차베스를 지키고자 조직적으로 싸웠습니다.

노동자들이 우파에 반대하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2000년대 초반과는 사뭇 다릅니다. 노동자들 대부분은 [그때나 지금이나] “차비스모”에 투표하겠지만은, 투표를 기권하는 비율이 그때보다 훨씬 높습니다.

마두로가 속한 여당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PSUV)이 타락하면서, 그 당의 노동계급 기반은 사기가 떨어지고 조직력이 약해졌습니다.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에서 책임성 없는 관료가 성장했고, 부패가 어마어마하게 심각해졌습니다.

지금까지 이들은 노동계급 다수의 지지를 받아 왔지만, 노동계급이 마두로를 지키려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 같지는 않습니다.

베네수엘라 노동계급이 [마두로보다] 차베스를 더 기꺼이 방어했던 이유는 무엇이고, 그들은 어떻게 차베스를 방어했습니까?

“차비스모”가 난데없이 생겨난 것은 아닙니다.

1989년 카라카소 봉기 이래 베네수엘라에는 신자유주의, 긴축, 우파에 맞선 강력한 저항 전통이 죽 이어졌습니다.

카라카소 봉기는 IMF의 “구조조정 패키지”에 맞서 수도 카라카스에서 벌어진 대중 항쟁이었습니다.

IMF의 “구조조정 패키지”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이었습니다.

미국의 학자이자 저술가인 조지 시카리엘로-마허는 자신의 책 《우리가 차베스를 만들었다》에서 차베스는 대중 운동의 일부는 아니었지만 그 염원을 받아안았다고 지적합니다.

차베스는 노동계급의 요구를 분명히 표현했던 것입니다.

차베스가 대통령이 된 이후 2002~05년에 대중적 수준의 활발한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세 번의 핵심적 전투가 있었습니다.

첫째 전투는 2002년에 우파들이 차베스에 맞서 쿠데타를 획책한 것이었습니다. 이 쿠데타 시도는 영리한 정략이 없었고 대중 운동에 의해 중도에 꺾였습니다.

특히, 카라카스의 “바리오스”라는 빈민 거주 지역에 사는 사람들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이듬해인 2003년, [베네수엘라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유 기업의 기업주들이 무자비한 직장 폐쇄를 단행했습니다. 우파들은 베네수엘라 경제 전체를 희생시켜서라도 권력을 되찾고 싶어했습니다.

이번에도 석유 노동자 등 노동계급의 대중 투쟁으로 기업주들의 시도는 패배했습니다.

그 다음해인 2004년에 우파들은 헌법적 수단을 이용해 차베스를 끌어내리려 했습니다. 이 역시 커다란 거리 항의 운동으로 무력화됐습니다.

차베스 정부는 대중 운동이 활발했던 이 시기에 보건의료·교육·주택 등 여러 부문에서 개혁을 이뤘습니다.

기층 노동자들도 주도력을 발휘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주민자치평의회를 통해 노동계급 거주 지역에서 더 많은 자치권을 누렸습니다.

노동자들은 기존 어용 노동조합의 관료적 통제에서 벗어나 민주노조를 만들었습니다. 산업에 대한 노동자 통제를 둘러싼 논의가 벌어졌습니다.

차베스의 구상이 정말로 사회를 더 낫게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대세였습니다.

그런 개혁 조처들은 오늘날 어떻게 됐습니까?

그 개혁들은 대폭 축소됐습니다. 그 이유의 하나는 유가의 대폭 하락입니다.

차베스의 개혁들은 당시의 원자재 호황, 특히 석유 산업 호황 기반한 것이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 수출국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호황이 끝났습니다.

개혁의 지체는 심각한 수준의 부패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기층 노동자와 민중을 대변하지도, 그들에 책임지지도 않는 새로운 ‘차베스주의’ 지배계급이 등장했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부패 정치인 계급으로, 국가 기구를 장악해 치부를 했습니다. 베네수엘라인들은 그들을 “볼리바르주의적 부르주아”라고 부릅니다.

경제에서 군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습니다.

내각과 주지사의 절반 이상이 군 장교들입니다. 군부는 예컨대 금광 채굴 같은 경제의 주요 부문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군부는 어떤 면에서도 노동계급에 책임지지 않는 존재가 됐습니다.

기층 노동자 조직이 여전히 있습니까?

노동계급과 빈민들이 [차베스주의자들에] 등을 돌리고는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이들은 우파에 매우 적대적입니다. 대중 사이에서 가장 큰 지지를 받는 구호는 “그들[우파]은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입니다.

노동계급 거주 지역에는 여전히 기층 대중 조직이 많습니다.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 내부에도, 매우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지만 존재감이 있는 좌파들이 있습니다. 그 좌파들은 차베스주의 정부 하에서 자라난 관료주의와 부패를 줄곧 비판해 왔습니다.

그 좌파들은 지금도 간행물을 내며 운동을 건설하려 애쓰고 있고, 차베스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기층에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노동계급 운동이 지금 우파에 맞설 수 있는 상태입니까?

우파들은 막판 승부수를 던지려 합니다. 나라를 통치 불능 상태로 망가뜨려 정부가 실각하게 하려 합니다.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노동계급이 이에 저항할 힘이 없으면, 그런 흐름은 돌이킬 수 없겠지요.

우파 재집권을 저지할 유일한 방법은 노동계급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대중 운동을 벌여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뿐입니다.

타협할 생각이 없는 우파들에게 그럴싸한 타협안을 제시하는 것, 즉 마두로처럼 하는 것으로는 우파를 저지할 수 없습니다.

마두로와 유사하게, 저항 운동의 애초 요구를 우파와의 타협 속에서 훼손해 가는 일은 볼리비아와 에콰도르 등 몇몇 다른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에서도 있었던 일입니다. [그러나 그곳들에서도 타협으로는 우파의 공세를 저지하지 못했습니다.]

노동계급의 저항이 재건돼야 합니다.

우파들은 베네수엘라 사례를 보면 좌파 정책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사회주의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베네수엘라 노동계급을 방어하고 “볼리바르주의 혁명”을 옹호하는 것입니다. “볼리바르주의 혁명”은 거대한 변화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볼리바르주의 혁명”이 계급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국가에 도전했던 것은 아니지만, 노동계급 사람들에게 분명 변화를 줬습니다.

우파 재집권의 결과가 무엇일지는 분명합니다. 잔혹한 권위주의 통치가 도래할 것입니다.

마두로가 승리하든 우파 야당이 승리하든 상관없다는 식의 생각에 단호히 맞서야 합니다.

베네수엘라 정치 상황은 베네수엘라에도, 라틴아메리카에도, 전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일입니다. 베네수엘라가 좌파의 교범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회주의자들은 특정 개혁주의 전략을 마냥 응원하거나, 그 전략의 오류를 보아 넘기거나, 그 전략의 중대한 오류를 무시해서도 안 됩니다.

좌파적 지도자들에게 의존해서도 안 됩니다. 사회주의 사상의 핵심은 노동계급 대중이 자력으로 해방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좌파적 지도자들의] 관료화, 부패, 노동계급 운동 경시에 비판적이어야 합니다.

베네수엘라는 노동계급이 능동적으로 참여해 핵심적 구실을 한 사례입니다. 바로 그랬기 때문에 사회가 더 낫게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