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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계획 발표:
생리대 안전 대책 마련하라

식약처의 ‘1차 생리대 전수조사’ 발표 오류가 드러난(관련기사: 본지 224호 ‘식약처의 생리대 1차 전수조사 발표 오류가 금세 드러나다’) 직후,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정성 논란이 제기된 생리대의 건강영향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11월 말까지 6개 세부 분야(피해사례, 국내외 사례, 노출정보 정리, 의학적 개연성 등)를 분석해 건강영향조사의 필요성과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한 10월 17일 국정감사에서 류영진 식약처장은 생리대에 ‘전 성분 표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처는 9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생리대 전 성분 표시제 의무화 법안’에 따른 것으로 내년 10월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그 동안 여성들은 생리대에 사용된 성분이 무엇인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도 모른 채 불안에 떨며 유해성 논란이 있는 생리대를 사용해 왔다. 따라서 이번 국정감사에서 건강영향조사와 ‘전 성분 표시제’ 실시 계획이 발표된 것은 다행이다.

이는 정의당과 여성환경연대 등 진보적인 여성·사회단체들이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항의하고 제대로 된 전수조사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인 덕분이다. 정의당은 9월초부터 “생리대 안전성 조사와 건강역학조사를 위한 청원 서명”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이 서명은 환경부에 제출됐고, 이번 환경부의 결정은 청원 내용의 일부가 반영된 것이다.

기업의 이윤에 여성의 건강이 희생돼선 안 된다 9월 28일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 출범식 ⓒ제공 최윤석

철저한 조사

생리대 유해성에 대한 건강영향조사 계획이 발표된 것은 다행이지만, 제대로 조사하려면 조사의 주체와 내용, 방식도 중요하다.

제대로 된 생리대 유해성 조사는 생리대 안전 기준을 새롭게 만들고 규제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기초 작업이다. 현재 식약처의 생리대 성분 규제 기준은 20년 전 것이고, 논란이 되고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을 비롯한 독성 물질은 규제 대상에 아예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유해성 조사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

독성 생리대 논란 덮기에 급급한 식약처는 생리대 유해성 조사를 맡을 자격도 능력도 없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당시 관련 부처들끼리 기업의 눈치를 보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문제를 키운 전례를 볼 때, 다른 정부 부처들도 신뢰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그 동안 정의당은 옳게도 “민·관 공동 역학조사”를 요구해 왔다. 조사에 참여하는 민간위원은 생리대 기업을 대변할 친기업적이고 우익적인 인물이 아니라, 독성 생리대 문제를 앞장서서 제기하고 대안 마련을 요구해 온 진보운동 측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생리대의 화학물질이 여성의 피부와 생식기로 직접 흡수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사 방법(임상 조사와 역학조사 등)이 필요하다.

안전한 생리대 대책

생리대 기업들이 모든 성분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한 것은 마땅히 필요한 일이다. 그간 이들이 생리대 성분 공개 의무 면제 뒤에 숨어 무슨 재료를 썼는지 알 수 없었다. 생리대 기업들은 구멍이 숭숭 뚫린 식약처의 규제 기준과 허술한 허가 제도만 믿고 뻔뻔하게도 자신들의 제품이 안전하다고 강변해 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매우 불충분하다. 이윤에 혈안이 된 기업들이 성분 표시제만으로 알아서 안전한 생리대를 만들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건강영향조사가 이뤄지더라도 정부가 독성 생리대를 강력히 규제하지 않은 채 여성 개개인들의 선택에만 맡긴다면 제대로 된 안전 대책이라 할 수 없다.

여성의 질 점막은 흡수율이 높기 때문에 생리대 독성 물질이 소량이라 할지라도 안심할 수 없다. 따라서 생리대 성분에 대한 규제가 훨씬 엄격해져야 한다.

한편 기업들이 안전한 성분으로 바꾼다면서 가격을 상당히 인상한다면, (부유한 여성들은 별 타격이 없겠지만) 노동자와 서민 여성들은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울며 겨자 먹기로 독성 생리대를 계속 써야 할 수도 있다. 지금도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생리대 값을 감당하지 못해 신발 깔창을 생리대 대용으로 쓰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의 이윤 때문에 여성들의 건강이 희생돼선 안 된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생리대 문제는 여성의 문제이자 계급의 문제이다.

정부는 생리대 유해 물질에 대한 철저한 규제와 더불어, 안전하면서도 값싸고 편리한 생리대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가격 인상을 규제해야 한다. 또한 생리대는 수십년 간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생필품인 만큼 적어도 저소득층에게는 무상 공급 해야 한다.

철저한 유해성 조사와 더불어 독성 생리대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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