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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적폐 주범들 물러나라:
MBC·KBS 파업 승리하십시오

MBC, KBS 노동자들이 동시에 파업에 돌입한 지 열흘이 넘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와 KBS새노조는 매일 집회를 열고 거리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MBC는 송출 인력도 파업에 참가하면서 방송 광고 송출이 중단됐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예전 방송을 재방하고,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는 지역 자체 뉴스가 방송되지 않고 있다. KBS도 이미 상당수 프로그램이 축소·결방되고 있다.

권력 맞춤 방송 더는 안된다 9월 8일 KBS·MBC 파업 공동출정식 ⓒ제공 언론노조

두 방송사한테 청와대의 입이 되라고 강요해 온 자유한국당과 사장, 이사진들은 연일 파업을 비난한다. 최근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의 워크숍 자료집에서 노동자 파업을 선동하는 표현이 나왔다며 언론 장악 음모가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자들이 단지 민주당의 지시대로 싸움에 나선 양 폄하한 것이다(물론 민주당을 공정언론 수호자로 여겨선 안 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낙하산 사장 문제가 있었던 것에서 보듯이 말이다). 자유당은 MBC 사장 김장겸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해 김장겸 사수대를 자처한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간 언론 장악에 앞장서 온 자들의 후안무치가 극에 달한다.

더군다나 국정원이 방송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활용했다는 것도 폭로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은 박근혜의 기소 혐의에도 포함됐는데, 집권당이었던 자유당이 이를 몰랐을 리 만무하다.

이정현의 ‘KBS 세월호 보도 외압’이 폭로됐을 때도 자유당의 전신 새누리당은 이를 홍보수석의 일상적 업무라며 옹호했다. 전(前) 청와대 민정수석 김영한의 업무수첩에는 청와대가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수석비서관 회의 등에서 KBS 사장 선임과 이사장 선출 등을 논의하며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16년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 자유지수에서 한국은 180개 나라 중 70위를 했다. 이 나라 언론 노동자들의 보도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 준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앉힌 사장들은 방송을 기꺼이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시켰다. 그래서 지난 박근혜 퇴진 운동 때 두 방송사는 “공범”이라고 지탄 받았다. 오랫동안 정권은 보도의 성역으로 취급됐고, 많은 진실들이 감춰졌다. 박근혜 퇴진 운동의 도화선이 됐던 비선 실세 폭로는 사실 〈세계일보〉의 보도로 이미 힐끗 드러났지만 더 확대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퇴진 운동 참가자들은 주류 언론의 침묵 속에서 정권의 부패가 가려질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9월 8일 파업 지지 집회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유경근 씨는 대부분 언론이 세월호에 대해 “정부의 이야기를 사실 확인도 없이 그대로 받아썼[었]다” 하고 비판했다. 전원 구조 오보는 물론이고, 해경이 구조에 열심인 것처럼 보도하고, 진실 규명을 요구할 때 사망보험금을 보도하는 등 세월호 유가족들을 고통스럽게 했다고 지적했다. 두 방송사 기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쓴소리를 했다.

MBC는 박근혜 퇴진 운동이 타오를 때조차 최순실의 ‘태블릿PC’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박근혜 비호에 끝까지 열심이었다. 박근혜가 탄핵됐는데도 탄핵을 다룬 특별 다큐멘터리가 불방됐다. “남은 게 MBC뿐”이라는 홍준표의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뿐 아니라 MBC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쇄나 이마트 부당노동행위, 두산중공업 대량 “희망퇴직” 보도도 가로막혔다. “계급투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식량자원 양극화 문제도 다루지 못했다.

낙하산 사장들은 노동자 통제에도 열을 올렸다. 파업에서 핵심 구실을 했던 조합원들을 해직시켰을 뿐 아니라 부당 전보 등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 MBC노조 김연국 위원장은 보도국의 80퍼센트가량을 2012년 파업 때 채용한 경력기자로 채워 넣어 “소위 DNA 물갈이가 됐다”고 지적했다. KBS 사측은 청와대의 보도 개입에 침묵했다고 비판한 기자를 부당 전보시키기도 했다.

부패한 정권의 편에 서서 진실을 외면하고 언론 노동자들의 입을 막아 온 사장 고대영·김장겸, KBS이사장 이인호, 방문진 이사장 고영주가 지금 당장 물러나야 한다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지극히 정당하다.

쥐어짜기

한편, 이 낙하산 사장들은 노동조건도 공격해 왔다.

KBS 사측은 임금피크제를 실시했고, 비용 대비 산출을 강조하며 긴축을 강요해 왔다. 현재 부분적으로 시행 중인 성과급제를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할 뜻도 밝혔다. 성과급제가 시행되면 회사 경영진과 간부들의 입맛에 따라 성과 평가가 좌우돼, 노동자들은 더욱 관리자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이미 MBC는 저성과자를 R등급으로 분류해 부당 전보 등을 일삼고 있다. 성과 평가에서 시청률과 비용 절감이 우선시되면 공영성이 약화되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부서장 권한을 강화하는 잡포스팅 제도와 송출인력 1인 근무 등도 노동자들의 불만 사항이다.

MBC에서는 기본급이 몇 년 동안 거의 오르지 않았다. 2013년에는 지역 MBC에서 정기 상여금이 체불되는 일도 벌어졌다. 사측은 제작비를 삭감하고, 월차 수당을 반납하도록 했다. 지역방송사 사장 임명 기준에서 경영평가 비율이 높고, 그중에서도 인건비 항목을 주요 평가 사항으로 삼는 것도 감원과 임금 삭감을 압박하는 효과를 냈다. 비용 절감 논리는 제작 시간을 최대한 줄이도록 해서 방송영상 분야 제작 스태프들의 평균 노동시간이 하루 10.4시간에 이를 정도다(‘방송영상 제작 스태프의 근로환경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콘텐츠진흥원, 2011). 반면에 지난해 MBC 사장과 임원 7명은 성과급만 1억 8000만 원을 챙겼다.

외주화와 비정규직도 확대됐다. MBC에서는 미술 부문과 식당 등 시설의 외주화가 강행되고, 기술과 영상미술 부문에서는 촉탁직이 채용됐다. 2013년부터 2년 동안 1300여 명이 비정규직으로 채용됐는데, 같은 기간 정규직 채용은 150여 명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번 투쟁에서 사장 퇴진과 함께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 이는 기술직 노동자들이 파업에서 더욱 주도적 구실을 하도록 고무하고, 노동자들의 단결과 파업의 힘을 강화할 수 있다. 단결력 강화는 사장 퇴진 이후에도 경영진이 쉽사리 노동조합을 공격하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노동자들의 단결과 저항할 자신감이야말로 부당한 외압에 맞서는 결정적 힘이다.

두 방송사 노동자들이 이번 파업에서 승리해 부당한 외압에 굴하지 않는 언론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