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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대의원대회:
아쉽게도, 비정규직 교사·강사의 정규직 전환 지지 안이 통과되지 못하다
그러나 가능성(30퍼센트 찬성)도 보여 주다

[편집자 주] 9월 2일 전교조 대의원대회가 비상한 관심 속에서 치러졌다. 그 직전에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가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입장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교조 대대는 중집 결정을 뒤바꾸지는 못했다. 31명의 대의원들이 발의한 “전교조가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동의하고 그들의 투쟁에 연대하자”는 안건이 재석 247명 중 71명(30퍼센트)이 찬성해 부결된 것이다. 

물론 이 30퍼센트 찬성은 가능성도 보여 준 것이다. 전교조의 좌파 활동가들이 좀 더 일찍 이 문제에 확고하게 대처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점들은 대대 이후에도 전교조의 좌파 활동가들이 조합 내 의견 분포를 바꾸고자 끈기 있게 노력하고, 비정규직 교사·강사의 정규직화 투쟁에 함께해 나가야 한다는 과제를 던진다. 

아래에 정원석 전교조 조합원이 보내 온 대대 현장의 주요 장면을 담은 글을 싣는다.

9월 2일 제77차 전교조 전국대의원대회(대대)가 열렸다. 대대가 ‘비정규직 교사·강사의 정규직화’에 대해 어떤 입장을 결정할지 전교조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이를 보여 주듯, 260여 명의 대의원들과 수십 명의 참관인들이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8월 23일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중집)는 비정규직 교사·강사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결정했다. 보수 언론은 “교총에 이어 전교조도 정규직화 반대 입장”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해 노동자 운동 안에서는 전교조 중집의 결정에 대한 실망감이 표출됐다.

또, 대대가 중집 결정과는 다른 결정을 내리기를 바라는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전해졌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전기련)도 “전교조의 전향적인 노선 수정을 요청”하는 한편, 회원들이 대대장에서 정규직화 지지 서명과 피켓팅을 했다.(80여 명이 정규직화 지지 서명을 했다.)

노동자연대, 변혁당 등 노동자 정치 단체들도 전교조가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지지할 것을 호소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청년·학생들도 9월 1일 기간제 교사와 비정규직 강사의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투쟁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42개 노동·시민단체들의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조합들(34개 사업장)도 “전교조 동지들이 기간제 교사 노동자들의 손을 잡고, 우리 운동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싸움을 해나가기를 바랍니다.” 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전교조 조합원들도 이름을 연명하는 식으로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지지하는 입장들을 발표했다.

분위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의원 31명이 “전교조가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동의하고 그들의 투쟁에 연대하자”는 안건을 발의했다. 한 대의원이 사안의 중요성을 근거로 사업계획보다 먼저 다루자는 회순 변경안을 제출했는데, 3표 차로 부결됐다.

31명의 대의원들이 발의한 안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 안을 지지하는 대의원들은 중집의 결정이 전교조의 참교육 지향성에 어긋나며, 정부의 학비 정규직 전환 배제에 면죄부를 준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교조 중집 결정을 보고서는 전교조 조합원이라 이야기하는 것이 꺼려졌습니다. 아니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 제가 생각하는 참교육은 노동문제, 교육문제가 별개가 아니었습니다. 끊임없이 다른 노동자들과 연대를 하는 것이, 비정규직의 노동 현실에 외면하지 않는 것이 참교육이었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교사들의 신분이 보장될 때 진정한 협력, 우리가 목적하는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고,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도 더 나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전교조의 정규직화 반대 입장은 조만간 발표될 정부의 학비 정규직화 전환 배제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됩니다. 보수 언론들이 기간제 교사와 예비교사를 대립시키는 이간질에 휘둘리지 말고 임용 티오를 대폭 축소하고 기간제 교사를 전환 대상에서 배제하는 정부에 맞서 비정규 교사들과 연대해 함께 싸웁시다.”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은 주로 ‘영어회화전문강사(영전강), 스포츠전문강사(스강) 등 비정규강사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영전강·스강 제도 폐지를 위해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반대 대의원들은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회피했다.

원칙적

토론과 논쟁이 끝난 뒤 투표에 들어갔는데, 재석 247명 중 71명(30퍼센트)이 찬성했다.

경제 위기 심화로 교사들도 고용과 노동조건이 압박받아 조합원들 수준에서도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30퍼센트의 대의원들이 굳건하게 원칙을 방어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또, 전교조 안팎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지지 운동을 만들어 간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30퍼센트의 대의원들은 좋은 출발일 수 있다.

전교조의 좌파 활동가들은 대대 전부터 공동 발의안을 준비하고 연서명을 함께 조직하는 등 협력적으로 공동 대응했다. 무엇보다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지라는 노동계급의 단결을 일관되고 원칙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을 제출했는데, 이것은 매우 훌륭한 일이다. 중집 결정은 영전강·스강 등 비정규직 강사와 기간제교사를 분리하고, 기간제교사를 다시 휴직 대체(정원내)와 정원 외 기간제로 분리시켰으나 발의 대의원들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형태와 업무에 따라 구별하지 않고 그들 모두의 정규직 전환을 옹호했다.

한편, 일부 대의원들은 좌파 활동가들의 발의안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중집 결정의 일부만을 수정하기를 원했다. 즉, “현재 근무 중인 기간제 교원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중집 입장문을 빼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조항이 빠지더라도 영전강·스강의 고용 문제와 기간제교사에 대한 선별적 고용 보장이라는 중집 결정의 문제점은 고스란히 남는다. 이들은 원칙적인 입장은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중집 결정과는 차별성을 드러내고 싶어 한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비록 대대에서 원칙적인 안이 통과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대의원들이 중집 결정을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의장이 대의원들에게 만장일치로 중집 결정 승인을 주문했으나 대의원들은 표결 처리를 요구하는 등 의장의 주문에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의장은 중집 결정을 보고한 것이고 대의원들은 보고를 들은 것뿐이라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려야 했다.

정부 발표를 앞두고 비정규직 교사·강사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공무직본부와 전기련이 농성을 하고 있다. 전교조의 투사들은 많은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교사·강사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끝으로, 이번 중집 결정은 전교조 내 좌파 의견그룹인 교찾사가 집행권을 쥔 지도부 하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이 때문에 교찾사는 이 과정에서 단일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전교조의 좌파가 깊이 돌아봐야 할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