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오후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18개 지부 조합원 1천5백여 명이 서울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김장겸 사장 사퇴’와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미진

9월 4일 자정부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와 KBS본부가 동시에 파업에 돌입했다. 두 노조는 방송을 장악하고 노동자들을 공격해 온 사장과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 이전부터 시작된 제작거부로 결방 혹은 방송 축소가 잇따랐는데 파업이 본격화되면서 이런 상황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 날 오후 2시 상암 MBC 본사 앞에서 "김장겸, 고영주 등 범법자 추방과 공영방송 MBC 재건을 위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합동 출정식"이 열렸다. 전국의 20곳이 넘는 지역에서 모였는데, 조합원 2천여 명이 집결한 것은 MBC노조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Save our MBC"(우리의 MBC를 구하라)라고 적힌 티셔츠를 맞춰 입은 조합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부르는 것으로 집회는 시작됐다.

전국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과 경향신문노조 위원장, SBS노조 윤창현 위원장이 연대사를 건넸다. 윤창현 위원장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MBC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구경만 하고 있지 않겠습니다”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2012년 파업 이후 해직된 박성제 조합원은 며칠 전 9년간의 투쟁 끝에 복직한 YTN 기자들처럼 이번 투쟁을 통해 반드시 복직해서 당당하게 회사 정문으로 출근하겠다는 가슴 뭉클한 발언으로 커다란 박수를 받았다.

2013년에 입사한 막내 기자는 "촛불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는데, 이제야 조금씩 따뜻한 말도 듣는 것 같다"면서 "MBC 경영진들은 우리가 '공멸의 파업'을 한다지만, 우리는 기생충 같은 그들을 '박멸'하는 파업을 할 것"이라고 당차게 발언해서 큰 환호를 받았다.

제작거부를 가장 먼저 시작했던 〈PD수첩〉의 조진영 PD는 “〈PD수첩〉 간판이라도 지키자는 심정으로 일했던 지난 몇 년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시간”이었다면서 제작 거부에 조합원들이 호응을 보내는 것을 보며 공정방송에 대한 열망이 다시 깨어나는 기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발언마다 울분이 서려있으면서도 투쟁의 전망에 대해서는 강한 낙관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난해 겨울 뜨거웠던 적폐 청산의 염원과 촛불 광장이 보낸 MBC에 대한 질타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도 느껴졌다.

MBC노조 김연국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 파업 이후) 5년간 우리는 조롱과 멸시로 가득 찬 언론인 학살의 시기를 견뎠다. 이제 범죄 집단 김장겸 일당과 언론 부역자들을 깨끗이 몰아내자. ... 방송 제작 종사자들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고 공영방송을 시청자에게 돌려주기 위한 이번 파업을 2천 조합원의 힘으로 승리로 만들자."

“끝까지 싸운다”

같은 날 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출정식도 4일 오후 3시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열렸다. 출정식에는 서울지부뿐 아니라 강원도, 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서 조합원 1천5백여 명이 참가했다. 조합원들은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고대영은 물러가라 이인호도 함께 가라!”를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출정식에는 YTN, 연합뉴스 등 언론노조소속 지부장들이 참석해 파업에 지지를 보냈다. 정의당 추혜선, 윤소하 의원과 새민중정당창당추진위의 윤종오 의원도 힘을 보탰다. 한편, 파업 장소에는 KBS 소속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는데 조합원들은 사측이 출정식을 방해하려는 꼼수를 부린다고 지적했다.

KBS본부 노동자들이 공영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무너뜨린 현 경영진 퇴진과 공정 보도와 방송독립 쟁취를 요구하고 있다. ⓒ조승진

김환균 위원장은 “고대영 체제와 김장겸 체제 무너뜨리는 것이 1차 목표지만 궁극적 목표는 방송을 권력의 손아귀에서 뺏어서 국민의 손으로 돌려주고, 민주언론을 되찾는 것”이라고 파업의 의미를 짚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번 언론 파업이 “민주노총의 과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준비한 영상에는 그간 방송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싸워 온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특히나 “통한의 세월호” 참사 보도는 노동자들을 일어서게 한 결정적 사건이었다.

성재호 KBS본부 위원장은 투쟁이 본격화하면서 조합원도 늘어나고 있다고 최근 상황을 전했다. 또한 “단순히 사장 하나 끌어내는 싸움이 아니다. 어설픈 조직개편과 정실인사로 우리의 희망과 미래를 앗아갔다. 자존심을 빼앗겼다. 공정방송쟁취만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실한 싸움이기도 하다”라고 파업의 의의를 설명했다. “기자냐 피디냐 기술이냐 하는 직종의 문제가 아니”라며 7일부터 파업에 나서겠다 선언한 구노조에게 앞으로 함께 싸우자고 호소했다.  

출정식이 끝나고서 조합원들은 본관과 신관 주변을 행진했다. 앞으로 KBS노조는 이사회 항의 등을 계획하고 있다.

9월 8일 금요일 오후 7시에는 광화문광장에서 파업을 지지하는 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MBC 파업, 만나면 좋은 친구로 돌아오기를 ⓒ이미진
9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1천여 노동자들이 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조승진
9월 4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파업 결의대회에서 공영방송의 투쟁사를 다룬 영화 <공범자들>을 패러디한 영상 ‘파업자들’이 상영되고 있다. ⓒ이미진
공영방송 위해 카메라를 내려놓은 기자들 ⓒ이미진
공영방송을 제자리로 ⓒ조승진
힘찬 함성을 외치는 KBS본부 노동자들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