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를 열어 공공기관들에 ‘탄력 정원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것을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의 하나로 제시하고,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한 것이다.

탄력 정원제는 공공기관의 총 인건비는 늘리지 않은 채, 그 내에서 정원을 탄력으로 운영하는 제도다. 이것이 노동자들에게 뜻하는 바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존 노동자들의 초과 근무 수당, 연가보상비 등을 줄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교대제 개편과 같은 근무체계 변경에 따른 인건비 삭감분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초과 노동을 줄이면 개별 노동자들의 임금 총액은 7~10퍼센트가량이 삭감된다. 2012~16년 임금 총액에서 초과근무수당과 연차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은 철도공사 12.8퍼센트, 한국전력 7.3퍼센트, 국민건강보험공단 8.6퍼센트였다.

책임 떠넘기기

그동안 정부는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공공기관 인력 충원을 엄격하게 규제해 왔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정원을 2만 2천 명이나 감축했고, 부족 인력은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 강화와 비정규직 확대로 해결했다.

예컨대, 2009년에 철도공사 정원 3만 2천여 명 중 5천1백15명이 감축됐고, 지금도 정원이 2만 8천백여 명에 불과하다. 반면 비정규직은 9천여 명에 이른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철도 노동자 2명이 작업 중에 사망했는데, 이 사건들의 근본 원인은 인력 부족이었다. 이런 비극을 막고, 노동자들이 초과 근로와 높은 노동 강도에 시달리지 않도록 인력을 대폭 충원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해서 임금 삭감 없는 일자리 만들기 ⓒ이미진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탄력 정원제는 사실상 이것을 어렵게 만든다. 총 인건비를 묶어둔 채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분만으로 대폭적 충원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자리 창출을 빌미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나누라는 것은 엉뚱한 데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늘리고, 장시간 노동을 강요해 온 책임은 전혀 지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방식의 임금 삭감은 박근혜 정부 때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나타났다. 정년을 2년 연장하는 대신 퇴직 2년 전부터 임금을 거의 절반가량 삭감한 것이다. 당시 이 정책은 공공기관 신규채용 확대 정책으로 포장됐다. 그러나 2016년 공공기관 신규채용 규모는 전년에 견줘 1천8백55명 증가한 데에 불과했다.

이렇게 임금 삭감이 수반되면,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도 어렵다. 줄어든 수입을 다시 벌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보전은 필요한 일이다.

정부의 ‘선의 왜곡’

따라서 노동자들에게 임금 양보를 요구하는 일자리 나누기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이 정책이 발표되자,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는 정부를 비판했다. “노동자의 임금만 나누라는 식”(공공운수노조)이라는 정당한 비판을 한 것이다.

그런데 공공운수노조 지도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위해 “노·사·정의 공동 기여가 전제”라며 노동자들의 양보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한 것은 부적절했다. 이렇게 해서는 일관되게 이 정책을 반대하기가 어렵다.

공공운수노조 집행부는 그동안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성과연봉제 인센티브 1천6백억 원을 환수해 보태겠다고 나섰고, 더 나아가 초과 수당이나 경영평가 성과급 일부도 내놓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왔다.

그것이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좋은 선의에서 출발했을지라도, 그것을 위해 노동자도 일부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취하면, 일관되게 정부의 양보 압박에 맞서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도리어 그 의도와 정반대로 정부의 노동자 양보론을 되레 강화해 줄 위험이 크다.

게다가 지금 정부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재원 보장도 확답하지 않은 채, 여기서도 정규직의 양보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양보론에 문을 열어 주면 노동자들 사이에 반목과 갈등이 생길 위험이 있다. 그러면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과 인력 대폭 충원 요구를 성취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정규직 노동자들의 책임 운운하며 양보를 요구하는 것에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과 차별 해소, 양질의 일자리 대거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가 재정을 대폭 투여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투쟁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