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양된 세월호의 화물칸에서 철근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8월 6일부터 나오기 시작한 철근은 많게는 하루에 수십 톤씩 발견돼, 열흘 만에 1백12톤을 넘었다.

2016년 6월 27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참사 당일 세월호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 4백여 톤이 실렸다는 내용을 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이후에도 화물칸에서는 철근이 계속 쏟아져 나올 것이다.

청해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참사 당일 실린 것들은 1백 퍼센트 해군기지로 가는 것” 이었다고 밝혔다(〈미디어오늘〉 2016년 6월 16일자). 승객 5천 명 무게에 해당하는 철근의 양은 일반 화물 총량의 3분의 1 이상으로, 세월호에 실린 화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게다가 규정을 어긴 채 대충 고박됐다.

철근을 비롯한 화물의 과적과 부실한 고박은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배가 한 번 왼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화물이 쏠리자 또 한 번 기울어졌고, 그 탓에 배가 걷잡을 수 없이 전복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화물의 쏠림은 급격한 침몰을 야기해, 탈출 가능 시간을 대폭 감축시켰다.

“안보” 내세운 해군기지 건설이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을 빼앗다 세월호 화물칸에서 발견된 철근들 ⓒ출처 정성욱 4.16 가족협의회

그런데 참사 당일 무리한 출항이 제주 해군기지 공사가 늦어지고 있던 상황과 연관이 깊다는 의혹도 제기돼 진상 규명의 과제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참사 직후 검찰이 철근의 양을 2백8십여 톤이라고 축소 발표하고, 해군이 제주 해군기지로 들어간 철근의 조달 경로를 숨긴 것이 드러나면서 정부 차원의 축소·은폐 의혹도 커졌다.

앞으로 철근 과적, 부실한 고박, 축소 보고 등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특조위가 분석한 청해진해운의 영업 실적 자료를 보면, 청해진해운은 2010년부터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으로 물동량이 증가할 것을 예상하며 대비하고 있었다. 실제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본격화된 2012년, 제주항으로 들어오는 주요 건설자재 화물량이 급격히 상승해 2013년에는 이전의 갑절 가까이 폭증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제주 해군기지 공사에 차질이 생긴 정황도 발견됐다.

청해진해운은 경쟁 선사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일본에서 사온 낡은 배를 급하게 개조하고, 허위계약서를 꾸미고, 선박 허가 기관에 뇌물을 뿌렸다. 즉, 세월호는 탄생부터 제주 해군기지와 연관돼 있었던 것이다.

세월호가 화물을 꾸역꾸역 싣고 휘청거리며 항해하는 동안, 이명박과 박근혜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짓밟으며 해군기지 공사를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천혜의 자연 환경이 파괴됐고, 주민들의 삶도 물리적 폭력과 벌금 폭탄과 온갖 이간질로 파괴됐다.

이미 강정 마을과 세월호에서 끔찍한 희생을 만들어 낸 제주 해군기지는, 장차 더 큰 위험과 불안정으로 평범한 사람들을 내몰 미국 제국주의, 그리고 한미 동맹과 연관돼 있다.

제주 해군기지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오바마 정부 때부터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자국의 경제적·지정학적 영향력을 재천명하고자 본격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국제 서열의 맨 꼭대기를 지키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그래서 아시아에서 동맹을 강화하고 군사력을 전진 배치하며 중국을 견제하려고 애썼다.

중국을 군사적으로 봉쇄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비춰볼 때, 제주도는 동·남중국해와 서해, 일본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고자 미사일 방어 체계(MD)를 구축하려 하는데 제주 해군기지는 MD의 중요한 일부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성주 주민들을 짓밟고 배치를 강행하는 사드 또한 MD의 핵심 무기다.

이에 맞서 중국도 해군력을 중심으로 군사력을 엄청나게 늘려 왔다. 중국 지배자들은 중국 경제에 매우 중요한 주요 해상 운송로를 미국이 장악한 데 불만을 갖고, 유사시 미군 전력을 역내에서 밀어내고자 한다.

이처럼 한반도 일대를 놓고 제국주의적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지배자들은 미국의 편에 서서 나름의 군사 강국이 돼 한몫을 거들려고 한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군사력이 12위다.) 자본주의·제국주의의 우선순위는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과 평화가 완전히 뒷전이다. 세월호 참사는 바로 그 연장선에 있었던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는 김대중 정부가 논의하기 시작해서 노무현 정부가 결정했고, 이명박·박근혜가 건설에 착수했다. 역대 민주당 정부가 미국 제국주의의 압력을 거스르기는커녕 적극적인 협조자 구실을 했듯이, 문재인 정부 또한 한미 동맹과 부국강병을 앞세우며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군사비를 매년 늘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군사력 증대는 제국주의적 패권 경쟁의 악순환을 강화할 뿐, 미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에서의 긴장 격화도, 북한 핵 위협도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근본적인 안전과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정부 차원 재조사” 약속을 저버린 문재인

문재인은 대선 후보 시절 세월호 3주기 추모식에서 “국회 동의가 없더라도 대통령의 권한으로 (정부 차원의) 특조위를 재가동시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당선 후 그 약속은 강제력이 없는 ‘자문 기구’ 성격으로 바뀌었고, 급기야 8월 16일에는 그마저도 없던 일이 돼 버렸다.

그리고 문재인은 정부의 책임을 국회로 떠넘겼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 2백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잘 될 것으로 믿[는다.]” 하고 말했다.

쌀쌀맞기 이를 데 없는 박근혜와는 달리, 문재인은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지만 세월호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전임자와의 구분선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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