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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선:
화려한 외관 뒤의 극심한 불평등과 난민 문제

9월 24일 독일 총선이 치러진다. 지난 12년간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의 기민당·기사당 연합(이하 기민당)이 지지율 약 40퍼센트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기민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한 사민당이 크게 뒤지는 2위(2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급진좌파 정당인 디링케(‘좌파당’)가 녹색당,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민자당 등과 함께 3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선거를 앞둔 설문조사에서 난민 문제와 경제적 불평등이 주요 현안으로 꼽히고 있다.

독일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흑자가 중국보다도 커,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을 누려 왔다. 통계상으로 실업도 낮은 축에 속한다. 그러나 이런 외관과 달리, 독일은 유럽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하다.

중위임금의 60퍼센트도 받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이 사실상 유럽에서 가장 크다.(관련 기사: ‘독일 사회주의자에게 듣는다 ― 독일식 노사관계 모델: 누구를 위한 성공의 역사인가?’) 재산 불평등도 심각해서 독일인 40퍼센트는 변변한 저축조차 거의 없다. 특히 구 동독 지역은 경제 사정이 나빠서 청년층이 빠져나가, 65세 인구가 24퍼센트나 되는 초고령사회다.

주류 언론은 실업이 낮아 독일인의 만족도가 높은 듯 말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지난 15년 동안 복지는 줄고, “미니잡”으로 불리는 저임금 불안정 노동이 대폭 늘면서 ‘워킹 푸어’가 많아졌다.(관련 기사: ‘독일 노동운동가가 말하는 시간제 일자리의 진실 ― “정규직 일자리가 시간제 일자리로 바뀌었다”’) 많은 노동자들은 “나는 매일 일하러 나가지만 갈수록 가난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메르켈과 기민당은 더 많은 감세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사민당은 기민당을 비판하며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 불평등을 완화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2002년 노동 개악을 시작한 장본인이자, 메르켈이 집권한 12년 중 8년간(2005~09년, 2013~17년) 연정 파트너였던 사민당의 주장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사민당 지도자 마르틴 슐츠는 반년 전만 해도 “독일의 샌더스”라 불렸지만(〈한겨레〉), 그가 제안하는 부자 증세는 꾀죄죄하다(최상위 부유층의 소득세 3퍼센트포인트 인상 등). 그래서 좌파당은 “부자들의 주머니를 파고들 용기가 결여”됐다고 비판한다. 좌파당은 부유세 도입, 최저임금 36퍼센트 인상 등을 내걸고 있다.

꾀죄죄한 사민당

난민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꼽힌 데서도 그 밑바닥에는 불평등 문제가 깔려 있다. 기민당과 사민당은 복지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 ‘불법’ 난민 탓인 양 떠든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는 난민들이 거의 없는, 경제가 어려운 지역일수록 정작 난민에 대한 반감이 더 높은 현상이 벌어진다.

그러나 불평등과 복지 부족을 두고 난민을 탓하는 것은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다. 그러나 독일은 3년째 재정흑자를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1990년 통일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대 무역흑자국인 독일이 우간다(경제 규모 세계 92위)보다도 난민을 적게 받아들였다.(우간다 94만 명, 독일 67만 명)

게다가 독일은 ‘가장 먼저 발 디딘 유럽연합 회원국에 난민 신청을 해야 한다’는 규약을 이용해 그리스로 난민을 강제 송환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 가장 부유한 독일이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는 그리스로 난민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또, 터키와 리비아 등 난민들이 경유하는 국가들에게 난민 유입을 차단하라고도 요구한다.

이처럼 기민당·사민당 지도자들은 ‘난민 수용은 국제적 책임’이라고 떠들면서도, 난민 때문에 일자리가 부족하고 복지 확충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흘리고, 독일과 유럽연합 차원에서 난민을 단속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그 덕분에 난민 혐오, 무슬림 혐오를 공공연하게 내세우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성장할 수 있었다. AfD는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연방의회에 진출하고, 어쩌면 제3당이 될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나타난 패턴이 독일에서도 반복되는 것이다. 즉, 경제 위기를 맞아 주류 정당들이 불평등 확대의 책임을 이주민에게 떠넘기고, 이를 이용해 극우 정당이 성장하고, 그러면 주류 정당들은 극우 정당에게 표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이주민을 더한층 공격하는 악순환 말이다.

선거가 다가오자 메르켈은 법 기강을 세우겠다며 ‘불법’ 난민을 대대적으로 단속·추방하고 있는데, AfD는 이를 환영하고 나섰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안달이 난 사민당의 슐츠도 메르켈보다 더 강경하게 난민을 단속해야 한다며 ‘선명성 경쟁’에 나서고 있다.

다행히 좌파당은 난민 환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그러나 좌파당 소속의 일부 정치인들은 난민 환영 기조에서 벗어나는 행동도 종종 벌인다.) 좌파당의 난민 환영 입장 유지는 난민 환영 운동과 AfD 반대 운동을 건설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올해 4월에는 2만 명이 결집해 AfD 반대 시위를 벌였다.

난민을 희생양 삼으려는 극우 정당에 맞서 싸우는 운동뿐 아니라 불평등 확대에 맞서는 거리와 작업장의 투쟁도 확대돼야, 인종차별과 긴축에 맞선 좌파적 대안이 성장할 수 있다.

인종차별적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맞서 난민 환영 집회를 하는 독일 민중들 ⓒ출처 majka czapski(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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