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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의 시큼한 ‘레몬 혁명’

조지 W 부시는 키르기스스탄의 ‘레몬 혁명’을 두고 “자유와 민주주의가 중앙아시아로 확산된 최초의 사례”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이것은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깊숙이 개입한 조작된 ‘혁명’이다.

키르기스스탄은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에 미국에게 중요했다.

미국이 키르기스스탄을 시작으로 중앙아시아의 세력 관계 전반을 변화시키려 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쫓겨난 아카예프 정권은 미국과 서방에 적대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미국·러시아·중국을 서로 경쟁시켜서 최대의 이득을 얻고자 했다. 아마 이 점이 미국의 눈에 거슬렸을 것이다.

미국 정부는 아카예프 제거 계획을 세웠고,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국제 원조 단체들은 키르기스스탄 내에서 동맹자들을 찾았다. 아카에프 정권의 수혜자들이었다가 버림받은 자들이 주요 동맹이 됐다. 그들은 더 친서방적이었다.

미국은 170여 개의 ‘민주’ 단체들을 만들고, 지원했다. 그리고 2차 선거 이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과 비슷한 시나리오가 반복됐다.

‘레몬 혁명’의 지도자들은 사실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쿠르만베크 바키에프 대통령 대행은 총리 시절 시위대에게 잔인하기로 악명이 높았고, 지난 2002년 6명의 시위대를 죽인 발포 명령을 내린 후 쫓겨났다.

자칭 ‘키르기스스탄의 유일한 정치수’이자 이번에 풀려나 내무부 장관 대행을 하고 있는 전 재무부 장관 펠릭스 쿨로프는 사실 부패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과 ‘시민단체’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고통받는 대중을 동원했다.

특히, 처음 시위가 시작된 남부의 소수 민족우즈베크 인들은 아카에프 정권 경제정책의 희생자였다.

아카예프는 사유화를 추구하면서 IMF의 조건을 충실히 따랐다. IMF 구조조정 덕분에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중 1인당 채무가 가장 많다. 세계은행 통계를 보면 키르기스스탄 주민의 60퍼센트가 극빈자다.

하지만 아카예프를 비난하는 야당 인사들은 이런 정책을 직접 기초하거나 그로부터 혜택을 얻은 자들이다.

지금 야당은 분열돼 있다. 이미 당선한 자들은 쉽게 굴복하려 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상황이 안정되지 않고 국지적인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러시아·중국은 이 지역의 ‘안정’을 강력하게 바라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상황이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이전 투구는 계속될 것이다.

중국은 키르기스스탄에 친미 정부가 등장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때보다 세련되게 행동해서 ‘지는 쪽’을 공공연하게 편드는 실수를 범하지는 않았다.

키르기스스탄에 더 친미적인 정부가 등장하는 것은 이 지역의 긴장을 높이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어쨌든 열강은 잠시나마 서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제국주의적 현상유지의 최대 희생자는 키르기스스탄과 중앙아시아의 민중이다. 이미 세 국가는 테러와의 전쟁을 명목으로 이 지역 소수민족·무슬림 단체들을 공격해 왔다.

시위에 참가한 키르기스스탄 대중은 독자적 정치 요구를 내거는 대신 약탈을 통해 즉각적으로 배고픔을 해결하는 방식을 취했다. 하지만 이런 약탈이 지배자들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 되지는 못한다.

이건 매우 아쉬운 일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키르기스탄 지배자들간 이권 다툼과 제국주의 열강간의 알력 다툼이다. 이런 역겨운 권력 투쟁을 진정으로 끝장내고 민주화를 이룩하는 것은 키르기스스탄과 다른 중앙아시아 민중의 단결과 투쟁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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