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대표가 회원들에게 보낸 호소문이다. (출처: 박혜성 대표 페이스북)


가만히 생각해 보면 기간제교사로 살면서 우리는 참 많은 일들을 겪어 왔습니다.

학교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기간제교사라는 이유 때문에 교무실에서는 조금 주눅들어 살아야 했습니다. 성과급이 나왔다고 좋아하시거나 등급이 나쁘게 나왔다고 불평하시는 선생님들 속에서 기간제교사들은 성과급을 받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교실에서는 처음 보는 우리를 단지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믿어 주고 사랑을 보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믿는 아이들 덕분에 힘을 얻었고,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숱한 노력들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늘 아이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학교를 떠나와야 했고, 내년을 약속할 수 없었습니다. 인사도 없이 어느 날 사라진 선생에 대해 아이들을 묻곤 합니다.

그 선생님 어디 가셨어요? 왜 안 오세요? 혹시 그 선생님이 기간제 선생님이셨어요? 그 선생님 참 좋은데..... 이럴 때 울컥합니다. 그러나 그 선생님이 기간제교사라고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동료 기간제 선생님이 아주 잘하고 가셨구나 안심도 되고 자부심도 느끼기도 했으니까요. 기간제교사라서 어쩌구 하는 부정적인 뒷말은 듣지 않았으니까요.

세월호 참사 때 탈출하기 쉬운 5층에서 4층으로 내려가 아이들을 구하고 하늘의 별이 된 두 분 기간제 선생님을 생각해 봅시다.

두 선생님의 가족이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같은 학교에서 같은 교사로 교육활동을 하였고, 담임으로 수학여행에 동행하여 아이들을 구하다 희생되었으니 정교사로서 인정을 해달라는 것이었으며 이는 매우 정당한 요구였습니다.

그러나 이 정당한 요구를 인정받기 위해 두 분 선생님의 가족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3년 넘게 투쟁을 해야 했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차별 당하는 이 상황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분노하고 좌절했습니까?

다시는 이런 차별을 당하기 않기 위해 기간제교사들은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인 ‘정교사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약속하면서 기간제교사와 강사들을 제외하였습니다. 기간제교사들은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하는 기분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때 낙담하고 분노하는 개인들로 멈추지 않고, 우리 요구를 내걸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그 첫발을 뗐습니다.

아직 우리 힘은 미약하고, 정부는 완강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문제가 이슈가 되고, 조금씩이나마 우리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교총 서명에 반대하며 우리를 지지하는 서명을 받는 정교사들이 있습니다. 우리를 지지하며 함께 싸우는 비정규직 운동 단체, 노동·사회 단체들이 있습니다. 이런 연대를 더 늘리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요구를 쟁취하려면, 우리는 더 많이 모여야 하고 더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전기련의 ‘모든 기간제교사 정규직 전환’ 요구에 대해 한편에서는 임용고사가 있는데 지나친 욕심 아니냐 하는 말도 있습니다. 전교조 지도부나 민주노총 등 우리를 지지해 주리라 믿었던 곳들이 우리의 요구를 분명히 지지하지 않거나(조건부 지지),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것에 실망하셨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의 요구가 맞는 요구인가’ 의심하고 흔들리는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마 ‘정교사로의 전환은 어려우니 고용 안정을 이룰 수 있게 무기계약직으로 요구 수준을 낮춰서 요구하는 것이 낫겠다’고 보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정규직화 요구가 과도해서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가 말하는 정규직화 즉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조차 포함시키지 않은 것입니다. 전환심의위원회 위원들도 대다수가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 전환의 법적인 근거가 부족해서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요구를 낮추고 변경한다고 실익이 있을까요?

반면 우리가 여기서 요구 수준을 낮추거나 선별적, 단계적 정규직화를 말하면, 기간제교사들 사이에 분열이 생기고, 이 분열로 인해 우리 조직은 약화되어 무너질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요구를 성취하기 위한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금 현실적인 안을 내놔야 한다며 요구를 변경하는 것은 현실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약화시키는 일이라는 점을 봐야 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투쟁을 시작한 학교회계직 노동자들을 보십시오. 수년 동안 숱한 좌절을 거듭하면서도 단결했기 때문에 조직을 유지하며 투쟁을 해 올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 우리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세월호 순직 인정 투쟁을 했던 가족들도 3년이란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임용고사를 보지 않은 교사이니 순직 인정되기 어렵다. 그러니 현실적인 안을 가지고 와라’ 이런 압력도 받았을 것입니다. ‘법률적 제약 때문에 순직은 안 된다. 그러니 보상이라도 많이 받는 게 낫다’는 등의 온갖 얘기들을 들으셨을 것입니다.

당시 순직 교사 유가족들이 이런 압력을 받아 요구 수준을 낮췄다면, 정부가 그 요구는 수용했을까요? 그렇지 않았을 것을 다 잘 아실 것입니다. 정부는 세월호 운동을 분열시키기 위해 보상금으로 유가족들을 분열시키려는 목적이 있었으니까요.

만약 두 분 선생님의 가족들이 분열했다면 순직 인정은 얻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 두 분의 가족들이 굳건하게 긴 시간 싸웠기 때문에 순직 인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이 성과를 발판삼아 투쟁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실현 가능성은 요구 수준이 아니라 요구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들겠지만,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 막 첫발을 떼고 세상에 우리 존재를 알리고, 우리 요구의 정당성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지금 당장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해도, 여기서 멈추거나 좌절해서는 안 됩니다. 8월 말, 9월 초에 정부 발표가 나와도 우리처럼 요구가 수용되지 않은 많은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이 정부에 항의하며 계속 싸워 나갈 것입니다. 우리도 그 일부가 돼야 합니다. 따라서 이 싸움은 아직 끝난 것이 전혀 아닙니다.

우리가 기간제교사들이 원하는 정규직화와 차별 폐지와 같은 요구를 쟁취하려면, 기간제교사들이 분열해서는 안 됩니다. 함께 단결해 계속 나아갑시다.

회원 여러분, 다가오는 8월 26일(토)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2차 집중 집회에 적극 참가해 힘을 모읍시다. 이 자리에서 많은 회원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2017년 8월 24일
대표 박혜성

정규직 전환하라!

기간제교사 정규직 전환 촉구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2차 집중집회 

일시: 8월 26일(토) 오후 5시 30분

장소: 서울 정부청사 정문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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