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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생존식 임용제도를 통과하지 못하면 버려져도 되는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의 공약대로 기간제 교사들의 처우개선(정규직 전환)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임고생, 교총, 교원)이 오해하는 정교사 전환이 목적이 아닙니다. 정규직(사전적의미로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화가 목적입니다.

먼저, 기간제 교사들의 자격 시비에 대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현 임용고사를 통한 교원 수급 정책이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개혁의 방향과 정면으로 위배됨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정규직 전환의 모델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첫째, 중등 교원양성체계를 부정하는 세력을 규탄합니다.

중등교사는 임용고사를 통과해야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범대 4년 모든 과정을 마치고 국가에서 사범대학에서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얻고 중등교사가 되는 것 입니다. 또는 전문교과에서 상위권 학생들만이 교직이수과정을 통해 얻거나, 교육대학원(석사)를 나와야 중등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간제 교사를 무자격자니, 실력 없는 사람들이니, 교직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인신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 교원양성체계를 부정하고, 고등학교, 사범대, 교육대학원의 모든 커리큘럼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를 감독하는 정부를 무시하는 행위입니다. 만약 사범대에서 교사가 된 기간제 교사들이 자격이 없다면, 누구에게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요? 노량진에서 사교육 수강을 한 사람만이 교사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요? 우리 나라 교원 양성체계를 부정하고 기간제 교사의 교사 자격 운운하는 세력은 규탄받아 마땅합니다. 그리고 각 사범대는 기간제 교사의 교사자격시비에 대한 기간제 옹호 성명을 내야 합니다. 그들이 더 이상 침묵한다면 각 사범대는 교원양성의 자격이 없음을 시인하는 것입니다.

둘째, 사교육을 조장하는 노량진 임용고사를 규탄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개혁은 '모든 아이는 우리 아이이며, 교육은 국가가 책임진다'라는 모토 아래 보편적 교육복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평등(대학·학교 서열화)을 해소하고,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사교육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합니까?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교사 지망생들의 80퍼센트 이상이 사교육(노량진, 임용학원 등) 없이는 임용고사를 합격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2010년 통계자료) 침체된 공교육을 일으켜 세워야 하는 교사 지망생들이 사교육 없이는 교사조차 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렇게 사교육의 힘에 의지해 교사가 되는 현실에서 사교육 없는 세상을 교사들이 만들 수 있을까요? 이 지경이 된 이유는 지나친 임고 경쟁률, 한없이 작은 임용고사TO와 함께 사범대가 임용고사에서 치르는 시험 과목들을 제대로 못 가르치고, 제대로 준비 못 시켰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사교육의 힘 없이도 4년간 대학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학생이면 누구나 교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합니다. 서열화로 교사가 될 수 밖에 없는 지금 치러지고 있는 순위고사, 노량진 임용고사를 규탄합니다.

노량진 임용고사를 통과한 교사들이 과연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 없는 세상을 말할 수 있을까요? "학교는 그냥 자격증만 주는 곳이란다. 사교육에서 제대로 공부하렴. 그게 현실이란다" 하고 말하는 것이 진실된 모습이겠죠.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사교육 없는 세상 가능하겠습니까?

셋째,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합니다.

임용고사를 통과해서 정교사가 되는 것만이 미덕으로 언론에 도배되는 시대입니다. 이 임용고사라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대체 무엇이길래 교총/임고생/사범대가 임용고사만이 참된 교사 등용문이라고 하는 것인가요? 임용고사는 이미 교사인 사람들을 공립학교에 채용하기 위한 채용시험에 불과합니다. 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원하는 사람은 기형적으로 많아서, 40:1(경쟁률)을 우습게 넘기는 무서운 시험입니다. 통과한 사람이 우수한 사람이라는 것은 당연히 인정합니다. 그런데 0.0001점으로 불합격한 임고생들은 능력없는 사람들인가요? 세상은 그렇게 말합니다. 임고도 통과 못한 사람들이라고. 예를 들어 올해 영어교사 1백75명을 뽑는데, 7천 명 이상이 응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확정 불합격자 6천8백50명은 이 사회에서 버려지는 쓰레기인가요? 임고를 통과하지 않고 교단에 선 기간제 교사들은 패배한 ‘루저’들인가요? 상위 2.5퍼센트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97.5퍼센트가 버려지는 정글 같은 현실은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이 뭘 보고 배우겠습니까? 성적순으로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임용고사가 진정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 맞습니까? 무한 경쟁과 적자 생존만 조장하는 임용제도를 규탄합니다. 입구전략(교원자격증 남발 억제와 양성기관의 사범대로의 일원화)을 통해 교원 수급을 조절하고, 무한 경쟁이 아닌 서로 격려하고 같이 상생하는 임용제도가 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나라 교육은 수능 절대 평가, 수시의 확대, 학생들의 꿈과 끼를 논하고, ‘창의 인재 육성’을 논하고 있습니다. 이게 지금 우리나라 교육의 시대 정신입니다. 그런데 교원 수급 정책은 무한 경쟁, 성적지상주의, 경력이나 인성은 아무것도 아닌 조건으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175등 안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은 무자격 교사 취급받는 무한 경쟁, 적자생존식 임용제도. 손 볼 때도 됐습니다. 그래서 정부도 사범대 교육과정을 평가하면 개혁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임용고사를 통하지 않았지만, 5년, 10년 학생들과 부대끼며 희노애락을 함께하고, 우리 나라 공교육을 위해 수고한 기간제 교사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간제 교사라고 부끄러운 것이 아닌, 당당한 교사로 대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전체 교사의 10퍼센트를 차지하는 기간제 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휴직 대체 교사는 임고를 통한 정교사 만큼이나 교육현장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교사 직군입니다. 저는 이를 파견 교사라고 부릅니다.(정규직 교사직군이지만, 휴직대체와 미발령 자리 근무만 전담하며, 교육청에서 관리하는 정규직 교사) 기간제 교사의 파견 교사로서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바 입니다.

임용고사에서 합격해 근무하시는 선생님은 정교사로 근무하고, 10퍼센트가 항상 발생하는 휴직 대체와 미발령 자리는 파견 교사(정규직)가 전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기존에 있던 기간제 교사 인력풀을 재정비하고, 선발과 파견을 지방교육청이 전담하면 됩니다. 임금과 호봉은 기존 기간제 교사(동일노동가치 동일임금)와 같이 하면 됩니다. 파견을 못 받은 파견 교사에게는 휴직교사 수준의 임금(본봉의 50퍼센트)를 지급함으로서 생존을 보장합니다. 그리고 교육공무원으로 인정하고 연금 혜택을 주시길 바랍니다.

실제로 이렇게 제도를 만들고자 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음을 압니다. 그러나 충분히 실현가능한 방안이고, 임고생, 교총, 정교사, 기간제 교사 모두가 만족할 만한 방안임을 확신합니다. 이는 제가 다니는 고등학교 정교사/기간제교사/부장교사/교감선생님과도 대화해서 모두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던 방안입니다.

부디 학교 현장에서 비정규직 제로화가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리원, 영양사, 숙직기사님 등의 문제만 해결되고, 가장 중요한 교사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면, 학교현장의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