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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교사들의 정규직화 요구를 지지하며 :
임용고사 합격증이 아니라 계급의 단결이 먼저다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둘러싼 논쟁이 격렬하다. 애초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기간제교사(와 비정규직 강사)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했다. 이들이 항의 행동에 나서자, 교육부는 그제서야 전환심의위원회의 논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배제됐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래서 8월 말로 예정된 교육부의 전환 대상 규모 발표에서 기간제교사들이 제외될 공산이 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기간제 교사·강사 정규직 전환 불가’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이 기간제교사 바로 옆에서 반대 서명을 받고, 심지어 기간제교사에게도 서명을 받는다는 고약한 소식이 들려 온다. 전교조 조합원들은 학교 현장에서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열을 부추기는 교총의 서명을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

일부 기간제교사만 정규직화하자는 ‘현실적 안’은 기간제교사 운동을 분열시키고 약화시킨다 ⓒ민수연

새롭게 비정규직 운동 대열에 합류한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전기련)는 이런 상황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 전기련에게 전교조 지도부의 태도는 야속할 것 같다. 전교조는 “정부의 현재 가이드라인을 관철하는 명분만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타당한 이유를 들어 전환심의위원회 위원을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 신문이 인쇄에 들어갈 때까지도(8월 23일) 진행되고 있는 전교조 중집은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 지지를 결정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현실적 안’

흔히 예비교사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한다. 경쟁률이 엄청난 임용 경쟁이 예비교사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비참한 현실이 뒤틀려 나타난 논리다.

그러나 임용고사는 절대선이 아니다. 1991년 임용고사가 도입될 때 전교조는 교원 통제 수단이라며 반대했다. 학생들을 경쟁시키는 입시체제를 거부하는 전교조가 교사들을 통제하고 경쟁시키는 임용고사를 우선하면서 계급의 단결을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리고 이런 논리는 나머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논리로도 이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공공기관 정규직 노동자들도 많은 스펙을 쌓고 공개채용 방식으로 입사했을 것이고, 따라서 고용승계 방식의 정규직 전환은 형평성을 위배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교조 안에는 전기련이 기간제교사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을 문제 삼는 사람들도 있다. ‘원칙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간제교사 4만 6천 명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지 말고 ‘현실적 안’을 내놓으라고 한다.

가령, 사립과 공립 사이에(사립은 임용고사를 보지 않으므로 정규직 전환 지지), 휴직·대체(정원 내)와 상시·지속(정원 외) 사이에 차이가 있으므로, 사립이나 정원 외 기간제교사들만을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하자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싸우기도 전에 기간제교사 운동이 사립과 공립 사이에, 정원 내와 정원 외 사이에 갈갈이 찢어지게 될 것이다. 운동이 분열하면 정규직화 요구 성취는 요원해지고, 운동 참가자들 사이에서 환멸과 냉소가 생겨날 것이다. 비근한 예로, 현대차 비정규직 운동에서도 정규직화 대상이 누가 될지를 따지기 시작하면서(1차 협력업체만이냐, 2차 협력업체까지냐, 3차 협력업체도 포함할 거냐) 그 내부에서 계속 갈등을 겪다 운동이 약화됐다. 그런 점에서 개혁주의적 ‘현실론’은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방법이 못 된다.

전기련이 지지를 얻으려면 현실적인 안을 내놓으라는 것은 실상 조건부 지지 입장이다. 즉,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를 지지하지 않으면서 그 책임을 기간제교사들의 “원칙”적 태도 탓으로 떠넘기는 입장으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로 일부 사람들은 ‘기간제교사들이 전원 정규직화 요구를 해서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며 정규직 전환을 지지하지 않는 입장을 합리화한다.

이는 결국 현재 주어진 조건에서 파이를 나누는 방식밖에 없다는 절망적 세계관의 발로이다. 이런 주장은 노동자들을 분열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가이드라인에서 기간제교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 비정규직 강사들을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하는 동시에 교사 선발 규모도 대폭 줄였다. 학교 비정규직과 예비교사를 모두 내친 것이다.

정부에 맞서 예비교사와 학교 비정규직, 그리고 정규직인 전교조가 함께 교원 확충과 교육재정 확보라는 파이를 늘리는 투쟁을 해야 한다. 1년 전만 하더라도 감히 박근혜가 파면·구속되리라고 생각했을까? 우리 운동 안에서 분열하지 말고, 함께 단결해서 요구할 때다.

그 첫 출발로 정규직 노동자인 전교조 교사들이 전기련의 정규직화 지지 서명을 받자.(http://bit.ly/기간제교사정규직화)

그리고 동료 교사와 주변의 기간제 교사들과 함께 8월 26일(토)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촉구 전국기간제교사연합 2차 집중집회’(오후 5시 30분, 서울 정부청사 앞)에 적극 참가하자.

* 필자는 전교조의 지회장이지만, 이 글은 지회의 입장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쓴 것입니다.

정규직 전환하라!

기간제교사 정규직 전환 촉구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2차 집중집회

일시: 8월 26일(토) 오후 5시 30분

장소: 서울 정부청사 정문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