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계속 출격하며 긴장 고조에 한몫하는 미군 전략폭격기 B-1B

트럼프가 11월 초 한국에 온다. 전쟁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을 높인 그가 한국에 와서 무슨 일을 할지는 뻔하다. 그래서 진보·좌파들이 트럼프 방한 반대 행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전쟁 위협은 그칠 줄을 모른다. 9월 23일 한밤중에 미군 전략폭격기 B-1B 편대가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공해상에서 대북 무력시위를 벌였다. 21세기 들어 미군 폭격기가 NLL 북쪽으로 비행한 일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흘 전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는 점을 미군이 전략폭격기 전개로 입증해 보인 것이다. 

미군은 한반도에서 전략폭격기 등 전략 자산을 빈번하게 전개하면서, 대북 군사 위협을 강화해 왔다. 그리고 다음달 중순 미 항공모함 강습단이 한반도 인근에 들어올 예정이다. 이들도 동해 NLL 북쪽 공해상에서 무력 시위를 벌일 공산이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대북 무력 시위는 긴장을 더욱더 높이는 데다 자칫 우발적 충돌을 부를 수 있다. 원산 인근 공해상이나 비무장지대 인근에 전개된 전략폭격기는 평양까지 순식간에 날아갈 수 있다. 북한이 아연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5일 북한 외무상 리용호가 미국이 북한에 선전포고했다며 다음에는 미군 폭격기를 격추하겠다고 선언할 만하다.

2차 옵션

26일 트럼프는 북한을 또다시 위협했다. “우리는 2차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 선호하는 옵션은 아니지만, 이 옵션을 행사하면 북한은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 즉, 군사적 옵션이다. 이를 해야 한다면, 우리는 [군사적 옵션을] 행사할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맥매스터도 대북 군사행동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현재 4~5개의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고, 일부 [시나리오]는 더 험악하다.” 그는 북한이 핵시설 사찰을 허용하고 핵무기 포기 의사를 선언해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즉, 트럼프 정부는 군사 행동 카드를 손에 쥐고 보란 듯이 흔들면서 북한의 양보를 압박하는 것이다. 그때까지 대북제재 수위를 높이고, 미국·한국·일본의 동맹과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은 유엔 연설에서 레이건의 말을 인용해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그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평화적인 해결을 추동하기 위한 행동은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21일 트럼프를 만난 문재인은 트럼프의 “북한 파괴” 연설을 칭찬했다. “트럼프 대통령께서 대단히 강력한 연설을 해 줬는데, 저는 그런 강력함이 북한을 반드시 변화시킬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고 트럼프와 문재인은 한국이 최첨단 군사 자산을 획득·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한국과 그 주변 지역에 미국 전략자산의 순환 배치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조처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을 자극할 것이다.

얼마 전 한국과 미국이 한국의 탄도 미사일 중량 제한을 없애기로 합의했는데, 미국이 거저 합의해 준 건 아닐 것이다. 십중팔구 미국의 첨단 무기를 한국이 대거 구매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을 것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있고 군사주의를 지지하고 있다. 이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핵무장 논란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한국의 자체 핵잠수함 건조 문제를 논의했다는 관측이 많다. 문재인의 핵잠수함 도입 의지가 그만큼 큰 것이다. 핵잠수함은 한국이 핵무장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래서 그동안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핵잠수함에 쓰이는 농축 우라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피할 수 있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 한국이 핵잠수함을 운용하면 사용이 끝난 핵연료가 어디로 가는지, 사용 중이던 핵연료가 중간에 반출돼 다른 곳에 전용되는지 여부를 IAEA가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신동아》 2004년 534호 참조).

또한 핵잠수함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은 미국의 동의 없이는 한국이 확보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설사 문재인이 미국을 설득해 핵잠수함을 도입하더라도 이는 결국 ‘자주 국방’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진행될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우파의 미국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어긋난다며 반대하지만, 핵잠수함 도입 준비에서 보듯이 문재인 정부도 핵무장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다.

남한 우파들은 집요하게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하자고 주장한다.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는 다음달 미국에 가서 전술핵 재배치를 설득하겠다고 한다.

물론 미국 지배자들 내에서는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 의견이 많다. 그러나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 자산을 자주 전개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이를 강화하기로 한국과 합의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9월 14일에 나온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는 만약 미국 정부가 신속히 북한에 핵무기를 떨어뜨리기를 원한다면 한국 지상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고 주변 해상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방법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것이 한국 지상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보다 위험과 비용 부담이 덜하다고 한다. 그리고 핵탄두를 탑재한 해상 발사용 순항 미사일을 준비하는 것은 금세 실현 가능한 옵션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가 미래에 한반도 핵무기 배치를 감행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자체 핵잠수함 건조든, 미국 전술핵 재배치든 이런 조처들은 모두 주변 강대국들을 자극하며 한반도와 그 주변을 핵군비 경쟁의 소용돌이에 빠뜨릴 것이다.

얼마 전 정세현 전 장관은 미국과 북한이 “결국 갈 데까지 가고 나서 핸들을 틀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처럼 긴장이 고조되다가 국면이 급격히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긴장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고, 얼마 안 가 그 긴장은 더 악화된 형태로 재발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의 제국주의적 대북 압박과 문재인 정부의 협력을 좌시할 수 없고, 트럼프의 방한도 반대해야 한다.

잘못된 만남 11월에 서울에서 두 정상이 다시 만나는 것을 반대하자 ⓒ출처 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