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해운대에서 제1회 부산퀴어문화축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오전 10시부터 다양한 부스를 구경하러 온 참가자들로 북적거렸고, 행진을 시작할 때 약 1000명 규모였던 대열이 행진을 하며 2배로 훌쩍 늘어났다. 참가자들의 압도 다수가 젊은 청년, 학생들이었고 청소년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부산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성소수자 축제인 만큼 사람들의 표정은 기대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구남로 문화광장에는 부스 45개가 차려졌다. 정의당 부산시당·성소수자위원회와 부산녹색당과 같은 진보정당이 참가했고, 부산 과기대, 신라대, 동아대, 경북대, 계명대 등 영남 지역 대학 성소수자동아리들의 부스가 많았다. 지난 수년간 영남권 대학들에서 성소수자 동아리들이 성장해 왔다는 것을 보여 줬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 등의 부스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았다.

제1회 부산퀴어문화축제 9월 23일 해운대에서 부산퀴어문화제가 매우 성공적으로 열렸다. ⓒ김재원

해운대구청은 이날 ‘아트마켓’이 열린다는 이유를 들어 부스와 무대 설치를 위한 도로점용허가를 두 번이나 반려했다. 그래서 당일 아침까지도 행사의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8월 28일에는 아트마켓이 열렸던 곳에서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의 토크콘서트가 열린 바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의 해운대구청장 백선기가 부산퀴어문화축제에 이토록 비협조적이었던 것은 자유한국당이 최근 자신의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데서 동성애 혐오를 이용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이날 행사는 큰 문제 없이 열렸지만, 이후 해운대 구청이 과태료 부과 등으로 행사 주최 측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해운대 구청은 혐오에 편승한 법적 대응을 시도조차 말아야 한다.

기독교 우익 수백 명은 행사 장소 근처에서 집회를 열고, 퀴어문화축제 행진 대열을 따라 혐오 팻말을 들고 인간 띠잇기를 하는 등 행사 내내 집요하게 혐오 선동을 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그들의 혐오 발언을 유쾌하게 받아치는 등 전혀 위축되지 않고 행사를 즐겼다. 행진을 할 때에는 해운대를 지나가는 관광객들이나 주민들이 손을 흔들며 행진을 응원하기도 했다.

비록 주최측이 비민주적으로 노동자연대 부산지회의 부스 신청 승인을 번복했지만, 노동자연대 부산지회와 울산지회 회원들은 당일 행사에 참가해 지지와 연대를 흠뻑 보냈다. 노동자연대 부산대 회원들이 그간 성소수자 차별에 맞서 실천해 온 것(동성애 혐오 교수인 길원평에 맞선 항의 등)을 알고 있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와서 부스 배제에 유감을 표하며 위로해 주기도 했다.

노동자연대 부산지회는 ‘자유한국당 등 우익의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 함께 싸우자’는 내용의 리플릿을 배포했는데 준비한 1천 부가 금세 동났다. 행진 대열에서는 “성소수자 혐오 중단하라“, ”군대 내 동성애 처벌 반대“,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등 성소수자 운동의 요구들을 활력 넘치게 외치며 행진했다. 주변의 참가자들도 함께 목청 높여 구호를 외쳤다.

행진은 매우 활기차게 벌어졌다. 지나가던 시민들과 관광객들도 응원을 보냈다. ⓒ성지현

우익들의 성소수자 혐오 선동이 거센 가운데에서도 첫 회 부산퀴어문화축제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은 기쁜 일이다. 이는 한국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개방적 인식과 지지가 더욱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다만 부산퀴어문화축제가 탈세로 유명한 다국적 기업 구글의 공식 후원을 받아 행사를 개최한 것은 아쉽다. 기업들은 자신의 이윤 추구를 미화하려고 성소수자 운동을 지원하는데, 이런 ‘핑크워싱’에 성소수자 운동이 무비판적으로 동조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부산에서 퀴어문화축제가 계속 열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산퀴어문화축제가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분명하게 요구하고,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넓은 연대를 구축하고 저항을 건설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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