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
약간의 개선 있지만, 기본적으로 요란한 빈 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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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조처로 저소득층의 극히 일부는 실질적인 개선을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번 조처는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에 가깝다. 이번 대책의 핵심 목표는 현재 63.2퍼센트 수준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70퍼센트로 높이는 것이다. OECD 평균 건강보험 보장률이 입원의 경우 90퍼센트, 전체로도 80퍼센트가 넘는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물론 이조차 약속대로 된다면 개선이기는 하다. 문제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작다는 것이다.
먼저, “필수적인 비급여는 모두 급여화”한다지만 이는 하나 마나 한 얘기다. 지금도 법적으로 ‘필수적인’ 의료는 모두 급여화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비급여가 이토록 많은 것은 의료기관
예컨대 수액 주사를 맞을 때 흔히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주사바늘은 일선 현장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된 지 한참이 지났지만 보험 적용에서 제외돼 왔다. 정부는 값싼 금속 바늘을 써도 아무 문제 없다는 입장이었고 병원 측은 자신이 운영하는 매점에 바늘을 갖다 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누구도 이 멍청한 상황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 이런 사례는 넘쳐난다. 제약, 의료기기, 용품 등 의료 연관 기업 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상품은 원가를 줄이는 방향으로
따라서 정부가 직접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영국 국가의료체계
게다가 정부는 비급여를 없애기 위해 5년 동안 30조 원가량을 투입한다고 했지만 이는 누적해서 부풀려진 액수다. 실제로는 내년까지 3조 7천억 원을 투입하고 2019년에는 9천6백58억 원, 2020년 6천9백15억 원, 2021년 6천3백5억 원, 2022년 5천9백5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2015년 현재 건강보험 급여 지출 규모가 45조 7천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증가율은 5퍼센트도 안 되는 셈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많은 비급여 항목이 곧바로 급여로 전환되기보다 일부만 보장하는 것으로 남을 듯하다. 문재인은 이런 경우들을 “예비급여”로 분류해 보험 적용 비율을 차등화
예비급여
입원 환자들에게 가장 부담이 큰 3대 비급여
간병 부담을 줄이려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2022년까지 10만 병상까지 확대한다지만 “충분히 제공”하는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무엇보다 이를 위해서는 간호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하는데, 열악한 노동조건과 이에 비해 낮은 임금 탓에 지금도 많은 간호사들이 몇 년 만에 일을 그만두는 형편이다. 그런데 정작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한다며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문제를 만들어 내는 식이니 실질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1~3인실 병실료의 경우 환자 “쏠림” 현상을 막는다며 최대 50퍼센트까지 환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기로 했다. 약제도 전액 보장이 아니라 30~90퍼센트까지 차등을 둔다. 치매 의료비 부담을 완화한다지만 치매 진단 검사비를 지원하는 정도다.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비용이 드는 돌봄 비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중증’ 치매의 경우에만 욕창 치료 등 진료비의 90퍼센트를 지원한다. 물론 그조차 앞서 지적했듯이 이 계산에서 제외되는 비급여의 폭은 계속 달라질 것이다.
개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일부 저소득층의 의료비 경감 대책인데, 그조차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장기 입원자는 별도 심사제도를 두겠다니 두고 볼 일이다.
서비스법·규제프리존법
재원 마련 방법도 기만적이다. “보험료 인상은 과거 10년간 통상 보험료 인상률 수준에서 관리”하겠다지만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보험료가 동결되거나 1퍼센트 남짓 인상된 기억을 이용하려는 못된 꼼수일 뿐이다. 2007년 보험료 인상률은 무려 6.5퍼센트였고 2008년에도 6.4퍼센트나 올랐다. 2010년과 2011년에도 각각 4.9퍼센트, 5.9퍼센트 인상됐다. 지난 5년간 실질임금 인상률이 1.34퍼센트밖에 안 되는 것을 고려하면 보험료 인상폭이 지난 10년 평균치
또, 정부는 매년 4월마다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분을 따져 1년치 보험료 추가분을 징수한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보험료 수입의 14퍼센트에 해당하는 정부 재정 지원액을 전년도 기준으로 계산해 지난 10여 년 동안 5조 3천억 원가량 덜 냈다. 그런데 문재인은 이 돈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도 없이 보험료 인상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는 의료를 수익성 높은 서비스 ‘산업’으로 여겨 온 전임 정부들과 근본적으로 같은 관점을 갖고 있다. 정부 여당은 그동안 의료 민영화법으로 지적돼 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도 다음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하겠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그 정도로 이 법이 끼칠 효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요란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의 건강보험 ‘개혁’이 노동자들에게 그저 이익이 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 위기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기업주들이나 의료 ‘산업’ 자본가들의 이익을 사회에 알아서 재분배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약속은 지키지도 못할 것이고 그 책임을 상대적으로 나은 처지에 있는 정규직 조직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진보·좌파는 노동자들에게 문재인을 믿고 기다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임금 등 자신들의 조건을 지키기 위해 투쟁에 나서도록 고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