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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극우 반대 운동 부상 :
다시 위기에 처한 트럼프

트럼프에 맞선 운동이 전진하면서, 트럼프는 정권 주요 인사들을 경질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

버지니아주(州) 샬러츠빌에서 인종차별 반대 활동가 헤더 헤이어가 살해된 후, 미국 전역에서 파시즘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가 나치의 샬러츠빌 만행에 대한 규탄 성명 발표를 거부하자, 8월 20일 백악관 산하 예술·인문자문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항의의 의미로 전원 사퇴했다.

지난주 내내 백악관 자문위원들이 줄줄이 사퇴해, 트럼프는 각종 자문단 3개를 해체해야 했다. 8월 18일 핵심 참모였던 스티브 배넌 역시 해임해야 했다.

배넌은 최근 인터뷰에서 대(對)중국 무역 전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국과의 경제 전쟁이 가장 중요하다.”

그럼에도 배넌 해임 이후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이 즉각 달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임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로 중심축 이동” 전략은 중국[의 부상]을 군사적·경제적으로 저지하고자 수립됐다. 그 세부적 방법은 변할 수 있지만 목표는 유지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내 트럼프의 측근들은 갈수록 정치적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

트럼프는 공화당 내 정적들을 달래려고 감세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많은 이들이 사퇴했지만, 이들은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에] 인종차별적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할 때나 악명 높은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을 발표할 때, 그가 성추행 전력을 떠벌릴 때도 자리를 지켰던 자들이다.

그랬던 자들이 왜 이제 와서 사퇴하는 것일까?

압력

기성 정치권과 유력 인사들은 운동이 아래로부터 가하는 압력을 받고 있다.

8월 19일 매사추세츠주(州) 보스턴에서는 극우파들이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벌인 시위(겨우 25명 모였다)에 맞서 4만 5천 명 규모의 맞불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조직자들의 예상보다 갑절이나 큰 규모였다.

‘해방을 위한 보스턴 페미니스트’ 단체에서 활동하는 니콜은 다음과 같이 전했다.

“오늘 집회를 성사시키려 많은 좌파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흑인들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여러 해 동안 구축한 네트워크가 특히 중요한 구실을 했습니다. 오늘 집회는 좌파들의 단결이 빛을 발한 사례입니다.”

이런 단결은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에 반대하는 전국적 운동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니콜은 계속해서 이렇게 전했다.

“지금이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단지 극우에 대처하는 문제뿐 아니라 북동부 지역 전체에서 경찰 폭력에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하는 데서도 말입니다. 이곳 보스턴에서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파시즘과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전례 없는 일입니다.”

트럼프를 몰아내자 8월 19일 보스턴에서 열린 나치 반대 시위. 이 시위에 4만 5천 명이 참가했다 ⓒ출처 Sasha Kimel(플리커)

극우파의 샬러츠빌 공격을 규탄하는 연대 시위는 국제적으로도 벌어졌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나치 5백 명이 벌인 집회에 맞서 반파시스트 활동가 1천 명이 모였다. 영국 런던에서도 샬러츠빌 공격을 규탄하러 2백 명이 모였다.

이때까지 나치는 트럼프를 보며 자신감을 키웠지만, 샬러츠빌 공격 규탄 운동이 분출하면서 극우파의 부상에 반격을 가하고 있다.

8월 26~27일 주말도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운동에 중요한 주말이 될 것이다.

그날 나치와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샌프란시스코만(灣)에 있는] 캘리포니아주(州) 버클리에서 시위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맞서 반파시즘 활동가들은 ‘혐오에 반대하는 샌프란시스코만 행동’이라는 맞불 시위를 준비 중이다. 약 70개 단체가 이날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

서부항만노조(ILWU) 10지부는 반파시즘 행동에 연대하는 작업 거부 행동을 투표로 가결했다.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부상하면서 트럼프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조직 노동계급이 이 운동에 조금씩 동참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트럼프의 운명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8월 21일 도널드 트럼프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미군을 대거 증파하겠다고 발표했다.

“애초에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직감했지만…” 하고 연설을 시작한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앞으로도 몇 년 더 이어질 것이라 시사하며 연설을 끝맺었다.

트럼프는 “앞으로는 파병 군인 규모나 향후 군사 활동 계획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런 행보는 트럼프 정부 안에서 군부의 입김이 더 커진 결과라는 관측이 있다. 실제로 백악관의 주요 직책은 모두 군 장성들로 채워져 있다.

스티브 배넌이 쫓겨난 결과, 백악관 안보보좌관 H R 맥매스터의 영향력이 더 커졌을 수는 있다.

이주민 문제에서 위선적인 민주당

트럼프에 대한 분노가 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이주민 공격은 여전히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공화당·민주당을 불문하고 기성 정치권 내에는 트럼프 정부의 이주민 공격에 대한 공감대가 광범하게 존재한다.

‘억류된 이주민에 연대하는 텍사스주 위원회’ 단체에서 활동하는 앨런 딕커는 이렇게 전했다. “추방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경순찰대가 더한층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극우의 준동 때문이라기보다는 정부 상층의 명령 때문입니다.”

민주당의 위선은 그들이 이주민 권리 옹호를 거부하는 데서 가장 잘 드러난다.

최근 공화당은 향후 10년 동안 이주민 유입을 절반 규모로 줄이는 법안을 제출했는데, 이 법안은 특히 이미 시민권을 획득한 사람의 가족들과 영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다.

앨런 딕커는 또한 이렇게 지적한다. 지금 트럼프는 일부 법안을 놓고 공화당 안에서조차 저항에 부딪히고 있지만 “공화당의 새 이주민 법안은 [민주당의] 수정 [요구]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이주민 공격을 방어하는 데 지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노예 제도를 기리는 남부군 동상들을 철거해야 한다

인종차별 반대 활동가들은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도를 옹호한 남부군 인물을 기리는 동상들을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지목하고 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샬러츠빌 공격도 극우파가 동상 철거를 저지하려 들면서 벌인 일이다.]

샬러츠빌 공격 이후 대중적 분노가 폭발하자, 8월 15일 메릴랜드주(州) 볼티모어시 당국은 해당 동상 4개를 철거했다. 텍사스대학교 당국도 동상을 철거했다.

인종차별의 상징

[남북전쟁 당시 ‘남부’에 속했던] 버지니아주의 주도(州都) 리치몬드시에서는 남부군 동상 5개가 철거됐다. 시장은 “이런 동상은 애초 세워지지 말아야 했다”고 말했다.

미국 전역, 특히 남부 지역들에서 남부군 동상들을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다른 지역에서 벌어진 일들의 영향을 받아, [‘남부’에 속했던]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윌밍턴시에서도 남부군 동상들이 훼손됐다. 윌밍턴시에서 활동하는 소냐 패트릭은 이렇게 전했다.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 몇 년 전 ‘전국흑인지도자모임’과 ‘흑인들의 목숨도 소중하다’ 활동가들이 [동상 철거를 요구하러] 시장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는 주지사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그 동상들을 철거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두 달 전이었습니다. 그러나 후임 주지사는 샬러츠빌 공격에 대한 분노가 터져 나오자 이제 동상을 철거하겠다고 말합니다.”

출처: 출처 영국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25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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