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화물칸 블랙박스 공개:
이윤 논리가 침몰에 끼친 영향과 국가의 책임을 재확인하다
〈노동자 연대〉 구독
세월호 침몰 시작 시각과 원인을 밝혀 줄 단서들이 발견됐다. 9월 15일
영상 분석에 따르면, 세월호는 기존의 추정보다 더 일찍 화물이 이동하고, 복원성이 예상보다 더 나빴던 탓에 기울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까지 추정은 대체로 이랬다: 정상적 운항을 하던 세월호가 8시 49~50분 사이 초반 어느 시점에 갑자기 오른쪽으로 급선회하면서 원심력으로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후반 어느 시점에 화물이 대거 이동하면서 2차로 기울어졌다
문제는 침몰에 이르게 할 만큼 배를 급선회시킨 요인을 밝히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검찰 조사와 선원 진술에 기반해서 화물, 평형수, 고박 상태 등의 수치를 대입해 계산해 보면 추가적 요인 없이는 그 정도로 나쁜 복원성 수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놓고 실수에 의한 대각도 조타
그런데 블랙박스 영상 분석에 따르면, 검찰이 청해진해운 측 진술 등을 바탕으로 발표한 자료에 나와 있는 데이터부터 오류가 있었다. 그 데이터를 토대로 실시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게다가 영상을 보면, 급선회 때문에 선체가 기울어지면서 화물이 이동한 것이 아니라, 화물이 먼저 이동하면서 배가 기울기 시작하고 그 탓에 배가 급선회했다고도 추론할 수 있다.
영상을 보면, 8시 49분 26초경 화물이 이동해 부딪히는 소리가 처음으로 감지된다. 이 때는 선체 기울기가 21도였던 8시 49분 36초경보다 10초나 이른 시점이다. 세월호의 ‘선회 시 횡경사각’
이번 영상의 분석을 통해 세월호의 AIS항적도와 관련된 의혹도 설명 가능해졌다. AIS항적도를 보면 화물 이동이 시작된 8시 49분 26초를 기점으로 선수각
결국, 이번에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은 그동안 알려져 있던 것보다 세월호의 복원성이 훨씬 더 나빴음을 보여 준다. 복원성을 계산할 때는 과적된 화물의 양과 평형수의 양이 핵심적이다. 그런데 세월호 선체가 인양된 후에, 기존 특조위의 화물 조사 때 파악되지 않았던 포크레인 2대와 컨테이너 2개 등이 더 수습됐다. “기존의 복원성 계산에 쓰인 화물량 데이터가 정확하지 못했다는 직접적인 증거인 셈이다.”
이번에 블랙박스 분석에는 영상 분석 외에도 충격 감지 장치
자본주의·제국주의가 낳은 참사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실수나 우연, 누군가의 음모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 아니었다. 세월호는 참사가 발생하기 몇 달 전에도 바람이나 파도 때문에 항해를 중단하고 돌아와야 할 만큼 왼쪽으로 기운 적이 있던 배였다.
그런데 평소에도 과적을 일삼으며 수년째 위험천만하게 운항되던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에는 더욱 위험한 상태였다.
화물 기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참사 전날 다른 배들이 출항을 포기할 만큼 날씨가 나빴지만 세월호는 뒤늦게 운항 허가를 받아 출항 준비를 했고, 이 때문에 화물이 평소보다 더 부실하게 고박됐다.
이는 당시 제주 해군기지 공사가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있어 화물 운송이 급한 사정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인양된 세월호의 화물칸에서는 철근이 많게는 하루에 수십 톤씩 발견돼, 현재까지 발견된 것만 360톤
결국 상시적 과적과 그에 따른 복원성 악화 탓에 언제 침몰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천만한 배가, 미국 패권 돕기의 일환인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철근의 과적과 부실한 고박과 맞물려 사상 최악의 대형 참사로 치달았던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은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배경이 자본주의의 이윤 지상주의 논리와 제국주의 협조 정책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