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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능 개편안 1년 유예:
벌써부터 삐걱거리는 김상곤 장관의 교육 개혁

8월 31일 교육부는 수능 개편안 확정을 1년 뒤로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좌우 모두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수능 절대평가 방안 자체가 기대 이하였다. 역대 가장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입시 부담 해소에 대한 기대가 높았는데 말이다.

애초에 문재인 대선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교육부 시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상위권 대학과 우파의 반발에 부딪혔다. 그 압력을 의식했는지 상당히 후퇴한 개편안이 나왔다. 1안은 7과목 중 국어, 수학, 탐구 선택을 여전히 상대평가로 남겨 놓은 안이었고, 2안은 전 과목 절대평가 안이었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진보적 교육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규탄 기자회견에서 2안은 1안의 들러리일 뿐 기만적이라고 비판했다. 1안대로 7과목 중 3과목을 상대평가 하면 그 과목으로 사교육 쏠림 현상이 집중될 것은 뻔한 일이다.

전 과목을 절대평가 하겠다고 내놓은 2안도 무늬만 절대평가라 할 수 있다. 절대평가는 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측정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절대평가에 부합하려면 문항의 난이도를 대부분의 학생이 풀 수 있도록 쉽게 출제해야 하고, 평가도 이수와 미이수로 구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1안과 2안 모두 등급을 9구간으로 설정해 절대평가의 취지를 훼손했다. 또한 국영수의 경우 출제 범위는 고1~고3 과정까지로 하면서 현행 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수능은 출제범위가 광범위하고 매우 어려운데, 이런 개편안으로 어떻게 사교육을 줄이고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말인가.

수능 절대평가 5등급 안과 내신 상대평가를 단기적 대안으로 제시한 전교조의 안(전교조는 지난 대선 때 수능 자격고사화를 요구했다)도 아쉬움은 있다. 여전히 급간이 많고, 내신 상대평가가 학교 교육과정에 주는 압력이 커, 교사와 학생의 협력적인 수업활동을 기대하기 어렵고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덜어 주는 데 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사실 수능을 아무리 절대평가로 바꾸더라도 또는 자격고사화하더라도, 대학 서열 체계가 남아 있는 한 학생들의 입시 경쟁 부담을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풍선효과로 내신 경쟁이나 학생부 종합 전형이 강화되는 등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는 경쟁이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