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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대장 박찬주의 공관병 ‘갑질’ 사건:
자본주의 군대에 뒤따를 수밖에 없는 폭력과 ‘갑질’

육군 제2작전사령부 사령관이었던 박찬주와 그 가족이 관사와 집무실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공관병’을 사실상 노비 부리 듯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폭로됐다.

이들은 공관병의 본래 임무인 관사 관리, 사령관 보좌뿐 아니라 사령관 가족의 빨래, 농사, 집 안 청소, 손님 접대 등 온갖 사적 업무도 시켰다. 박찬주가 7군단장 재직 당시 공관 경계병들은 사실상 ‘농사병’이었는데, 이들은 매일 새벽 5시에 밭에 나가 그날 박찬주의 가족이 먹을 만큼 작물을 수확해야 했다.

공관병에 대한 비인격적 대우도 심각했다. 특히 사령관 부인은 자신의 기분에 따라 폭언과 모욕을 가했고, 공관병에게 썩은 과일이나 전 등을 던지기도 했다. 공관병에게 전자 팔찌를 채워 놓고 물 심부름, 벌레 잡기 등 일을 시키고 싶을 때마다 호출했다.

이들은 이런 사실들이 바깥으로 알려지면 문제가 될 것은 알았던지 외부로 제보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없도록 했다. 공관병들의 인터넷 사용이나 공관 밖 외출을 금지했고, 면회·외박·외출은 거의 불가능했다.

급기야 지난 2015년에는 이런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를 참다못한 한 공관병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렇듯 군 고위 간부가 병사를 사적으로 부리는 일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운전병을 시켜 관용차로 군 고위 간부 자식의 학원 통학을 시키거나 명문대 출신 병사를 차출해 ‘과외병’으로 부리는 일 등은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 간부 회식 준비에 동원된 조리병, 부대장 아들 여름방학 과제를 대신 한 행정병 이야기는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본 일일 것이다.

이런 일들은 대체 왜 벌어질까? 단지 일부 군 장성과 그 가족의 부도덕함만이 문제일까? 물론 어떤 개인들은 특별히 문제가 있기도 하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자본주의 군대의 성격과 관계가 깊다. 자본주의 군대는 지배계급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폭력 집단이다. 자본주의에서 소수 지배계급이 다수 노동계급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동의에 의한 지배’도 필요하지만, 군대 같은 폭력 수단도 필요하다.

그런데 병사 대부분이 노동계급 자녀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마치 1980년 광주에서처럼 유사시 병사들이 같은 노동계급에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도록 하려면 계급 위계에 따른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게 하는 훈련이 필수다.

이를 위해 체제 내 가장 폭력적이고 후진적인 물적·이데올로기적 수단들이 동원된다. 국가의 강제력을 동원해 젊은 청년·학생들을 끌고 와 계급 서열에 집어넣고,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으면 ‘얼차려’라는 이름의 가혹 행위, 모욕, 임무·생활 상 온갖 불이익을 준다(그런 점에서 이런 강제력을 뒷받침해 주는 징병제도 한몫한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가 된 박찬주는 공관병의 ‘군기가 빠졌다’며 최전방으로 파견해 버린 적도 있다. 박찬주의 부인은 마음에 들지 않는 공관병에게 ‘영창을 보내겠다’며 협박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군대 바깥 사회에서도 공관병에 대한 ‘갑질’과 유사한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일터에서 관리자에게 성추행·성희롱 당하는 여성 노동자, 사장 허락 없이는 직장을 이전할 수도 없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불법 사람’이 되는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일감을 빼앗기거나 계약 연장을 거부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등. 마르크스가 말했듯, ‘누구를 위해 일할지 자본가를 고를 자유’와 ‘노동하지 않고 굶어 죽을 자유’가 있는 임금노동자라면 누구도 이런 ‘갑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이런 군대 내 ‘갑질’은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에서 비롯한 것이고, 지배계급이 노동계급에 강요하는 ‘갑질’의 가장 노골적인 표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