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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의 생리대 1차 전수조사 발표 오류가 금세 드러나다

9월 28일에 발표한 식약처의 생리대 1차 전수조사 결과에 오류가 있었음이 금세 드러났다. 10월 10일 식약처는 4개 제품의 검출량이 잘못 입력돼 수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정된 결과, 화학물질이 나오지 않았다던 제품들에서 에틸벤젠, 스티렌, 자일렌이 검출됐음이 드러났다. 이 물질들은 발암성 화학물질이거나 인체에 유해한 독성 물질로 분류된다. “평생 써도 안전”하다던 발표가 엉터리였던 셈이다.

단지 이런 오류만이 문제가 아니다. 1차 전수조사 결과는 조사대상 독성 화학물질의 종류가 10종밖에 되지 않아 매우 제한적이었고, 위해성 평가 방법도 문제가 있었다. 또한 과연 식약처만 믿고 조사를 맡길 수 있느냐 하는 정당한 문제제기도 있었다.(관련 기사: ‘식약처의 부실한 생리대 1차 전수조사 발표 ― 독성 생리대를 평생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10월 11일 정의당 여성위원회와 정의당 국회의원들이 공동주최한 ‘생리대 안전을 위한 2차 토론회’에서도 식약처의 검사 방식과 발표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발표와 여러 증언들이 있었다.

먼저 독성물질 전문가인 이종현 박사의 발표가 있었다. 이종현 박사는 식약처 조사과정의 허술함을 낱낱이 지적했다. 식약처는 1차 조사에서 휘발유기화학물질만 조사대상으로 포함했고,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과 퓨란, 농약, 내분비계 교란물질 등에 대해서는 이번에 그 어떤 조사도 하지 않았다.

또한 여성들의 피해 호소를 확인하기 위한 그 어떤 피부감작시험도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주요 임상시험(월경 전후 질 확대경 감사 등)도 이뤄지지 않았다.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여성들의 피해 호소가 많은 생리불순에 대해 식약처는 어떤 조사도 하지 않았다.

요컨대, 식약처가 “평생 써도 안전하다”고 할 근거가 없다. 이종현 박사의 발표에 따르면, 릴리안 생리대 피해호소자는 3000여 명이므로 릴리안의 시장점유율(9퍼센트)을 감안했을 때 피해호소비율이 3퍼센트에 이르는데, 이는 국제적으로 봤을 때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식약처가 “안전하다”고 했던 릴리안 생리대 사용자들의 피해 호소 증언도 이어졌다. 한 여성은 생리 때만 되면 온몸이 저렸고 진통제를 8시간 간격으로 챙겨 먹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생리컵으로 바꾸자 저린 증세는 없어졌다고 했다. 한 여성은 최근 난소낭종, 복강내출혈로 치료를 받았는데, 의외로 비슷한 질병을 호소하는 20~30대 여성들이 많다며 이런 증상과 생리대 사이의 연관관계가 조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성도 릴리안 생리대 사용 후 심각한 생리불순과 자궁에 생긴 혹 등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아 왔다고 호소했다.

정의당 여성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여성·사회단체들은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이 연대체의 주장처럼 “여성의 몸이 증거다”. 이미 3000여 명이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식약처와 생리대 기업들은 자본주의 이윤 논리에 눈이 멀어 독성 생리대의 해악성을 축소·무시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의당 박인숙 여성위원장 등은 안전 생리대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져야 하고,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10년 걸렸듯이 독성 생리대를 바꾸기 위한 지속적으로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독성 생리대가 일생 동안 평범한 여성들의 건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지당한 주장이다. 자본주의의 이윤 논리 때문에 평범한 여성들의 건강이 희생돼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안전 문제에 무능한 식약처가 아니라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해 진정한 전수 조사와 역학 조사를 해야 한다는 정의당의 요구를 수용하고, 안전한 생리대를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