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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지부의 원·하청 노조 통합 추진

현대중공업지부가 노조 규정·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금속노조 가입과 올해 현대중공업 기업 분할로 노조 조직 체계를 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분할된 기업들에 지회·분회를 두고, 지단장(대의원 대표 격)을 직선으로 선출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특히 이번 규정안에는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일반직(사무직) 노동자들을 지부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 별도의 지회로 돼 있는 사내하청지회와 일반직지회를 현대중공업지부로 통합해 단일한 노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미조직 노동자들의 실태를 조사하고 조직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해 나갈 구상도 담았다.

조선업의 여느 사업장들이 그러하듯이, 현대중공업에도 정규직의 2~3곱절에 이르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조직화돼 있지 않고, 대량 해고, 임금 삭감 등의 구조조정 공격에 속수무책인 경우가 다반사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중대재해 위험도 크다.

현대중공업지부가 이런 노동자들에게 손을 내밀어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려는 것은 올바르다. 상대적으로 잘 조직된 정규직 노조가 안정적인 “우산”을 제공하면, 고용 불안 속에 위축돼 있는 하청 노동자들이 좀 더 용기를 내 저항에 나서기 수월해질 것이다.

사내하청 비중이 높은 조선업에서는 원하청 단결이 투쟁의 전진에 꼭 필요한 과제다. 단적으로 정규직이 파업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을 하면 파업 효과가 반감된다. 적잖은 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몇 년간의 투쟁 속에서 이런 점을 실감했다고 말한다.

사내하청지회와 일반직지회도 노조 통합을 지지하며 반기고 있다.

잠재력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파 대의원들이 최근 연달아 열린 두 차례 대의원대회에서 규정안을 반대했다. 아쉽게 단 몇 표 차이로 규정안이 부결됐다.

우파 대의원들은 “조합원들에게 피해는 없는가?”,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과 동일임금 요구에 대안이 있는가?” 하고 묻는다. 마치 자기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익을 지키는 파수꾼이라도 되는 양 우파들의 익숙한 레퍼토리를 꺼내 든다.

그러나 원하청 노조 통합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해롭기는커녕 커다란 이익이다. 수많은 비정규직의 존재는 정규직의 임금·노동조건을 낮추는 압박 수단이 되고 있다. 사측은 지금도 해고와 임금 삭감 등에 신음하는 사내하청의 조건을 들어 ‘정규직도 잘리지 않으려면 희생을 감내하라’ 하고 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을 지키고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원하청 노동자 모두에게 이롭다. 이를 위해서는 원하청이 단일한 노조로 뭉쳐 투쟁하면서 사측의 이간질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우파들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거추장스러운 짐짝 취급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투쟁 잠재력을 우습게 봐선 안 된다. 정규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싸울 때, 구조조정에 맞선 저항에도 커다란 힘이 될 수 있고 조직도 더 확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중공업 내 자민통 경향의 현장 모임인 ‘우리함께’가 노조 통합 찬성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다른 사유를 들어 규정 개정안에 반대한 것은 유감이다.

조만간 있을 대의원대회에서 규정·규칙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노조 통합을 위한 실질적인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조로 조직해 단결을 꾀해야 한다. 활동가들은 기층에서 조합원들의 지지를 모아 내며 우파의 반대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