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취급 안 하는” 서광주우체국에 항의하며 지난 9월 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이길연 씨 사망과 관련해, 유가족·대책위와 우정사업본부 간에 요구안 합의가 이뤄졌다.

우정사업본부는 유가족과 대책위의 요구를 외면하다 유가족과 대책위가 고인의 시신을 싣고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하기 위해 상경하자, 9월 22일 유가족·대책위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합의를 했다.

9월 22일 합의 직후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합의사항의 제대로 된 이행을 촉구하는 유족과 대책위 기자회견 ⓒ제공 <노동과세계>

합의문에는 서광주우체국장과 담당자들의 서면 사과, 우정사업본부장(직무대행)의 담화문 발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유가족이 원하는 조사위원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 구성, 조사 후 산재 은폐‧출근 종용 책임자 처벌,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순직 처리가 될 수 있도록 우정사업본부가 책임을 지고 노력, 장례비 일체 지급,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등이 포함됐다.

유가족의 지적처럼, “이 상식적인 약속을 받기까지 무려 17일이나 걸렸다.”(관련 기사 ‘[또 다시 스스로 목숨 끊은 집배원] 문재인 정부는 지금 당장 인력을 대폭 확충하라’를 보시오.)

유가족들은 22일 합의를 하고 난 뒤에도 ‘그간 우정사업본부가 보여 온 태도를 보건대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될지 안심할 수 없다’며 광주로 내려가지 않고 그날 밤 기자회견을 했다. 유가족 대표인 고인의 장남 이동하 씨는 “(25일) 우정사업본부장의 담화문이 발표되고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약속한 9월 25일, 우정사업본부장(직무대행)이 담화문을 발표하고 서광주우체국장과 관련 담당자들이 사과문을 제출했다. 그런데 이 담화문에는 합의의 기본 내용조차 빠져 있고, 사과에 진정성은 찾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고인의 죽음이 개인의 선택인 듯 묘사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제3자의 입장에서 쓴 것 같은 유체이탈 화법”이라며 분개했다. 유가족과 대책위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그래서 유가족과 대책위는 우정사업본부에 담화문 수정을 요구하며 1인 시위 등 항의를 이어 갔다. 그러자 우정사업본부는 27일 오후에 유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서울로 올라와 유가족과 대책위가 요구한 내용들을 모두 수용하기로 했다.

우정사업본부의 진정성 없는 사과문에 항의하며, 9월 27일 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유족 대표 이동하 씨 ⓒ출처 집배노조

이번 사고와 합의 과정을 돌아보건대, “우정사업본부 자체가 적폐 덩어리”라고 규탄한 이동하 씨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유가족과 대책위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가 결코 끝이 아니라, 고인의 명예가 제대로 회복되고 나아가 우체국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개선되기 위한 첫 출발’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동하 씨는 “아버지가 순직으로 인정받고 아버지와 같이 억울한 대우를 받는 집배원이 없어질 때까지 우정사업본부의 변화를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족과 대책위는 이후 합의사항들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계속해서 주시하기로 했다.

그리고 사태가 이렇게 흘러오기까지, 문재인 정부는 우정사업본부 뒤에서 뒷짐만 진 채 조속하고 제대로 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서광주우체국 문제뿐만 아니라 장시간-중노동에 시달리는 집배원들의 노동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가 책임 지고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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