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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전교조 창립 멤버 교사가 말한다:
“전교조는 노동자 단결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김미경 동지는 1989년 전교조 창립부터 지금까지 온갖 투쟁을 경험한 강직한 투사다. 그 과정에서 해직 생활을 겪기도 했다. 지금도 그는 현장에서 원칙 있는 좌파적 목소리를 내고 있고, 대구에서 수년 동안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운동에 참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는 교사가 많이 부족합니다. 비정규직이 있다는 전제 자체가 학교 현장에 교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반증입니다. 특히 임용고사만을 갖고 자꾸 문제 삼는데, 임용고사를 보지 않고 들어가는 사립학교에서는 기간제교사 제도를 악용해서, 정교사로 임용해 줄 것이라고 하면서 수년 간 희망고문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사립학교 기간제 선생님 대부분이 정교사로 거의 채용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임용고사는 공립에만 적용되는데, 그 부분만 갖고 전체로 확장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아는 선생님 한 분은 임용고사를 거쳐 정규 교사로 공립 중학교에 근무하는데 그의 부인은 사립학교 기간제교사로 수년 째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규 교사로 임용해줄 것이라는 재단측의 희망고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가슴이 아프다고 합니다.

앞으로 실제 학령인구는 감소할 겁니다. 이것을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나가는 계기로 삼는 것이 양질의 교육을 위한 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교사당 학생수로 본질을 흐리고 있습니다. 중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OECD 평균이 23.1명인데, 우리나라는 평균이 31.6명입니다.

제가 지금 가르치는 학생이 중학생 30명인데 참 많아요. 물론 과거에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70명도 됐어요. 그 때는 베이비붐 세대니까 그랬죠.

실제로 작은 학교에서 열 몇 명이 수업하면 모두가 참여하는 토론도 잘 되고 그 자체로 재미있는 수업이 되는데, 30여명으로는 그런 수업을 하기 힘들어요.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면 교사를 많이 충원할 수 있어요.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하는 거죠. 전체적으로 교육 재정을 시급히 확충해서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는 것이 올바른 방향입니다.

또 참교육 실현은 노동계급의 단결이 필요합니다. 실제 교원임용시험이 도입된 게 1991년입니다. 그 전에는 국립사범대와 교대 출신은 그대로 임용이 됐고, 사립사범대는 순위고사를 거쳤습니다. 그런데 사립사범대 학생들이 위헌 소송에서 이겼습니다. 여기서 사립사범대 학생들은 순위고사를 없애자는 취지였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립학교에 발령 나는 교사들까지 다 임용고사를 치도록 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경쟁 논리 속에서 그렇게 만든 거죠.

임용고사는 교육의 전문성을 증명하는 시험이 아닙니다. 실제 제가 몇 년 전에 근무했던 학교에는 신규 임용 교사가 4명이 들어왔어요. 기존 교사 중에 교직 경험이 많은 기간제교사가 1명이 있었어요. 기간제 교사가 30대 후반이었고, 새로 들어온 4명이 20대 여교사 2명, 남교사 2명이었고요. 그런데 신규교사 4명이 임용고사를 보고 들어왔지만 여러 가지 경험이 부족하니까 기간제교사가 이 4명의 멘토였어요. 우리가 봐도 기간제교사가 가르치기도 잘 가르치고 아이들을 상담하거나 대하는 태도도 훨씬 좋았어요. 5명이 어울려 다니는데, 늘 고민이 있으면 기간제교사에게 묻고. 그 기간제교사가 너무 성실하게 잘 하니까 교무부장 선생님도 ‘임용고사가 없으면 선생님 같은 분이 바로 채용되면 되는데’라고 했어요.

저도 그 신규교사들, 기간제교사와 함께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올해 봄에 지금은 사립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그 기간제교사 부부와 함께 결혼해서 아기를 낳은 신규교사 집에 가서 즐겁게 놀다 왔어요. 그런데 앞으로 그 기간제 선생님을 볼 낯이 없어요. 전교협 시절부터 더한다면 30년 가까이 전교조 조합원으로서 저는 늘 당당하고 자랑스러웠어요. 그런데 요즘 마음이 많이 무겁고 힘듭니다. 전교조 조합원으로서 가장 실망스럽고 힘든 게 무슨 일이냐 하면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단계적으로 하자는 전교조 지도부의 입장입니다.

전교조 지도부가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 “현재 근무 중인 기간제 교원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고 정했어요. 이걸 조합원들도 많이 오해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전교조가 기간제를 정규직 전환하자는 입장인데, 그걸 왜 그렇게 왜곡하냐고 합니다. 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교조가 경쟁으로 인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받아 들이면 정규직 교사간 경쟁을 가속시키는 성과급과 교원평가에 반대할 명분도 줄어들 것입니다. 경쟁을 통한 차별화를 정당화하는 논리는 그대로 정규직에게도 칼날이 되어 돌아올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예비교사들의 고용을 확대하고 정규직 교사의 조건을 개선할 진정한 대안은 같이 힘을 합해서 교사 확충 재정을 요구하며 싸우는 것입니다. 이것이 앞으로 미래 세대에게도,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그런 걸 묻더라고요. 어떤 선생님이 갑자기 사라지면, ‘그 선생님, 기간제 교사였습니까?’ 그럴 때 말하기 참 그래요. ‘사정이 있어서 인사 못하고 가셨다’고 하지만요. 아이들한테 말하기가 참 힘들 때가 많아요.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정규직화 됐을 때인데, 우리 앞날의 기둥이자 희망인 아이들에게 학교 현장에서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내면화시킨다는 게 겁이 납니다.

앞으로 전교조도 좀 더 옳은 방향으로, 본질을 지키고 원칙을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노동조합이니까 같은 노동자끼리 단결하는 게 본질인데, 본질을 못 지키면 안 됩니다. 모든 노동자가 정규직화 되는 사회가 되어야만 우리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두려운 거는 조합원이 좀 떨어져나가는 것,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전교조 지도부가 이런 면에서 힘든 점도 많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렇지만 당장은 조합원이 좀 떨어져나가는 고통이 있더라도 본질을 지키는 게 앞날을 위해 옳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노동조합으로서의 본질을 지켜나간다면 인식이 고양되어 갈 앞날에는 조합원 수도 더욱 늘어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노동자가 귀하고 평등하다는 원칙을 학생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참교육의 길은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속에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