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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를 표현할 자유’에 제동을 건 미국 인종차별·극우 반대 운동:
극우를 좌절시킬 잠재력

버지니아주(州)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극우파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 공격 이후 항의 운동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8월 26일~27일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버클리 지역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출처 Peg Hunter(플리커)

‘혐오에 반대하는 샌프란시스코만 행동’이 주관한 날 행동은, ‘애국 기도회’, ‘유럽계[백인]의 정체성 [수호]’ 등 극우 단체들에 맞선 대항 시위로 계획된 것이었다. 이 지역이 ‘대안 우파’가 벌이는 “표현의 자유 운동”(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적 극우 사상을 표현할 ‘자유’를 주장하는 운동)의 발상지라는 점에서 이 시위는 정치적 의미가 적잖았다.

1백 개 넘는 단체가 시위 공동 주최 단체에 연명해 단결을 과시했다. 미국 전역에서 열렸던 다른 극우 반대 시위들처럼 ‘흑인들의 목숨도 소중하다’ 지역 연대체와 무슬림학생회 등 인종차별 반대 운동 단체들이 중추적 구실을 했다. 교원노조·서부항만노조·서비스노조·지방공무원노조 지부 등 노동조합들도 공동 주최 단체로 참가했다.

기세가 눌린 우파는 자신들의 시위를 취소해 버렸다. “버클리는 [미국] 마르크스주의 운동의 진원지”라며 ‘미국에서 마르크스주의는 안 된다’ 시위를 주최하려 했던 한 극우 인사는, 대항 시위의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자 자기 지지자들더러 그날 거리에 나오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애초에 대항 시위 개최를 방해하던 버클리시(市) 시장조차 “네오나치에 대한 최고의 대응은 여러 인종이 함께 모인 광범한 화합”이라며 대항 시위를 지지하는 입장을 내야 했다.

이틀 동안 수만 명이 대항 시위에 참가했다. 애초에 우파의 시위가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모욕이게도) 마틴 루터 킹 시민공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는데, 우파 시위가 취소된 뒤에도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 수천 명이 아침 일찍부터 시민공원을 둘러싸고 집회를 벌였다.

이날 시위의 특징은 노동자들의 참가였다. 많은 노동자들이 (소속 노동조합 차원으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집회에 참가했지만, 몇몇 중요한 고무적 사례도 있었다. 전력노조는 전국 참가단을 구성해 이틀 연속으로 집회에 참가했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폭격 당시 이스라엘 국적 선박에 대한 하역 작업을 거부했던 서부항만노조 10지부는 이번에도 하루 조업 중단을 투표로 가결하고 집회에 참가했다. 지방공무원노조 3299지부는 지부장과 조합원들이 함께 행진 대열에 참가해 “혐오 반대! 공포 [조장] 반대! 나치는 꺼져라!” 구호를 외쳤다.

‘대안 우파’?

이날 행동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기세가 좋아진 극우에게 제동을 거는 광범한 인종차별·극우 반대 운동의 일부였다(관련 기사: 본지 218호 ‘인종차별·극우 반대 운동 부상: 다시 위기에 처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를 앞세운 극우 인사들(개중에는 노골적인 나치 찬양 전력이 있는 자들도 있다)은 지난 몇 년간 온갖 오물을 쏟아내 왔는데, 이들이 소위 ‘대안 우파’의 부상을 추동했다고 알려져 있다.

‘대안 우파’는 길게 보면 미국에서 역사가 오래된 백인 우월주의적 우파의 최신 흐름이며, 가깝게 보면 강경 보수 정치 경향 ‘티파티’가 약해지면서 정치적 양극화의 오른쪽 축을 표현한다. 오바마 정부 시절 일부 대자본의 후원 하에 부상한 ‘티파티’는 아래로부터의 반대 운동에 직면해 정치적·조직적 힘이 약해지고 ‘선명성’을 잃었다는 세평 속에 위축됐다(‘티파티’가 후원한 테드 크루즈가 2016년 대선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에 큰 표차로 패배한 배경이다).

반동적인 우익 정치에 기반을 둔 ‘대안 우파’는 심화하는 위기 속에서 미국 패권이 최절정이던 시기에 대한 향수를 토양 삼아 자라났고, ‘티파티’가 세를 잃으면서 보수 정치를 더 오른쪽으로 당기는 구실을 했다. 이들은 트럼프의 여성차별·인종차별에 호응했고 당선 이후 기세가 올라 극우가 (제도 정치 영역에서까지) 설칠 토양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안 우파’는 거리 운동 건설을 목적으로 하는 동질성 높은 극우 조직이라기보다는 느슨한 경향에 가깝다. 개중에는 노골적 나치 히틀러 추종자들이나 KKK 조직원들 소수가 포함된 것은 사실이나, 온라인 공간에서 악성 댓글 달기를 주요 ‘활동’ 삼는 ‘키보드 워리어’들도 많다. 극우 시위가, 트럼프 당선 이후 수가 약간 늘긴 했지만, 그 참가자가 여남은밖에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오히려 수가 적기 때문에 끔찍한 증오 범죄와 폭력을 벌이는 경우가 더 두드러지기도 한다).

반면, 정치 양극화의 왼쪽 잠재력 역시 존재한다. 2016년 버니 샌더스의 인기도 그 한 사례였으며, (관련 기사: 본지 166호 ‘변화 염원을 반영하는 “민주적 사회주의자” 샌더스 돌풍’) 정부의 인종차별적 무슬림 입국 금지 조처와 이주민 공격에 맞서 여러 곳에서 저항이 일어난 것, 여성과 성소수자 차별에 맞서 운동이 벌어진 것 역시 그 최근 사례다. 이런 운동들은 노동자들의 저항 의지를 자극해 몇몇 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잠재력이 현재 수준에서 더 발전해 극우파의 분탕질을 좌절시킬 좌파적 대안을 건설하려면 여전히 과제가 많다(미국 노동계급 운동에 수십 년 동안 강력하게 자리 잡은 사기 저하, 분열, 노동조합 관료주의, 민주당 의존성 등을 탈피하는 것은 그 중요한 일부다). 끈기 있게 노동자계급 투쟁을 고무하는 급진 좌파가 여기에 기여할 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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