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정치 공작 요원들을 키우는 데에 고려대 당국이 일조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10월 9일, 군 사이버사령부(이하 사이버사)와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이 맺은 ‘계약학과 운영 계약서’가 폭로됐다. 이에 따르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댓글 공작을 벌인 사이버사 핵심 요원들이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

심지어 고려대와 국방부는 사이버안보학과 1기로 선발된 사이버사 직원 약 20명에게 한 학기 700만 원에 가까운 등록금을 절반씩 나눠 지급하는 특혜를 제공했다. 이들 중 절반은 그동안 정치 댓글 공작을 벌인 사이버 심리전에 관여한 530심리전단 소속으로 밝혀졌다. 현재 재학 중인 박사과정 2명, 석사과정 16명 중 9명도 심리전단 소속이라고 한다.

특히 박사과정으로 입학한 박모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장은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이 결재하고 청와대에 보고한 ‘2012 사이버 심리전 작전 지침’ 문건을 작성했다. 2013년 2월엔 ‘국정과제 추진 및 숨은 유공자’로 이명박에게서 표창도 받았다. 이후 군형법상 정치관여 혐의로 기소돼 선고유예의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온갖 특혜 속에 만들어진 댓글 요원들이 한 일이 무엇이었나? 심리전단 요원들은 이명박 정부가 블랙리스트로 지정한 인물과 단체들을 치졸하게 공격했다. 방송인 김미화 씨, 공지영 작가, 진중권 교수, 참여연대 등이 그 대상에 포함됐다. 2008년 촛불 운동에서 “선배” 이명박을 비판해 ‘고대녀’로 알려진 김지윤 씨도 공격 대상이었다.

정부는 블랙리스트를 이용해 일부 인물들을 언론 등에 못 나오게 하거나, 진행·제작하던 프로그램에서 쫓아냈다. 가짜 뉴스, 댓글 등을 퍼나르며 해당 인사들의 평판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해당 인사의 SNS에 직접 댓글들을 달며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고통을 줬다. 2012년 이명박 정부의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김지윤 씨는 북한 인민군복을 입힌 합성 사진이 돌아다니는 등 조직적 온라인 괴롭힘을 당했다.

국정원은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들에게 1인당 25만 원을 책정했다. “댓글 1개당 625원” 식으로 매우 세부적인 지시와 할당이 내려졌다(〈한겨레〉 보도). 이를 계산하면, “한 달에 최소 댓글 1만 1520개, 블로그 포스팅 1200건, 트위터 1만 5840건의 댓글 공작이 벌어진 셈[이다.]”

그런데 고려대 전 정보보호대학원장 임종인 교수는 이 요원들의 임무를 몰랐다고 주장한다. 믿기 어려운 변명이다. 군 사이버사가 정부에 비판적인 인물과 단체에 대한 정치공작을 벌이며 대선에 개입한 사실은 이미 2013년에 폭로됐는데, 고려대 당국이 사이버사와 계약한 것은 2014년이다. 더군다나 임종인 교수는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 국정원 사이버보안 자문위원이었고, 박근혜 정부 때는 사이버사 자문위원, 대통령비서실 안보특보로 활동했다.

게다가 고려대 당국은 2012년에 학부에 사이버국방학과를 신설했다. 이 과는 '사이버 보안 대응과 인력 양성'을 목표로 내세웠는데, 교과목에 심리학도 포함돼 있다. 고대 당국과 이명박 정부의 긴밀한 관계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정치 댓글 공작의 공범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대선 개입 등으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사이버사는 국정원의 공범이고 이명박근혜 정부의 적폐이기도 하다.

학문 탐구의 장이어야 할 대학이 우파 정권의 정치 공작에 협조하며 ‘댓글 요원’들에게 특혜까지 줬다는 것은 정말이지 부끄러운 일이다. 고려대 당국은 이번 일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징계·처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