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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생리대:
이윤을 위해 여성의 안전을 내팽개치는 자본주의

ⓒ이미진

독성 생리대가 여성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일회용 생리대에는 생리혈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화학 재료가 사용된다. 이로 말미암은 생리불순과 생리통 등 피해 사례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에 특정 제품 사용 후 두드러진 피해를 겪은 여성들이 집단 소송에 나서면서 일회용 독성 생리대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특정 제품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 10종을 검사한 결과, 발암성 독성 물질 20종을 포함한 2백여 종류의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생리대를 이용할 때마다 외부 자극에 약한 여성의 질과 외음부를 통해 독성 물질이 몸에 흡수된 것을 생각하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생리대는 여성들의 삶에 매우 필수적인 생활용품이다. 가임기 여성의 80.9퍼센트가 평균 40년간 일회용 생리대 1만 4천~1만 9천 개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생리대 성분이나 제조 과정은 제대로 밝혀진 적이 없다. 생리대 제품 라벨에는 ‘순면커버’, ‘부직포’, ‘흡수체’ 등 모호한 문구만 기재돼 있다. 기업들은 영업 비밀이라며 성분 공개를 거부하고 모르쇠로 일관한다.

기업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사전 점검을 명분으로 삼았고, 식약처도 심사 통과한 제품은 문제가 없다며 생리대 유해성 논란을 일축해 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 기업이윤안전처

그러나 식약처 심사 통과는 안정성 보장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식약처 검사 항목은 포름알데히드와 색소, 형광물질, 산성도 등 9가지뿐이다. 논란이 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관련 유해물질 검사 항목은 아예 없다.

식약처는 지난해 6월 생리대의 심사 규정을 더 완화했다. 그래서 현행 식약처 안전 기준은 완전히 속 빈 강정이다. 더구나 2009년 이후 식약처에서 안전성·유효성 검사를 받은 생리대는 1천82개 품목 가운데 고작 4개(0.4퍼센트)였다. 식약처는 규격 기준을 맞추겠다는 기업들의 구두 통보만 받고 조사도 하지 않았다.

사실 생리대 유해성 문제는 사회적 이슈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식약처는 “생리 중 피부 질환은 사용자의 사용 습관이 중요한데, 대부분 교체 시간과 관련이 있다”며 여성들에게 책임을 전가해 왔다(2012년 식약처 자료집).

일각에서는 불안해 하는 여성들에게 ‘휘발성 화학물질은 날아가기 때문에 생리대 사용 전에 몇 시간 펼쳐 놓아 두면 괜찮다’는 식의 ‘방안’이 제시됐다(〈중앙일보〉 8월 25일치). 그러나 여성들이 직장이나 학교에서 생리대를 몇 시간씩 펼쳐 놓고 통풍시킬 수 있단 말인가? 여성들의 ‘사용 습관’ 운운하는 것은 정말 가당찮다.

독성 생리대는 돈벌이에 눈이 멀어 여성의 건강을 무시한 명백한 기업들의 책임이다.

비싼 가격도 문제다

“일회용 생리대 시장은 수요가 절대적으로 안정적인 거대한 시장이다.” 그래서 생리대 시장은 불황 없는 황금알로 각광을 받았다. “일회용 생리대 시장은 엄청나게 확장했고, 생리대 가격도 상승일로”를 달리며 막대한 이윤을 획득했다(《월경의 정치학》).

과거에 여성단체들은 일회용 생리대의 비싼 가격 문제를 제기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2004년에 완제품의 부가가치세가 면제돼 생리대 가격이 조금 인하됐다. 그러나 기업들은 원재료를 구매할 때 부담한 부가가치세 손해를 만회하려 기만적으로 가격을 계속 올려 왔다.

뻔뻔하게도 기업들은 펄프나 부직포 등 원료 가격이 하락해도 계속 생리대 가격을 인상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생리대 가격은 무려 25.6퍼센트나 인상됐다. 화장지와 기저귀 가격이 각각 5.9퍼센트와 8.7퍼센트 인상됐는데, 같은 재료가 사용되는 품목과 비교해도 엄청난 폭리를 취한 셈이다.

지난해에는 가난한 청소년들이 비싼 생리대를 살 수 없어 신발 깔창, 휴지, 수건 등으로 버티거나, 하루에 생리대 한 개만 사용하다 심한 염증으로 고통받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이슈가 됐다.

그럼에도 생리대 업계 1위인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생리대 가격을 약 8퍼센트 인상했다. 유한킴벌리는 사회적 비판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격 인상을 강행한 덕에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0퍼센트 증가했다. 야금야금 생리대 가격을 인상해 이익을 톡톡히 챙긴 다른 기업들도 쾌재를 불렀다.

이렇게 기업들은 여성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막대한 이윤을 획득했지만, 생리대 안전성을 위한 투자는 뒷전이었다.

반면 기업들은 광고비나 판매 촉진비 등 쓸데없이 쓰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한 해 동안 유한킴벌리는 1천억 원, LG유니참은 약 3백억 원을 쏟아부었다.

안전보다 이윤만을 우선시하는 탐욕스러운 기업들의 행태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안전하고 질 좋은 생리대 무상 지급

여성들에게 생리대는 기호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들의 유해물질 사용과 생리대 가격 등을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그러나 일회용 생리대 성분 공개와 안전성 규제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강박적인 자본주의 이윤 경쟁 속에서 기업들은 여성의 건강과 안전에 무능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일부 여성들은 생리컵이나 면 생리대를 자구책으로 사용하고 있다. 유기농 재료로 만든 일회용 생리대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 가난한 노동계급 여성들이 사용하는 데 부담이 된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독성 생리대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생리대를 구입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가 안전하고 질 좋은 생리대를 개발하고 모든 여성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계급의 건강과 안전을 내팽개치는 자본주의의 이윤 논리에 도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