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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순환 휴직 계획 발표 :
경제 위기 고통 전가를 중단하라

현대중공업 사측이 9월부터 순환 휴직·휴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임금 20퍼센트 삭감을 강요했는데, 그 대신 휴직·휴업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다.

일감이 줄었다고 노동자들에게 ‘쉬라고’ 하는 것은 사측이 부담해야 할 몫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출처 현대중공업 노조

이 배경에는 지속되고 있는 조선업 위기가 있다. 지난해에는 최악의 ‘수주 절벽’으로 일감이 계속 줄었다. 물론 올해 상반기에 선박 수주가 비교적 회복됐지만, 새로 수주한 선박을 공장에서 실제로 만들기 시작하려면 보통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사측은 ‘유휴인력’ 5천 명이 생길 거라며 휴직·휴업을 하겠다고 한다. 물량 위기가 더 심각한 해양사업부에서는 그 기간이 조선사업부보다 더 길 것이라고도 했다.

이것은 노동자들에게 큰 고통을 가할 것이다. 이미 지난 4월부터 엔진사업부에서 진행된 순환 휴직은 이를 잘 보여 준다.

“처음에는 6주 교육만 할 거라고 하더니, 교육이 끝나니까 한 달 동안 집에서 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복귀 이틀 전에 또 한 달 쉬라고 했어요. 그렇게 3개월을 쉬었습니다.”

자택 대기 후 노동자들은 원래 일터로 복귀하지도 못했다.

“복귀했더니 3개월 동안 새로운 곳에서 실습하면서 대기하랍니다. 앞으로 또 다른 곳으로 가게 될지 모릅니다. 전환배치 대기 상태죠.”

“33년 차인 분이 휴직 이후에 영어로 일하는 부서에 배치됐어요. 원래 기계를 만지던 분인데 말이죠. 지금 그분더러 영어 단어를 외우고 외국인 선주사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라고 합니다. 이건 회사를 나가라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임금도 삭감했다.

“회사는 휴직 기간에 평균 임금의 70퍼센트를 지급했는데, 쉴 때 받은 임금 수준이 쉬기 전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쉬기 전에는 잔업·특근이 없어서 임금이 적었고, 쉴 때는 상여금이 안 나와서 임금이 적었거든요. 하지만 쉬는 기간에 월차가 생기지 않았고 쉰 기간만큼 연말 성과급을 깎기 때문에 전체 임금은 줄 겁니다.”

실제 사측도 앞으로 시행될 휴직·휴업에서 15년 차 노동자가 5주간 쉴 경우 연봉이 약 1백10만 원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개별 동의서

노조는 이번 공격을 사측이 통상임금 대법 판결을 앞두고 신의칙 적용을 위한 “명분 확보용”이라고도 비판하고 있다. 사측은 사내유보금이 14조 8천억 원이나 되고 최근 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해, 휴업·휴직 시행이 위기의 증거로 제시될 수 있다고 여길 법하다. 당연히 지급해야 할 체불 임금도 위기를 핑계로 도둑질하려는 것이다.

조선업이 잘나가던 2000년대 중반(해양플랜트는 2010년대 초반)까지 기업주들은 더 많은 이윤을 얻으려고 경쟁적으로 투자했다. 그러나 세계경제 위기의 여파로 선박 수요가 줄자 저가 수주가 많아졌고 물량이 대폭 줄었다. 이렇게 수익성이 악화하자 기업주들은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서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

이번 순환 휴직·휴업은 이런 고통전가의 일환이다. 현대중공업지부가 이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조승진

그런데 사측은 노조의 반발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악랄하게도 개별 노동자들에게 순환 휴직 동의서를 들이밀고 있다. 노동자들의 집단적 항의를 꺾으려고 개별적으로 흩뜨려 놓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노조 지도부는 조합원들에게 동의서 거부 지침을 내렸다. 이것은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사측의 압력 속에서 개인으로서는 노동자들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이에 그치지 말고 대중적인 항의 운동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다 같이 싸워야 노동자들의 동요를 최소화할 수 있고 사측에게 더 큰 압박을 가할 수 있다. 투쟁을 해야 순환 휴직의 고통을 막을 수 있고, 통상임금 판결에도 압력을 가할 수 있다.

8월 29일 현대중공업노조의 소위원급 이상 활동가 3백여 명이 4시간 동안 작업을 중단하고 항의 집회를 했다. 9월 1일에는 전 조합원 4시간 파업을 하고 울산시청에서 항의 집회를 한다. 이런 행동을 더욱 확대·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